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교수/ 고신대학교 역사신학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영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약한 자나 환자들에 대한 관심, 곧 육체적 돌봄(이를 ‘간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과 치유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런 활동은 기독교적 사랑과 자애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강조되었다. 마태복음 25장 35~45절에 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에 대한 설교는 교회와 신앙적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다. 사랑의 실천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구체적인 표현이었다.
 
그래서 180년 <페레기너스의 죽음>이란 책을 써서 기독교를 비방했던 루시안(Lucian of Samosata, c. 120~?) 마저도 기독교인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겨주고 있다.

“그들 본래의 율법 수여자는 그들은 서로 형제들이며,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그 형제들에게 도움을 줄 일이 발생하면 그들은 즉각적으로 도움을 베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 그들은 형제에 대한 배려를 아까워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터툴리안은 “우리들이 많은 대적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위난자들에 대한 우리의 보살핌(care for the helpless)이며 우리의 자애의 실천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들은 서로를 미워하지만) ‘그들이(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는지를 보라’고. (자기들은 서로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만) ‘그들(그리스도인들)은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버릴 각오가 되어 있음을 보라’”고 말한다. 야고보서(1:1~5)에서 강조되었던 ‘자비를 행치 않음(unmercifulness)에 대한 경고는 속사도교부였던 허마(Herma)의 <목자>(Shepherd)에서도 동일하게 강조되고 있다.

이 책과 <디다케>(Didache, c. 100)에서는 ‘조건 없는 베품’(uncondi-tional giving)을 강조하고 있다. 3세기 이전의 교부들의 문서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공통된 경구는 “‘이것들은 다 내 것이니라’ 라고 말하지 말찌니라”는 경구였다. 말하자면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하고 핍절된 이웃에게 구제하고, 병들고 고통당하는 이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고, 옥에 갇힌 자들을 보살펴 주는 간호행위는 바로 복음에 대한 확신, 구원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행해진 사랑과 자비의 사역이었다.

위대한 교회사학자인 하르낙(Adolf von Harnack)은 교회는 고아와 과부를 보살폈고, 유약한 자와 병든 자와 장애인을 도와주고 간호(care)하여 주었으며, 옥에 갇힌자와 탄광촌의 고달픈 이들을 돌보고, 가난한 이들을 돕고, 죽은 자를 매장해 주었고, 노예들을 보살폈으며, 재난을 당한 이들을 돌보고 여행자들을 선대했다고 지적하고 각각의 경우를 초기 문헌에 근거하여 자세하게 기술했다. 말하자면 사랑과 자비, 선행과 봉사는 기독교 공동체가 추구했던 가치이자 삶의 방식이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사랑과 자애의 사역을 감당했던 이들이 집사(deacons)와 과부들(widows)과 여집사들(deaconesses)이었다. 이들은 갇힌자를 방문하는 일이 정규적인 일과이기도 했는데, 당시 갇힌자들 중 다수는 신앙의 이유나 채무의 불이행 때문이었다.
 
2세기 후반에 기록된 <사도헌장> (Apostolic Constitutions)이라는 문헌에서 집사란 “선한 일을 행하는 자들이며, 가난한 자들을 멸시하거나 부한 자들을 존경하지 않고, 주야로 사람들을 돌보며,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찾아보고 이들이 교회의 공금 사용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며, 선한 일을 위해 물질이 사용되도록 하는 이들”로 정의하고 있다.
또 같은 문맥에서 ‘과부들’의 역할을 말하고 있는데, 이들은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감독이 가질 수 있는 자질 중에서 가난한 자들을 사랑하는 자의 특성이 요구된다고 했다. 터툴리안의<과부들에 관하여>(On the Widows)에 보면 과부들이 교회의 봉사에 있어서 특별한 위치를 점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집사라는 직은 예루살렘교회의 과부들을 공궤하는 일에 나타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시물(施物)과 분배(分配)사역에서 시작되었지만, 신학적으로 그 직은 육체적인 필요를 채워주고 보살피는 영역(area of caritas or care)에서의 책임에 집중되었다.

즉 집사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 곧 전신의 필요(the need of the whole body)와 전심의 고통(the suffering of the whole body)을 겪는 이들에게 겸손과 사랑으로 돌보는(care) 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