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교수 / 고신대학교 역사신학

예루살렘에서의 신약교회 출현 이후 기독교 공동체에 속했던 초기 신자들의 사회적 신분은 어떠했을까? 초기 예수를 믿었던 이들은 하층계급의 사람들이 다수였을까? 아니면 자기 소유의 주택을 소유한(house holder) 비교적 안정된 신분의 사람들이 다수였을까? 이와 같은 초기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신분의 문제는 고대 교회사사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특히 1930년대 이후 소위 시카고학파에 의한 사회사적 접근이 시도되면서 이 문제는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선구적인 학자는 파피루스학의 대가인 아돌프 다이스만(G.A. Deissmann)이었다.

그는 1세기 신약성경 시대와 동시대의 것으로 확인되는 다양한 양의 파피루스 문서를 통해 밝혀낸 ‘그 시대의 일상’을 통해 초기 기독교 공동체를 구성했던 이들은 절대다수가 하층계급의 사람이었으며, 바울의 선교대상도 바로 그들이었고, 신약성경도 바로 그들을 대상으로 기록되었다고 주장했다. 바울이 50년경에 쓴 것으로 보이는 고린도전서 1:26~29는 이 점을 암시한다. 이 본문에서 바울이 의도한 것은 하나님은 약한 자들을 통해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신다는 사실이지만!

여기서 바울은 초기 고린도교회 구성원들의 신분구조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즉 “지혜 있는 자가 많지 아니하며”란 학식 있는 자가 별로 없다는 점을, 능한 자가 별로 없다는 점은 권력 가진자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 본문은 초대교회 공동체를 구성했던 인물들이 사회적으로 비천한 계층의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암시해 주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이들은 노예 혹은 노예에서 해방된 사람들(Freedman), 하층계급의 자유인들, 다양한 국적을 가진 비 로마인들 등 로마제국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dispriviledged person)이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그 후 100년 이상 계속된 것으로 판단했다. 미누키우스 펠릭스(Minucius Felix)는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이 가난하다고 불리는 것은 우리의 불명예가 아니라 영광입니다”라는 기록이나, 펠릭스와 거의 동시대인으로서 마쿠스 아우렐리우스 재위기간 중에 활동했던 이교도인 셀수스(Celsus)의 기록을 의존했다.

셀수스는 <진정한 말씀>(The True Word)이라는 책을 써서 기독교를 비판했는데 그는 기독교인들은 비천한 신분의 사람들이며 무식한 이들이라고 비난 했다. 오리겐의 인용을 통해 남아 있는 셀수스의 비난이 다소 과장된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초기 기독교 공동체를 형성했던 이들은 절대다수가 사회적으로 하층계층이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반기를 든 학자가 호주의 고대사학자인 에드윈 저지(Edwin Judge)였다. 그는 이미 1962년에 출판한 <제1세기 기독교집단의 사회적 유형>이라는 책에서 이런 종래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당시 30대 초반의 소장 학자였던 저지의 통찰력은 그 후 예일대학교의 말허비(Abraham J. Malherbe) 교수 등에 의해 지지를 받게 되지만, 저지교수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를 구성했던 이들은 여러 계층을 망라한 혼합된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즉 그는 “고린도교회는 지성인과 정치가와 귀족이 많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들 그룹은 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정도로 의존했음을 의미한다고 보았고, 고전 4장 8, 10절 등과 다른 정황들을 고려해 볼 때 고린도교회를 비롯하여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사회적 신분은 하층계급의 사람들이 중심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저지는 고린도교회의 경우 사회적으로 안정된 이들이 회중을 압도하였고, 이들이 고린도교회의 문제를 야기시켰던 장본인이었다고 해석했다.

이런 다이스만과 저지의 상반된 주장에 대해 1974년 타이센(G. Theissen)은 양자의 견해를 검토하였다. 그는 약간의 견해를 달리하지만 근본적으로 저지의 견해를 지지했다. 이 문제는 그 후에도 그림(B. Grimm), 게이져(J. G. Gager), 마틴 헬켈(M. Hengel) 등을 거치면서 흥미로운 토론으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예일대학교의 웨인 미크의 연구다. 웨인 미크(Wayne Meeks)가 1983년에 출판한 <초기 도시의 그리스도인들: 사도 바울의 사회적 세계>(The First Urban Christians: The Social World of the Apostle Paul)는 우리 시대의 논쟁적인 작품으로 상당한 찬사와 공격을 동시에 받은 주목할 만한 저서라고 할 수 있다. 믹스는 타이센보다 더 철저하게 초기 기독교공동체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분석하였는데, 논의의 방식, 로마제국내의 도시들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분석의 방법 등은 이견을 보이나 넓은 의미에서 저지의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그는 프로펨페인(고전 16:6, 11, 고후 1:16)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고린도교회가 바울의 선교여행경비를 부담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바울의 표현이나 가정교회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었던 주택 소유자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와 같은 안정된 상인그룹 등을 근거로 초기 기독교공동체는 최 하류의 사람과 최 상층부의 계층이 없는 다양한 신분의 사람이 함께 했던 공동체로서 “신분적 불일캇가 높았다고 주장했다.

물론 기독교가 반드시 하층계급의 사람에게만 호소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플리니(Pliny)는 기독교회는 “사회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었다”고 했는데, 당시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보다 큰 관심를 끌게 했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