알버트 슈바이처(1875∼1965)는 루터교 목사의 맏아들로 태어나 스트라스브르그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해 1899년 철학박사, 그 이듬해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05년에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1913년 의학박사가 된다. 그리고 여생을 아프리카의 가봉에서 보낸다.

그가 1906년에 쓴 <역사적 예수의 추구>는 20세기 초반을 지배하는 책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헌신적인 삶을 보고 훌륭한 신앙인으로 추앙한다. 어떤 면에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전통적인 기독교신앙에서 본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자유주의신학자였다.

◆ 슈바이처 이전의 자유주의

슈바이처 이전까지는 릿츨과 헤겔이 자유주의신학을 주도하고 있었다. 릿츨은 언제나 역사에 호소하였다. 역사비평을 통해서 문서를 보자는 것이다. 반면에 헤겔은 그 안에 있는 숭고한 이념을 강조하였다. 역사적인 증거가 있건 없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릿츨주의자들은 기독교의 고유성은 분명한 역사적인 계시에 있다고 보았다. 이것이 기독교를 다른 종교와 구별해준다. 그 계시는 역사비평의 결과로 나온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역사적인 방법을 사용해야만 기독교를 신화와 미신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신학자들과 종교가들이 허망한 이야기로 역사적인 사실들을 왜곡시켰던가! 하르낙이 말했다. “예수에 대한 믿을 만한 공통의 지식을 어떻게 얻겠는가? 역사비평학 외에는 없다. 그래야 허망한 그리스도를 진실한 그리스도와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교리의 그리스도로부터 역사의 예수로”였다. 헤겔식의 이념주의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 자신의 종교와 초대기독교 공동체의 신학 사이의 분명한 구분을 짓겠다는 입장이다. 역사적인 인물 예수의 정확한 모습이 그렇게 찾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 예수는 복음서 내용과는 다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릿츨학파는 제동이 걸린다. 슈바이처는 이들 자유주의자들을 비판한다.

“예수를 참으로 그리고 순수하게 인간으로 묘사하는 데만 열심이다. 그래서 그 동안 예수가 입었던 영광의 옷을 벗기고 다시 갈릴리에서 입었던 허름한 옷을 입혔구나.”

릿츨학파는 교리와 교회전통의 족쇄에서 신앙을 해방시키려고 하였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참 면목을 보여 주려하였다. 그러나 역사비평학으로 복음서를 보는 게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역사비평학 자체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 새로운 역사적 이해

20세기에 넘어오면서부터 세 방법이 성경신학에 대한 연구로 대두되었다. 하나는 헤르만 궁켈(1862∼1932), 에른스트 트렐치(1865∼1923) 등에 의해 이끌리는 종교사학파였다.

두번째가 마르틴 디벨리우스(1884∼1947)과 루돌프 불트만(1884∼1976)이 앞장선 양식비평학파였다. 종교사학파와 양식비평학파는 다음에 차례대로 살펴보겠다.

세번째가 지금 다루려고 하는 요하네스 바이스(1863∼1914)와 알버트 슈바이처의 원시기독교의 종말론 이해에 집중하는 학파였다. 이 세 학파가 릿츨주의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어 1차 대전 이후에 일어나는 신정통학파의 전 단계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릿츨학파에서 하르낙이 힘을 쓰고 있을 때 똑똑한 자유주의자 몇 사람은 그의 신학의 문제점을 보았다. 물론 그의 부친 같은 전통적인 신앙인들은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하르낙이 한 예수의 묘사는 바로 하르낙 자신이 가진 부르조아 도덕관일 뿐이었다.

왜 그렇게 되는가? 역사비평학이 무슨 과학이 아니다. 자기가 가진 관점으로 미리 전제를 내리고 연구하기에 자신의 생각이 주도한다. 하르낙은 복음서가 헬라사상으로 오염되었다고 전제를 내렸다. 그리고 예수의 설교 외에는 하나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다음에 예수의 산상수훈만 가지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했다. 그러니 거기서 찾아낸 것은 서로 사랑하라는 윤리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자기가 가진 인류 문명의 최고봉인 독일 부르조아의 이상을 그대로 예수의 가르침에 적용했을 뿐이었다. 이게 무슨 기독교인가.

◆ 실패한 종말론자 예수

하르낙의 가르침에 반기를 든 사람들 중 하나가 바이스였다. 그는 19세기 유럽 사람들의 세계관과 일세기 팔레스틴 사람들의 그것을 구별했다. 예수와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했을까? 예수도 당시 사람들의 사고를 같이 나누었을 것이다.

그래서 바이스는 예수 당시 유대인들이 가졌던 묵시신앙을 연구했다. 그리고 나서 예수가 가르친 하나님의 나라는 릿츨이 말한 그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은 하르낙처럼 서로 사랑하고 하나님을 아버지 삼아서 이 지상에 점차적으로 이루어 가는 식이 아니었다.

오히려 예수는 이 세상이 급하게 파국을 맞고 초자연적인 새 창조가 시작되리라고 믿었다. 예수는 그 시대를 열지 못했지만 속히 오리라고 외쳤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그 날을 끌어당기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 그렇게 해서 묵시적인 인자로 다시 올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이 입장을 슈바이처가 그대로 받았다. <역사적 예수의 추구>를 통해 본 예수는 그 시대의 사람이었고 유대 묵시사상의 산물이었다. 세상의 파국이 급박한 것으로 잘못 믿었기에 예수는 오래 기다려온 종말과 새 시대를 위한 희생물로 자기 목숨을 드렸던 것이다.

“이 예수는 오늘 우리에게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슈바이처의 말이다. “하지만 그의 사랑의 행위는 갈릴리 호숫가에서 그랬듯이 오늘날도 사람들을 같은 말로 부른다. ‘나를 따르라!’ 그리고 우리에게 우리 시대에 이룰 일들을 주신다.”

이렇게 슈바이처의 역사적 예수 추구는 광신적인 그리스도 신비주의 형태로 마쳐진다. 그리고 나서 슈바이처는 아프리카로 달려간다. 다시 돌아오지 않고 거기서 순전한 박애주의자로 평생을 보낸다. 훌륭한 인물이었지만 그가 믿었던 신앙이 바른 것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