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교수 / 고신대학교 역사신학

흔히 기독교에 대해서 말할 때 기독교의 ‘급성장’을 말하지만 이 점을 확증해 줄 수 있는 자료는 없다. 이러한 현실은 “고대사는 수치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여전히 난제가 있다”는 삐에르 슈벵(Pierre Chuvin)의 말이 역사가들의 일반적인 인식임을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급성장’을 말한다면, 그 요인은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섭리였다고 볼 수 있다(갈 4:4).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Stromata I, 28. 3)나 오리겐도 이런 견해를 피력하였다. 오리겐은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가르침을 받아 드릴 수 있도록 모든 민족들을 준비시키셨다. 모든 민족들이 로마의 한 황제의 지배를 받도록 하셨다. 그리하여 민족간에 상호 적대적인 태도가 … 예수께서 ‘가서 모든 민족을 가르치라’고 하신 예수님의 분부를 사도들이 실천하는데 큰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셨다. … 만일 여러 왕국이 난립하여 있었더라면 예수의 가르침이 온 세계로 퍼져 나가는데 난관이 생겼을 것이다”고 했고, 유세비우스는 이러한 점들, 곧 기독교의 지속적인 성장의 역사적 현실을 ‘복음의 준비’(praeparatio evangelica)라고 불렀다.

이와는 달리 부정적으로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인데, 그의    <로마제국 쇄망사>에서 기독교를 사회적인 암으로 보았고, 철학의 부패와 미신의 발흥이 기독교가 성공하는데 기여한 요소들이라고 보았다. 도즈(Dodds)는 “기독교가 성공한 단 하나의 이유는 그의 반대세력이 약화되고 피로해졌다는 데 있었다”고 하여 그 당시의 종교적 진공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말하자면 기독교의 싸움은 시체와의 싸움이었다고 보았다.

로마제국 하에서의 기독교의 성공과 성장을 ‘섭리적 측면’만으로 설명하는 일은 만족할 수 없다. 하나님의 섭리라는 것도 분명한 역사적 현실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기독교의 성장에 대한 간단명료한 대답은 있을 수 없다. 많은 요인들이 교회의 성장에 영향을 끼쳤지만, 일부만이 필요조건이 되었을 뿐 어느 것도 충분조건은 되지 못했다. 초기 3세기 동안의 교회 확장의 요인이 무엇이었던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으나 스테판 닐은 다음의 6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즉 복음전파에 대한 확신(Burning Conviction), 수용적 배경, 기독교 공동체의 순결한 생활, 평등사상, 자선사업의 영향, 그리고 순교의 모습이 그것이다. 순교자들의 태도, 특히 여성도들의 태도는 공개적인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 기독교권의 평가이다. 극심한 탄압과 박해 중에서도, 그리고 순교 직전에서도 침착하고 품위 있는 행동, 바른 예절, 고문을 앞에 두고도 냉정을 잃지 않는 용기, 원수들을 대하는 예의, 고난을 기쁘게 받아드리는 태도는 불신자들에게도 감동을 주었고, 이 때 받은 인상 때문에 후일 신앙을 갖게 된 사례들이 많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순교행위에 대해 부정적으로 해석하거나 그 의미를 약화시키는 경향도 없지 않다. 도즈(Dodds)와 노크(A. D. Nock)가 대표적인 인물인데, 그들은 순교는 당시 넓게 퍼져 있던 일종의 ‘죽음에의 동경’(a death wish) 풍조에 훌륭하고도 유익한 출구를 마련해 주었다고 주장한다. 도즈는 “이 세기들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죽음을 사랑했다”고 했고, 게이저는 이 견해에 동조하면서 이교도였던 세네카가 그의 편지글에서 “많은 사람을 사로잡고 있는 감정, 그것은 죽음에의 그리움(libido moriendi)이었다”고 한 사실을 덧붙였다.

리들(D. W. Riddle)의 입장도 이와 비슷하다. 리들은 그의 저서 <순교; 사회적 통제에 관한 연구>(The Martyrs: A Study in Social Control,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31)에서 순교의 현상을 상호 대립적인 집단에 대한 충성간의 갈등이란 측면에서 이해하고 기독교 공동체가 장래의 신앙고백자들의 태도와 행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즉 장차 올 시대에서 구체적인 보상들을 약속하고, 신앙을 부인하는 이들에게는 제재의 위협을 가하고, 투옥되어 있는 자들에게는 공동체적 지원과 존경을 표하고, 순교자들의 신앙을 신앙의 영웅으로 영광화 시키고, 로마의 행정관들에게 대답할 내용을 미리 연습케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 때문에 자발적 순교(voluntary martyrdom)의 현상이 일상화되어 교권당국에 의해 제지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고 게이저는 주장한다. 차가운 이성에 뿌리한 냉소적인 해석임이 분명하다.

비록 후대의 사회과학자들의 모독적인 해석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 대한 박해는 기독교가 성공을 거두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2세기 중반에 한 무명의 변증가에 의해 기록된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낸 편지>(Letter to Diognetus)에서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으면 받을수록 그 수는 날로 증가해 가고 있다”는 보고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