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아닌 것 같은 기도, 관상(觀想)기도는 무엇인가. ‘관상기도’는 그 용어부터 생소할 만큼 아직 대중화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관상기도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등 한국교회에 관상기도를 하는 곳이 조금씩 늘고 있어 이에 대한 신학적 진단 등 공론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관상’은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즉 관상기도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무엇을 요구하거나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차원의 기도보다 하나님 자체를 구하는 것을 두고 관상기도라고 말한다. 따라서 관상기도는 일반기도와 달리 한 단계를 높인 깊은 차원의 기도이면서도 또한 대중성을 가지기 어려운 기도이다.
본지는 창간 1주년 기념 기획 두 번째로 관상기도에 대한 바른 이해와 함께 그 나아갈 방향을 두고 특별 좌담을 마련했다. 좌담은 6월 23일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지구촌교회에서 본지 류영모 주필(한소망교회 담임목사)의 사회로 유해룡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실천신학)와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간에 진행되었다. 
<편집자 주>

▲ 류영모 목사

류영모 목사 : 오늘 대담은 이제 한국교회가 관상기도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함께 바른 기도운동을 펼치기 위해 고민하는 자리였으면 한다. 우선 관상기도에 대한 단어의 생소함 때문에 한국교회가 낯설어 한다. 관상기도의 개념부터 정리해 달라.

유해룡 교수 : ‘볼 관’(觀)과 ‘생각할 상’(想)이 합쳐진 단어이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 관상기도이다.

이동원 목사 : 세미나 할 때 어떤 분이 관상보다 관조(觀照)가 맞다고 말했다.

유 : 문자의 의미로는 그 말이 더 맞다. 그러나 관조는 도교적 냄새가 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 관상이라는 용어가 가톨릭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류 : 관상기도를 두고 가톨릭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가톨릭 말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 : 근본적 출발에서는 차이가 없다. 하나님께 기도하는데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근본적이라는 것은 관상기도에서 하나님 자체를 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부분에서는 가톨릭과 기독교가 차이가 없다.

▲ 이동원 목사

이 : 관상은 하나님 그 자체를 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상기도에 관한 한 구교나 신교의 출발은 일단 같다고 본다. 하나님을 구하고 하나님 음성을 들으며 그 분의 뜻에 순종하고자하는 마음은 같다. 그러나 역사가 흐르면서 가톨릭은 마리아 숭배 등 다원주의적이고 성경적이지 못한 부분이 첨가되었지만 기독교는 관상기도를 철저히 성경말씀을 중심으로 이뤄왔다.

류 : 관상기도를 수도원과 연관시킨다. 오해 소지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유 : 수도원의 삶은 문제지만 수도적 삶은 필요하다고 본다. 수도적 삶의 원칙은 청빈, 순결, 숙명이다. 청빈이라는 것이 돈을 반드시 가지지 않고 반드시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돈의 흐름과 의미를 잘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순결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가톨릭에서 독신을 의미했지만 기독교는 삶을 정결하게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고 숙명은 가톨릭에서는 윗사람에 대한 복종, 명령을 이야기하지만 기독교는 하나님 말씀에 대한 전적인 능력과 그런 수도적 삶이 관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류 : 관상기도가 교회사적으로 역사적으로 발전되어 온 것을 말씀해 달라.

유 : 2세기부터 나타났다고 본다. 중세에서 신부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적인 부분만이 아닌 인간예수의 헌신된 삶에 초점을 맞췄다. 사막의 수도자들은 대개 시편을 중심으로 묵상했다. 시편 150편 전체를 하루에 묵상하기도 했다. 중세에서는 또 인간예수의 공생애의 삶을 묵상했다. 중세 후기의 관상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체질화하고 내면화하면서 적응하고 살아갔다. 이것이 이그노소스 로욜라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신적인 존재만이 아닌 인간적인 것을 닮아 가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회가 조직되었고 거룩한 독서를 통해 깊은 관상의 세계로 들어갔다. 관상기도는 개혁교회에서도 있었다. 물론 교회개혁운동이 일어나면서 싸우느라고 관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개혁주의자들은 그런 상황 가운데서도 깊은 기도의 세계를 갖는 등 이런 기도운동이 계속 있어 왔다. 칼빈이나 루터의 (관상)흔적이 있다. 현재 미국의 개혁주의 목사들도 이런 관상기도에 관심과 함께 실제적인 참여가 많이 있다.

류 : 관상기도에 대한 성경적 배경은 무엇인가?

이 : 성경적 배경은 우선 창조론적인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하나님은 창조하시고 나서 그 피조물을 보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셨다. 보는 것이다. 그리고 첫째 날 둘째 날의 패턴 속에서 쉼과 안식이 있었다.

▲ 유해룡 교수

유 : 에녹은 하나님과 삼백육십오세까지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죽음을 당하지 않고 하늘에 올라갔다. 에녹이 삼백년 넘게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것은 하나님 안에 살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곧 관상적인 삶을 산 것이다.

이 : 관상기도의 성경적 배경은 성경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주기도도 관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기도의 시작은 하나님을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뒷부분에서 우리의 필요를 구한다. 관상적인 기도이다. 요한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이 아버지 안에 우리가 예수님 안엷라는 말씀을 통해 관상신학을 보여준다. 우리가 잘 아는 갈라디아서 2장 20절은 관상기도의 대표적인 성경적 배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 : 관상기도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관상적인 삶을 말하는 것이다. 배워서 되는 것 보다 기도를 하다보면 성숙한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류 : 기도를 수단화시키는 것이 문제이다. 기도가 자기의 욕구를 채우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것을 새로운 관점을 줄 수 있는 것이 관상기도가 아닌가 한다.

유 : 처음에는 자기 욕구를 가지고 기도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기도이다. 이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일단 이런 방법으로라도 하나님을 만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목적을 달성하면 기도는 끝났다고 본다. 자기 욕구를 성취하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다. 결국 하나님 그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관상이 이것을 도와준다. 더 성숙하면 이것의 순서가 바뀌게 된다. 하나님 자신을 직접적으로 구하고 그 뜻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면 자기 욕구도 성취가 되는 것이다. 메튜 헨리는 기도는 하나님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 관상이 도구와 운동으로 가면 좋지 않다. 교회에서도 관상기도를 하지만 원하는 사람 외에 강요하지 않는다.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류 : 관상기도는 관상적 삶을 말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삶에서 수도적이고 관상적인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유 : 한국교회가 방법만 찾으려 해서 실패를 한다. 그래서 나는 방법에 대해 잘 말하지 않는다. 여러 유형이 있고 여러 단계가 있지만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관상은 기도하는 것이다. 토마스 마틴은 수도원에서 17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을 만났다. 그는 수도원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만 하나님이 계신 줄 알았다. 그런데 17년 만에 시장에 나왔다가 거기서 하나님을 만났다. 시장에도 하나님이 계신 것이다. 관상적 삶이란 이런 것이다. 일상 활동 속에서 예리한 통찰력을 갖게 하는 것은 바로 관상적 삶을 살기 때문이다. 관상은 정적인 것만이 아니라 매우 동적인 것이기도 한다.

류 : 일상적인 것에서 하나님의 흔적을 찾는 것을 두고 범신론으로 갈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분명한 구별이 필요하다.

이 : 물론 범신론과 구별해야 한다. 관상은 모든 피조물 안에 있는 하나님 임재와 하나님의 흔적을 찾고 경험하는 것이다. 자연 속에는 하나님 자신은 없다. 하지만 자연 속에는 하나님의 흔적이 있다. 또한 사람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관상은 사람을 그 존재 자체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지 그 결과물, 즉 그 사람의 외적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게 한다.

류 : 동양의 명상과 관상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유 : 관상은 하나님과 일치하는 것이지만 하나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교회사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이다. 힌두교와 동양종교는 일치를 본질과 본질의 혼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의지와 의지의 일치이다. 사람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는 의지의 일치이다. 관상은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존되었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한다. 그러나 일반 명상은 과정에서 비움을 추구하나 우리는 그 비움을 넘어 하나님의 충만이다. 일반 명상은 비인격적 일치이지만 기독교는 인격적 일치이다.

류 : 한국교회가 관상기도를 어떻게 대하고 또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 :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을 해야 한다. 일단 프로그램화나 운동 차원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내면의 영적 성숙을 위해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해 나가는 것이 좋다. 교회 안의 영적 갈망과 목마름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해 나가는 것이 좋다.

유 : 본질을 이해하고 도구화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신학과 교회가 협조해서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