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삼 /전 <빛과소금> 편집차장 /분당우리교회 전도사

“마침내 이라크에 포화가 터졌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치솟던 유가가 떨어지고 전쟁 조기 종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곤두박질치던 경제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들 옆에서 좀더 나은 밥상을 차리고 있는 셈이다. 정말 이러한 비정함이라니…. 눈물이 난다.
유엔의 동의 없이 전세계 반전 시위를 뒤로 한 채 일방적으로 이 전쟁을 주도하는 부시 대통령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엔 일찍 잠자리에 드는 청교도 신자라고 한다. 나를 정말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그가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로 이룬 화평과 용서는 다 어디가고 무자비한 살육이 펼쳐지고 있다. 게다가 ‘무엇에 대한 보복’인지 분명한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유혈 사태로 이어질 게 뻔한 어리석은 길에 들어선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감상적 애국주의 걸음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지금 이라크에 필요한 것은 무기와 테러가 아니라 십자가이며 복음이다.”

명분 없는 전쟁
미국과 이라크 전쟁을 바라보며 한 크리스천 네티즌이 올린 글이다. 이 글의 요지처럼 봄은 왔건만 이라크 전쟁으로 말미암아 전세계인의 가슴은 오히려 얼어붙었다. 특히 크리스천으로서는 이번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미국은 이번 전쟁을 세 가지 명분을 내세워 규정하고 있다. 첫째는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미국과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둘째는 9·11 미국 테러와 서방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테러에 깊이 관여한 불량국가이며, 셋째는 나아가 중동의 민주화를 촉진하기 위해 이라크 후세인 정권의 축출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과거 후세인 정권은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으며 자국민에게도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테러를 제도화했다. 또한 후세인은 1인 지배체제 구축을 위해 무차별 탄압을 가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대량살상 무기와 독재자를 제거하려는 전쟁이라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어 명분이 없다. 오히려 몇몇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는 평화에 대한 열망을 무시한 패권적인 전쟁이며 국제질서를 무너뜨리는 부도덕한 전쟁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전쟁의 중요한 배경은 이라크가 가진 막대한 석유자원에 대한 지배권 다툼이라고 본다. 그 때문에 명분 없는 전쟁이 돼버렸고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전 세계에 반전운동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부시 대통령은 하나님께서 주신 힘을 중동지역의 패권을 장악하여 얻을 경제적인 이익과 누적된 군수물자 해소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잡고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지난 날 이스라엘을 멸망케 했던 종교적 혼합주의이며 우상숭배가 아니고 무엇일까? 두렵다. 이 혼란한 시대 속에서 진실로 신앙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녀들에게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를 설명할 길이 없다. 더욱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앞으로 중동에서의 복음 전파는 완전히 문이 닫힐 수 있다.

지난 3월 22일, 로이터 통신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아이를 안은 한 이라크 남성이 공습으로 파괴된 자신의 집을 보며 울부짖는 장면을 전 세계로 타전했다. 또 각종 미디어를 통해 곳곳에서 전쟁으로 인해 가족들을 잃은 부녀자들의 모습이 소개되고 있다.

전쟁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쟁의 피해자는 여성과 어린이들과 노약자들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다. 그들은 영원히 씻기지 않을 분노와 증오를 품고 평생을 살아간다. 평화는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영국 총리 그리고 후세인 대통령과 이라크 국민들이 예수님을 좇아야만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다.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요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