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식 목사

▲ 미전도 종족인 파키스탄의 깰라사족을 입양했다. 선교를 위한 방문후 찍은 사진(오른쪽 두번째가 박병식 목사)

먼저는 상당히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오래 전에 복음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중동 지역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말할 필요가 없고 동북아도 거의 비슷하다. 많은 선교사들이 가서 활동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오래 전에 이미 복음이 증거 되었다. 다음은 이 세계에 산재해 있는 대다수의 수많은 나라들이 이미 자체의 교회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피선교국으로 분류되어 있는 나라들의 교회들이 연약한 상태에 있어서 자립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국민이 자국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 매우 미미하고 어렵다는 점이다.

한 나라를 피선교국으로 분류하는데 조심해야 한다면 그 나라에 가서 선교하는 일에도 그만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가령 방글라데시에 가보면 표면적으로는 선교사들을 더 많이 필요로 한 피선교국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내면적으로 살펴보면 이미 그 나라에는 오래 된 교회들이 있어 왔다. 그리고 서구에 가서 신학을 공부하여 상당한 수준의 학위를 소지한 지도자들이 있다. 그들은 복음을 알고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전해야할 것인가 하는 전략과 비전도 저들에게 있다.

단지 그들에게는 나아갈만한 힘이 부족할 뿐이다. 이런 면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마치 그 나라에는 교회들도 없고, 크리스천도 없고 지도자들도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선교가 시작된다면 거기에는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지 않을 수 없다.

파키스탄에 가서 한 지도자를 만나 본 적이 있었다. 그 지도자는 매우 격앙된 어조로 말하였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파키스탄은 200년 전에 복음이 증거되었다고 한다. 그 때 선교사들에 의해서 교회가 세워졌고, 병원이 세워졌고 수많은 학교들이 세워졌다.

그리고 자신들에게는 노회가 있고 총회가 있다. 물론 신학교도 있다. 그 지도자 자신도 영국에 가서 오랜 동안 신학 교육을 받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얼마 후에 이 지도자는 영국 교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지도자로 청빙받아 가서 일하고 있음). 그리고 자신과 같은 지도자들이 파키스탄 내에 여러 사람이 있다. 파키스탄은 강한 모슬렘 국가이기 때문에 견디기 힘든 박해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생존하며 어떻게 끊임없이 복음을 전할 것인가 하는 자기들 나름대로의 전략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확신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교구 내에 한국에서 수년 전에 한 선교사가 왔다. 그 선교사는 지금까지 한번도 자신에게 찾아와 인사를 한 적이 없었다. 그 선교사는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교회들을 개척하였다. 지금까지 여러 교회들을 개척하였다. 물론 예배당도 다 건립하였다. 자신은 이 선교사를 후원하고 있는 서울의 한 대형교회를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 선교사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었지만 세례 받은 그들을 크리스천으로 받아드릴 수 없다. 그들은 낮에는 모스크에 가고 저녁에는 교회에 오는 식이다. 선교사가 세운 교회들은 먼 훗날 모스크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러므로 그 선교사가 세운 교회당들을 자신은 교회로 받아드리기가 매우 어렵다. 이는 파키스탄에서 있어왔던 반복된 선교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매우 심각하고 슬픈 모습으로 말을 끝냈다.

비슷한 말을 다른 나라들의 교회 지도자들에 의해서 들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제 우리는 한 나라를 무조건 피선교국으로만 보려는 자세에서 보다 다른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그 나라에 오랫동안 있어 왔던 교회와 조직 그리고 지도자들을 우선 선교사들이 깊이 이해하고 마음으로 충분히 받아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선교를 시작하기 전 먼저 그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의견과 전략을 정확히 숙지해야 할 것으로 보여 진다. 우선 그들과의 인간적인 친숙이 이루어지고 진정한 파트너십이 이루어질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그 나라에 복음을 전하는 일에서 서로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 하는 인식이 깊이 자리 잡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시급한 것은 소위 피선교국의 자국 교회 지도자들에게서 들려오는 우려들이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우려들 중 몇 가지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는 돈이 우선되는 선교는 그 나라의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을 순수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이다. 이런 일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보여 진다. 다음은 선교사가 속한 교파를 피선교국에 심으려고 하고 심한 경우에는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의 지 교회를 세우려고 하는 단견적인 선교가 피선교지 교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더 나아가 교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우려이다.

선교의 파트너십은 선교사와 다른 선교사 간에 선교 단체와 다른 선교 단체 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 보다 먼저 선교사와 선교지의 교회 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단순히 내가 속한 교파를 선교지에 무조건 심겠다는 것보다는 선교지의 건전한 교단과 사전에 충분히 협약을 하고 그 교단 교회들의 부흥을 위해 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가령 장로교 선교사가 선교지에 가서 장로교회가 없는 그 나라에 장로교회를 세우려고 하는 것보다, 그 나라에 있는 건전한 교단에 속한 교회를 세워 나가는 일이다. 물론 신학이 다를 것이다.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바른 신학과 신앙을 가진 선교사가 들어가서 일하므로 오히려 그 교단은 더욱 새로워지고 개혁되는 결과를 낳게 할 수도 있다.

러시아에서 사역하는 한 선교사가 있다. 그 선교사는 장로교회가 파송한 선교사이다. 그렇지만 그 선교사는 러시아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러시아 침례교회와 처음부터 협력을 하였다. 어려운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였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갖춘 교회로 성장하였다. 물론 그 교회는 러시아 침례교회에 소속된 교회가 되었다. 자신이 안식년으로 돌아올 때, 그 교회에는 러시아 침례교회에서 보낸 지도자가 교회를 부흥시키며 성도들을 잘 양육하고 있다.

그가 안식년을 마치고 다시 러시아에 돌아갔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러시아 전역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한 교회의 담임 목사로 일해 줄 것을 러시아 침례교회가 요구한 것이다. 이 일이 선교사로서 합당한가 하는 고민을 하였지만 문제가 없다는 본국 본부의 결정에 따라 지금은 환영받는 목회자로 오래된 러시아 침례교회의 담임 목사로 일하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