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수훈과 시편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예배와 신앙은 성도를 연합하도록 유도하면서(엡 4:3), 의인과 악인을 구분한다. 그래서 시인은 행복한 사람은 특별한 삶의 방식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한다(1:1∼2). 이때 시인이 사용한 단어가 예수님이 산상설교에서 말씀한 여덟 가지 복(마카리오스)과 같은 의미기에(마 5:2), 그분의 산상설교에 나오는 여덟 가지 복과 <1:1>은 같은 궤적을 그린다.
 

우리는 이걸 보면서 예수님의 말씀과 연계해서 하나님이 허락하신 진정한 행복은 ‘No라고 말해야 할 때 No라고 의사 표현을 하는 것’임을 배워야 한다. ‘No’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여러 가지 이권에 휘말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는 건, 예수님의 말씀에 비춰보면 행복을 원하는 사람이 해야 할 행동이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이 허락하신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해 아래 세상에서 사람을 만날 때도 성경이 인정하는 품격을 갖추고 만나야 한다. 그래야 서로에게 유익이 되고, 만남을 통해 그와 내가 서로 변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1:1>이 준 교훈처럼 굳이 그 만남을 이어가지 말고 매듭지어야 한다. 그가 가고 싶어 하는 길이 나와 생각이 다른 그의 욕망으로 가득한 길인데도, 그가 나와의 만남을 계속 유지하자고 하는 건, 그가 사람을 속이고 그의 욕심으로 나를 미혹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럴 때는 나부터 먼저 그의 기만 작전에 분노하고 저항해야 한다. 어쭙잖은 나만의 기대로 그가 내 생각대로 변화할 것이란 환상에 빠져 있으면, 그가 아닌 내 행복이 파괴된다.
 

악인의 유혹에 넘어갔을 때 피해는 그걸 받아들인 내가 짊어지게 된다. 그걸 퍼뜨린 사기꾼이나 정치인을 가장한 모리배가 그 피해를 감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1:1>은 이런 만남이 주는 꾀ㆍ길ㆍ자리를 거절하라고 한다. 이 말씀대로 어떤 만남에 행복을 추구하는 품격이 담겨 있어야 환상이 둥지를 틀 수 없다. 그와 나의 만남이 서로에게 유익한 것이어서, 서로가 꿈꾸는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조그마한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
 

또 만남을 통해 열린 미래,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실현 가능한 현실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크리스천은 악인의 꾀를 따르거나, 죄인의 길로 가지 않고, 선악을 인간이 판단하는 오만한 자의 자리에도 앉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자신의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1:1ㆍ5ㆍ6>에서 “죄인ㆍ악인(라샤)”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죄가 있다고 판정한 사람이다. <5:4∼6>에는 죄인이 저지르는 여러 가지 악이 나오는데, 성전의 제사장은 저런 사람을 예배에 들이지 않았다(15편). 저런 사람은 도덕성이 해이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멸시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꾀ㆍ모략을 성경의 가르침보다 더 신봉한다.
 

또 “오만한 자”는 하나님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한다. 아담ㆍ하와의 타락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이 저지른 죄의 근본은 하나님의 자리로 올라가 앉은 후, 선악을 주님 대신 판단한 교만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한 사람은 저런 자가 주는 걸 거절해야 한다.
 

<1편>에 따르면 크리스천은 먼저 부정어법으로 무엇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긍정 어법으로 ‘토라’를 즐거워하며 묵상해야 한다. 여기서 율법은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주신 기본적인 가르침에 토대를 둔 삶의 방식이다. 1권에 수록된 다른 시를 보면 하나님은 이 가르침을 주님의 백성 마음에 심으셨는데(37:31; 40:8), <시편> 전체에서는 <119편>에서 대대적으로 이런 가르침을 노래했다. 또 이 말씀을 <잠 1:7>과 비교해 보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게 지혜(지식)의 근본이기에, 사람이 성령님이 준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악을 피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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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말씀은 즐거움을 주는데(1:2), 이걸 얻기 위해서는 사람이 율법을 묵상해야 한다. 히브리어로 보면 <1:2>은 ‘왜냐면 ∼이니까, 그러므로’ 등을 뜻하는 ‘키’로 시작하고, “묵상하다”는 ‘하가’로 ‘동물이 밥을 먹을 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으르렁거리면서 먹는 모습’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동물이 먹이를 뺏기지 않기 위해 으르렁거리는 모습처럼 말씀에 푹 빠져 읊조리면서 이를 마음에 새겨야 한다.

시인은 이런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1:1>에서는 동사를 완료형으로 표현했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먼저 <1:1>에 나온 행위를 마쳐야 하는데, <1:1>과 달리 <1:2>은 미완료형이므로 <1:2>에서 말한 지침은 한 번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한다. “악인의 꾀ㆍ죄인의 길ㆍ오만한 자의 자리”를 거절하는 건 단칼에 무 자르듯이 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읊조리는 일은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시인은 “밤낮”이란 양극 대칭적 문학 기법을 사용했는데, 밤낮으로 율법을 읊조린다고 했으니(1:2) 이는 ‘온종일, 전 생애’에 걸쳐 변함없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사모하고 갈망하라는 권면이다. 밝은 날이든지 어두운 날이든지, 건강할 때든지 병들었을 때든지, 해 아래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들떠있을 때든지 실패했다고 주저앉아있을 때든지 늘 하나님의 말씀을 읊조리며 그 교훈대로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1:1ㆍ5∼6>에 나온 표현을 토대로 두 가지 길 중 의인의 길을 선택하라는 권면으로 <1편>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쉐레이’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길 중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하라는 권면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삶에 있는 근원적인 즐거움과 행복은 하나님이 주신 교훈이란 메시지다. <시편> 외에 구약성경의 다른 책에 나온 ‘아쉐레이’의 용례를 보면,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을 인생 최대의 기쁨으로 여기며 살아야 한다.
 

<1:2>과 비교하며 읽어야 하는 말씀이 <19:10>이다. 다윗은 여기서 하나님의 말씀이 꿀보다 더 달콤하다고 했다. 그런데 율법을 즐거워했던 이들과 달리 우리의 현실은 하나님의 말씀이 즐겁기만 하지 않다. 바울의 고백처럼 하나님의 말씀은 숨겨진 내 죄를 다 드러내기에 때로는 아주 많이 아프다(롬 7:7).
 

따라서 이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일이 성령님의 은혜로만 가능하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성령님의 은혜를 받아 이분의 열매를 가진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기쁨이 넘친다. 그러나 ‘가인의 길’로 간 사람은 성령님의 은혜가 없기에 하나님의 말씀에서 평안함을 얻지 못하고 두려움만 느낀다(유 1:10∼11).
 

<1:3>은 <1:1∼2>의 교훈을 따른 사람에게 나타나는 최종 형국으로, 이 시구에 나온 이미지를 예레미야도 사용했다(렘 17:7∼8). 여기서 시냇가는 저절로 생겨나서 흐르는 강이나 시냇물이 아니라 농사를 지으려고 일부러 만든 관개용 수로다. 중동에는 기후로 인해 우기(雨期) 때만 물이 흐르고, 건기가 되면 말라버리는 와디(wadi)가 많았다. <1:3>에서 말한 시냇가는 이런 와디와 달리 인간이 농사를 짓기 위해 물이 끊임없이 흐르도록 관리했다.
 

하나님이 관리하셔서 이 시냇가에도 늘 물이 흐른다. 그러므로 이 주변에 심긴 나무가 철을 따라서 열매를 맺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시들지 않고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셨으니,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그런데 이 열매는 특정한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것과 율법에 따라 행동하는 삶의 방식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게 있다. 율법에는 예절ㆍ관습ㆍ체면과 인간의 삶에 반드시 적용해야 할 내면의 원리가 모두 있다. 그래서 율법을 주야로 읊조리는 사람에게는(1:2) 자연스럽게 그의 삶에 이 두 종류의 열매가 풍부하게 나타난다.
 

<1:1∼3>과 하나님이 모세가 죽은 후에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던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지침인 <수 1:7∼8>은 여러모로 닮았다. 그런데 <여호수아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복은 복음서에 나온 여덟 가지 복에서 예수님이 말씀한 것처럼 영적인 열매만을 뜻하지 않는다. 또 <시편>에서 말한 복도 삶에 그런 현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37:25; 128:3; 144:12∼14).
 

<1편>은 하나님의 말씀을 읊조리면서 이 말씀대로 살면 이런 복이 다가온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대개 하나님의 복을 알아보는 눈이 없다. 그래서 하나님의 복이 나타나도 그걸 잘 모르고 놓친다. 이미 복이 나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오해하면서 한탄하다가 사탄에게 빼앗기기도 한다. <1편>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복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배워야 하지만, 무엇이 성령님이 주시려고 하는 복인지 알아보는 눈도 관리해야 한다. 이 눈이 없으면 가나안을 정탐하고 온 후 악평을 늘어놨던 사람들처럼(민 13∼14장) 하나님이 주신 복을 알아보지 못하고 엉뚱한 걸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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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은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바람에 날리는 쭉정이처럼 사라진다(1:4). 곡식을 수확할 때 농부가 알곡과 쭉정이를 바람 앞에 두고 서로 분리한다. 쭉정이도 곡식의 한 부분이지만, 인간이 먹지 못하기에 바람에 날려 보내야 할 만큼 필요가 없다. 이처럼 악인도 해 아래 세상에서 한 축을 담당하며 살고 있지만, 하나님 앞에 가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1:5>은 악인에 관한 보충설명으로, “의인의 모임에 참여할 수 없다”란 시구는 저들의 사회적 지위가 하나님이 인정하는 사람만큼 탄탄하지 않다는 뜻이다.

고대 이스라엘은 율법이 사회의 법률로 통용되는 사회였기에 율법을 따르는 사람만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율법을 모르는 비이스라엘 사람들이나 제사장의 권면을 무시한 사람들은 이스라엘 안에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개나 그림자로 취급했기에,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수 없었다.
 

하나님의 심판을 의인은 견디나 악인은 견디지 못한다. 하나님의 심판은 현세에서 이뤄지는 것과 사후에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로 가기 위해 이뤄지는 게 있다. 현세의 심판은 인간에게 회개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고, 사후 심판은 생명과 심판의 부활을 위한 것이다(요 5:29). 그런데 악인이 하나님의 심판 때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장면이 마치 법정에서 죄를 지었다고 판정받은 사람이 비틀거리는 것과 비슷하다.
 

정의ㆍ공의가 시행되는(암 5:24), 하나님이 주도하시는 재판정에서 악인은 어떤 자리도 차지할 수 없다. 저들은 해 아래 세상에서 하나님이 회개하라고 심판하실 때 이걸 무시하고 예배에 참예(參禮: 참석해서 예를 표하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들에게는 하나님이 복을 주시지 않는다.
 

의인이 가는 길은 하나님이 인정하시니 번창하지만, 악인이 가는 길은 그렇지 않다(1:6). 시인은 이런 대비를 통해 은근히 행복한 사람의 길, 의인의 길로 가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씀은 <신 28장>에 있는 율법에 순종하여 받는 복과 불순종하여 받는 저주, <마 7:13∼14>에 나온 멸망으로 이끄는 문과 생명으로 이끄는 문의 대비와 비슷하다. 이 세 곳을 비교해 보면 하나님이 인정하지 않으시면 하늘나라에서도 빛을 발하지 못하기에 저런 길로 간 사람의 끝이 아주 비참하다.
 

성경은 가인이 만난 ‘두려운 하나님’(창 4:13)과 예수님이 만난 ‘아빠 하나님’(막 14:36)을 모두 말했다. 아빠 하나님을 만난 크리스천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순종함으로 느끼는 평안함과 죄를 지은 사람에게 사탄이 주는 두려움은 완전히 다르다.
 

이에 관한 신앙 지침이 있는 <빌 2:12>에서 두려움은 ‘포보스’로 ‘공포심과 두려움, 놀람’ 뿐만 아니라 ‘존경과 경외’를 뜻하고, 떨림은 ‘트로모스’로 이 두 단어가 나란히 사용돼 ‘두려움과 떨림’이란 문구를 구성한다. 신약성경에서 이 표현은 하나님이 바라시는 요구사항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자신의 무능함을 알면서도, 신앙적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믿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참조. 롬 7:18∼25).
 

그러므로 크리스천은 <1:6>을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심판의 두려움으로만 읽으면 안 된다. 그것과 더불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님이 인도해 가시는 회복의 희망으로도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