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KNCC 언론위원)

월드컵 준결승이 치루어지던 날 우승을 기원하는 응원 인파가 7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전광판이 설치된 거리 곳곳에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인파가 넘쳐흘렀다. 
이러한 월드컵 열기를 두고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월드컵 열기의 본질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고 있는데, 인권운동사랑방이 6월24일 <인권하루소식>에 낸 ‘붉은 악마를 부추기지 말라’는 논평이 그 진원지다.


<인권하루소식>은 “월드컵 열기에 나라가 온통 미쳐 돌아가고 있다”며 “붉은 악마 현상이 우리 사회주의와 인권의 신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현재의 응원 열기는 결코 자발적인 현상이 아닌 거대 매스컴에 의한 대중동원 현상이며 체제에 대한 순응과 정치적 무관심, 인간의 주체성을 죽이는 군중 심리가 있을 뿐, ‘붉은 악마’ 현상은 파시즘을 가능케 하는 병적인 현상”이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붉은 악마 현상에 대한 일부 언론인과 지식인들의 과도한 떠받들기 발언을 예로 들어

“지식인의 진정한 소명을 벗어 던진 추악한 아부”라고 꼬집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이러한 비판적인 논평은 월드컵이라는 집단최면에 빠진 군중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지자체 선거가 있던 6월13일, 투표율은 사상 최저의 수치를 보였고 특히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가장 저조하였다. 투표 다음날 월드컵 응원을 나온 광화문과 시청 앞의 인파를 보며 저들이 투표에 참여했다면 투표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수군대는 목소리들을 들었다.
지자체의 일꾼들을 뽑는 중요한 권리행사에 참여하지는 않고 월드컵의 우승을 기원하는 붉은 악마들의 현상을 보며 이런 저런 진단들이 많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권운동사랑방’이 지적했듯이 거대 매스컴이 붉은 열기현상을 부추기는 데 한몫을 한 것만은 틀림없다.


지자체 선거 기간동안 방송3사는 지자체 선거 관련한 소식은 하루에 평균 1꼭지- 2꼭지밖에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에 월드컵과 관련된 보도는 하루에 10꼭지 이상을 보도하였다.
오죽하면 MBC 노동조합에서 발행하는 노보는 자사의 이러한 보도 행태를 꼬집었다. MBC 마저 ‘월드컵상업주의’에 빠져 공영방송이 해야할 직무를 태만히 하여 부끄럽다는 기사를 실었다.


일설에 의하면 우리나라 방송3사는 월드컵 중계권료에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하였다고 한다. 월드컵 관련 광고 유치를 위하여 월드컵 홍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16강에 오르기 전만 해도 방송3사는 적자였었다고 한다. 16강을 넘어서면서부터 월드컵 중계료가 흑자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방송은 드라마를 뺀 모든 프로그램을 월드컵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과 저녁의 토크쇼는 물론이고 시사토론프로그램인 <MBC, 100분토론>마저도 월드컵 현상을 토론주제로 삼았다.
 

신문도 월드컵을 부추긴 것은 마찬가지다. 히딩크의 기용에 대하여 비판적이던 조선일보마저 히딩크 찬양일색이고 월드컵 관련 기사로 도배질을 하였다.
한겨레신문마저도 ‘월드컵 관전 릴레이 기고’를 통하여 월드컵 홍보에 지식인들을 앞세웠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붉은 열기 현상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4강을 앞두고서였다. 월드컵보도에 의해 풀뿌리민주주의도 집회, 시위의 자유를 잃은 노동자들과 생존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도 자취를 감추어버렸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대표인 문정현 신부는 6월25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올린 ‘월드컵을 위한 월드컵은 의미 없는 일이다’라는 글에서 미국과의 경기가 치러지던 6월10일, 미군부대의 감전사고로 죽은 전동록 씨의 쓸쓸한 장례식과, 6월13일 미군전차에 압사한 두 여중생에 대한 시위가 있던 6월20일도 월드컵에 의해 외면당했다고 하였다.


문정현신부는 북한산 관통 터널 공사를 저지하던 비구니스님들이 당한 폭행도, 새만금간척사업현장의 목 터지는 외침도, 명동성당에 피신해 있던 발전노조 간부2사람의 연행도, 대통령의 두 아들 사건도 군중의 열기에 가려져 버렸다고 하였다. 그는 ‘월드컵이 밥 먹여준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언론이야말로 광기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월드컵 4강에 오른 우리의 축구가 물론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이제는 월드컵의 붉은 열기의 진원을 살펴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으며, 이 축제의 열기를 어떻게 우리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끌어올리는가 하는 과제가 남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의 그늘아래 묻혀버린 과제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소외된 무리들을 보살펴 사회 통합을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닌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즐길 만한 건전한 문화공간이나 놀이 공간의 마련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여 월드컵 후에 올지 모를 심리적 허탈감과 공황을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상금만 1,500억원…중계료 1조4,000억…역사상 최대 돈잔치 서대경 기자 지난 6월 30일 화려하게 막을 내린 2002 한·일 월드컵은 축구 역사상 최대의 돈잔치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을 위해 내건 상금은 자그마치 1,500억원. 결승전까지 64경기가 열려 매 경기 22억원의 상금이 뿌려진 셈이다. 그러나 98년 프랑스월드컵과는 달리 성적에 따라 배당금이 차등지급 돼, 4위를 차지한 한국은 79억원, 우승팀 브라질은 98억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비영리단체인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처럼 엄청난 돈을 뿌릴 수 있는 비결은 ‘월드컵’ 때문이다. FIFA는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을 통해 단단히 한 몫 챙긴다. 이번 한·일 월드컵에서도 FIFA는 중계료와 사업권으로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FIFA가 이번 월드컵에서 거둬들인 중계료는 98년 프랑스 월드컵에 10배가 넘는 1조4,000억원. 우리나라만 해도 370억원를 지급했으며, 거리응원에 사용된 옥외 전광판의 경우 한 경기 당 2,000만원의 중계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공식 파트너로 선정된 기업들도 400억∼500억원 씩을 지불해 FIFA는 이들 기업들로부터 약 7,6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한국은 경기장 건설에 1조9,503억원을 사용했으며 월드컵조직위원회 운영경비 4,500억원, 코칭스태프 31억원을 투자했다. 이래저래 이번 월드컵은 ‘억’소리나는 잔치로 기록됐다.

“교단초월 일체감 느껴” 해외 선교사들…현장 시너지효과 기대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은 한국인 선교사에 대한 호응도도 높여줘 선교현장에 주는 시너지 효과 역시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6강에 그친 일본 국민은 한국의 4강 진출을 부러워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길거리 응원서 보여준 단결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에 있는 선교단체들의 치밀한 선교전략과 일본교회들이 월드컵 관전을 위해 교회를 개방한 일로 인해 교회를 친근하게 여기게 됐다는 분석이다.  조영상 선교사는 “선교를 위해 예수 영화 비디오 테이프 170만개를 준비해 나누어 주었다. 비디오 테이프에는 송종국, 이영표 선수 등 크리스천 선수들의 간증을 담고 있어 현지의 반응이 상당히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천 선수들이 맹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도움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기도를 절실하게 하지 않았던 성도들이 적극적인 신앙을 갖게 된 것이 좋은 성과라는 것이다. 한국선교사들이 월드컵 기간 중에 함께 모여 기도하는 계기를 마련해 줘 한국선교사들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로 꼽았다. ○… 멕시코에서도 한국의 4강 진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익상 선교사에 따르면 멕시코인들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한국의 이미지가 고양돼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을 아시아인으로 함께 묶어 부르던 사람들도 이제는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는 풍토로 바뀌었다. 유익상 선교사는 “한국이란 나라를 축구를 통해 대외적으로 널리 알린 것이 한국선교사들의 사역과 정체성을 세우는데 일조를 했으며 활동의 폭과 입지를 강화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 남미의 파라과이에서도 역시 한국 선수들의 월드컵 선전이 선교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파라과이에서 ‘코리안’ 하면 독일사람처럼 억척같이 일하고 돈을 벌면 선진국으로 도망가는 사람들로 알고 있었는데 그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 전정섭 선교사는 한국이 월드컵에서 선전하고 4강까지 가면서 교민들과 원주민들이 20일 넘게 불고기 파티를 하면서 축제를 벌이고, 한국식당들의 일부가 무료운영까지 하면서 파라과이 국민들과 4강의 기쁨을 나누었다고 한다. 전정섭 선교사는 “스페인 경기에서 이긴 다음 날 주일에 현지 성도들의 인사가 ‘펠리시다뎃’(축하한다)이었다”며 “선교사들도 함께 모여 TV를 시청하고 기쁨을 나눠 형제의식과 함께 교단을 초월한 일체감을 맛보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