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환 목사 / 컴 미션 대표

어떤 분이 젊은 시절에 선교 집회에 참석했다가 엉겁결에 선교사 헌신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중도 탈락을 했다. 그래서 그는 주님께 죄송한 마음의 짐을 안고 하나님의 뜻을 어겼다는 부담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마음의 부담뿐만 아니라 죄책감의 감옥에서 살게 된다. 잠시 잊고 살다가도 선교사님들을 뵙거나 선교모임이 있으면 그날을 회상하며 왜 헌신을 했는지에 대한 후회로 움츠려진다. 때로는 이 마음의 부담을 덜어 보려고 선교헌금을 하기도 하고 선교사들을 돕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소명이 분명한 것이었다면 이미 선교지에 가 있을 것이며 그런 쓸데없는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선교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슴이 뜨거워 단순하게 부름에 응한 것이다. 이는 당시의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의(?) 감동에 의하여 헌신이라는 무서운 결정을 해버린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받은 소명은 단순 소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단순 소명은 실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선교사로 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평생동안 마음을 아파하기 보다 선교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이해한 후 진심으로 회개(?) 하고 ‘보내는 선교사’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다. 선교가 무엇인지 충분한 이해 속에서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훌륭한 헌신이다. 이렇게 한 헌신이라면 분명 ‘종합적 선교 소명’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매 2년마다 열리는 선교한국에서만 해도 수 천명의 젊은이들이 선교사로 헌신한다. 그러나 그중 몇 %의 사람들이 선교지로 나가는지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대다수가 현지로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비단 선교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선교 모임에서 헌신자를 콜링(calling)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순 콜링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큰 열매가 맺어지지 못한다.

우리는 이제 선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며, 왜 하는 것이며, 무엇을 하는 것이며, 누가 하는 것인가를 확실하게 깨닫고, 나아가 하나님 앞에서 선교의 특권을 충분히 이해하고 난 후의 종합적 소명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선교란 순간적 충동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보다, 생각하고 기도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긴 시간이 요구되는 소명이다.
초승달은 시간이 지나면 보름달이 된다. 소명의 보름달이 떠오르는 날 자리를 털고 일어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