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이후 ‘세속화신학’, ‘신 죽음의 신학’에 이어서 1970년대 서구 신학 풍토에서 일어난 종말론적 신학이 정치신학이다.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이 발전되어 나갔고 다시 그것이 ‘해방의 신학’으로 이어진다. 몰트만은 물론이고 요한 밥티스트 메츠도 주동 신학자이다.

◆  정치의 윤리

여기서 종말론적이란 말의 뜻은 이렇다. 종말이 올 때 하나님의 통치가 분명히 나타나게 된다. 그때까지는 아직 하나님의 하시는 일이 사람들에게 분명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 날이 되어야 모든 부분적인 것들이 분명히 설명되며 하나님의 뜻은 세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 종말론은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이나 판넨베르그의 ‘역사신학’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 종말은 가만히 기다리는 게 아니다. 예수의 투쟁에 참여하는 모든 신자들은 능동적으로 그 날을 향해 행동해야 한다. 하나님은 신자를 통해서 그 날을 이루어 가신다. 다른 말로 하면 신자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치신학은 이러한 희망의 실천론이다. 몰트만의 말이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인해 미래의 궁극적 해방을 원하다면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미래를 찾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삶의 조건을 갱신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사실상 현대 인간 생활 자체가 정치화되어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없다. 함께 살다보니 서로간에 책임이 생긴다. 이 책임은 개인주의적 방식이 아니라 집단적인 참여를 통해서만 수행될 수 있다. 집단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정치가 적용이 된다.

집단을 말하다보니 개인 윤리가 사회나 집단의 윤리로 강조점이 바뀌게 된다. 사람 개개인은 외부 상황에 영향을 받고 영향을 준다. 여기서 정치적인 결정이 만들어진다. 국가나 재벌 등의 강한 집단이 막강한 경제력과 권력을 휘두른다. 그러다 보면 잘못하면 전체가 잘못된 길로 심지어는 파멸까지 가게 된다.

강한 집단들은 효율성만 생각하기에 윤리적 개념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억압되고 착취당하는 집단들이 생겨난다. 그 수는 점점 더 많아지고 소수의 권력집단이 다수에게 고통을 주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치윤리의 필요성이 나타난다.

◆  정치신학자 예수

정치신학은 예수 그리스도를 표준으로 삼아 그의 생애를 종말론적 방법으로 연구한다. 유대인들은 그에게 묻는다. “당신이 오실 그 입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기다려야 합니까?” ‘오실 분’이란 말은 메시아적인 해방자와 하나님 자신을 상징한다. 현대인의 종교적 질문 “내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와 같다.

그 질문에 예수는 답하신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미래에 관한 질문에 대한 이 대답은 장차 올 재앙을 총체적인 구원으로 바꾸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을 억압과 절망에서 해방으로 이어 ‘오실 분’으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사람들이 예수를 오실 분으로 믿는다면 구원의 미래와 자유의 나라를 그로부터 기대해야 한다.

그는 가난한 자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했고 부자나 가진 자들과는 충돌을 일으켰다. 죄인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했고 지배자들에게는 반대했다. 천하고 억압받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주되심을 보여주었다. 총독은 그를 로마 황제의 이름으로 십자가에 처형한다. 그러므로 종말론적인 기대는 불가피하게 역사적 저항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다른 방법으로는 비참한 상황에 대한 구원이 이루어질 수 없고 억압된 세상을 해방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힘을 가진 자들과의 투쟁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가! 예수도 그들에 의해서 처참하게 죽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썩는 밀알이 없이 자유의 미래는 오지 않는다.

하나님은 가진 자들의 편이 아니다. 고난과 무력과 죽음의 경험을 스스로 당하시는 분이다. 그는 전능 대신 사랑을 보여준다. 그에게는 사랑이 곧 전능이다. 하나님의 영광은 승리에서가 아니라 십자가의 예수 그리고 억압당한 그의 형제들의 얼굴에 나타난다.

◆  종말을 향한 투쟁

이 세계가 무엇인지 단지 해석하고 설명했던 전통적 신학과 달리 정치신학은 하나님의 뜻이 펼쳐지는 종말을 앞당기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외친다. 그것을 좀 더 앞당기려면 좀 더 열심히 심지어는 과격하게라도 행동을 해야만 한다. 전통신학처럼 말만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보여주시고 약속하신 세계, 즉 모든 인간이 한 자녀로서 자유롭고 평등한 세계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져 가는 세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치신학이 추구하는 천국이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영적이고 초자연적인 세계는 없다. 당연히 죄사함도 없다. 죄는 개개인보다는 국가나 재벌 같은 착취하는 집단들에게 있는 것이다. 가난하고 억압된 자들은 죄인이 아니라 선인이요 인간다운 삶을 얻기 위해 싸워야할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그러니까 하층계급이 제대로 살도록 도와주는 투쟁 그것을 하러 예수께서 오셨다. 그리고 신자의 삶은 그 일을 도와서 싸우는 것이다. 더 뿌리 깊고 근본적인 인간의 죄악은 말하지 않는다. 단지 언제인가 오리라는 종말, 그것은 이러한 피나는 투쟁을 통해서 나타난다.

이렇듯 정치신학은 정치윤리에 따라 투쟁의 원리를 사람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그로부터 해방신학, 여성신학, 민중신학이 흘러나온다. 이들도 정치신학처럼 자기가 필요로 하는 구절만을 뽑고 예수를 자신들의 철학에 맞추어 해석한다. 그래서 부분이 극대화되는 결과를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