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환  목사 / 컴 미션 대표

초창기 선교는 오늘날 같은 전문성이 없었다. “믿습니다”가 전부였다. 여권도, 예방 주사도, 선교장비라는 것도 없었다. 그 당시는 비자도 없었고 노동허가서도 필요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선교장비가 많아졌다. 컴퓨터가 없으면 이제는 선교가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필요한 장비가 수도 없이 많다. 디지탈 카메라, 비디오 카메라, 영사기, 필름 프로젝터, OHP, 대형 스크린, 텔레비전과 비데오 데크, 슬라이드 프로젝터, 녹음기, 무전기 등 통신 장비들, 자녀들을 위한 각종 장난감, 교육용 도구와 책들, 가스냉장고, 가스 스토브, 냉동고, 프린터, 복사기, 팩스기계, 엄청난 컴퓨터의 액세서리와 장비들, 발전기와 전기 시설, 자동차와 각종 연장들, 각종 의약품, 앰프시스템, 단파 라디오, 각종 신발들, 옷들, 주방 기구들 등등, 수도 없고 끝도 없다. 무거운 책들…  몇 콘테이너에 싣고 가도 여전히 모자란다.

과연 이러한 많은 물건들이 선교에 절대적으로 필요할까? 선교지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던 시절에 한국 선교사들이 쓸모 없는 것들을 많이도 가지고 갔다. 솔직히 없어도 될 것들이 더 많았다. 어떤 선교사는 아프리카에 마이크로 오븐을 가지고 왔다. 물론 단 한번도 사용치 못했다. 전기도 신통치 않은 곳에 진공청소기를 가지고 온 선교사도 있다. 성경의 선교 원리는 여전히 지금도 진리임을 알아야 한다.

선교는 많이 가진 것만큼 어렵다. 한 켤레의 신발을 갖고 있는 것이 두 켤레의 신발을 갖고 있는 것보다 심리적으로는 훨씬 편리하다.

얼마 전에 싱가포르에서 미전도종족 선교 컨퍼런스가 열렸다. 개인생활을 아주 중요시 생각하는 서양 선교사들이지만 선교사의 헌신에 관한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 물질의 편의주의를 조심할 것을 권고했다. 많은 장비가 선교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지인들에게는 그것들이 복음을 방해하는 유혹 거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복음보다 선교사가 쓴 고급 모자와 신발, 호화스럽게 보이는 카메라가 눈에 더 빨리 들어온다. 선교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유혹이 된다.

어느 교회는 떠나는 선교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시집가는 신부처럼 여겨 콘테이너가 넘치도록 한 살림을 장만하여 선교지로 보낸다.
사랑이 선교를 죽이는 경우이다. 선교사가 지나친 편의주의에 빠지면 그 선교는 많은 생명을 얻기보다는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