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한 목사(중화권 선교사, 이단연구가, 백석)
 

가. 이단규정의 근거

정통교회는 사도적 역사성을 계승하고 있다. 그 사도적 역사성은 신·구약 성경의 증거를 통해 우리에게 명확히 전해졌다. 그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초대교회는 4대 세계회의를 통해 정통교리를 수립해 나갔고 그 유산으로서의 4대신경의 내용과 이신칭의 사상이 오늘날 우리 정통교회 교리의 근간이 되어 있다. 오늘날 정통이라 불리는 기성교회들은 이런 전통 위에서 세워지고 유지되고 있으며 각 교파마다 나름의 특색 가운데서 신학을 발전시키며 하나님의 양무리들을 양육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교회의 역사적 전통을 무시하며 전혀 다른 사상을 가르친다거나, 기존의 정통교리를 교묘히 왜곡하여 가르친다거나, 사악한 조직을 만들어 신도들의 건전한 삶을 유린하고 사회 불안을 조성한다거나 하는 사람들이 교회 역사 속에는 항상 있어왔다. 이들이 세력을 얻을수록 교회는 시험에 들고 어지러워진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런 자들을 결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그 이단 사이비성 여부를 검증하고 판단하여 교회와 사회에 알림으로서 양무리를 보호하고 교회의 덕을 세워 나가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요일 4:1; 계 2:2)
 

나. 이단규정의 절차

혹 오해하는 사람들은 이단규정에 대하여 말할 때 이단연구기관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이단이라고 하면 이단인 듯이 생각하여 이단 규정을 특정집단의 지극히 편협한 시각의 산물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만일 그런 식으로 어떤 연구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규정하는 것이라면 그 신뢰성이나 공정성은 지극히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신뢰성과 공정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책임 있는 기구와 단체에서 투명하게 연구하여 결론을 내리되, 가능한 그 연구의 대상에 오른 개인이나 단체의 변론을 충분히 들어서 오해의 여지를 최소화한 이후에 이단인지 아닌지 규정하여 발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국제종교문제연구소(현대종교)>나 <교회와신앙> 같은 언론도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이단을 자의적으로 규정하거나 연구하여 발표하는 일을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공신력 있는 기관들과 교계에서 명망 있고 인정받는 학자 그룹에서 문제성을 지적하여 규정한 이단들에 대하여 더 깊이 분석하여 기사화하여 알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단에 대한 제보를 받으면 그것을 정리하여 신뢰할 만한 기관에 위임하여 연구를 부탁하고 그 결과를 기다렸다가 보도하고 있다. 물론 적은 경우이지만 그 이단성이나 비윤리성이 너무 확연할 때는 더 이상 성도들이 미혹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알리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에서 이단을 규정하는 기구는 각 주요 교단 산하의 ‘이단대책위원회’들이 있다. 위의 기관들에서 규정하고 결론 내린 내용들이 100%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절차가 민주적이며 당사자가 충분히 자기 소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억울하게 피해보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것이다. 이단 규정의 절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자료의 수집. 이단 사이비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이 출판하거나 발행한 각종 자료들을 수집하는 단계다. 이것은 주로 그 단체들에 참가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의 제보로부터 입수된다. 이설 주장자의 설교나 강의를 담은 녹음 파일 혹은 영상, 문서, 저서들이 주된 연구자료가 된다. 국제종교문제연구소나 교회와신앙 같은 언론에 이런 자료가 수집될 때에는 함께 취합하여 한국교회에 이첩한다. 한편 개별 교단에 접수된 이단 제보는 각 교단 산하 이단대책위원회에서 취합하고 연구 분석에 들어간다.
 

② 접수된 자료는 일차적으로 이단대책위원회 전문 위원이나 연구를 맡은 위원들이 검토한다. 그리고 이단대책위원회에 회부하여 전체위원회에서 검토한다.
 

③ 이단성이 명백하게 드러난 경우이면 이단대책위원회에서 총회로 상정한다.
 

④ 그러나 교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간혹 위원회에서 검토하기는 했지만 ‘신학적으로 미묘하고 복잡한 사안일 경우’에는 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신학대학원 연구회’로 연구를 의뢰하기도 한다. 대책위원회는 그 연구를 종합하여 총회에 상정하도록 한다.
 

⑤ 총회는 이단대책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회의에서 결의하고 교단에 보고하여 총회에서 이단을 규정한다.
 

불건전하거나 이단성이 있을 때에는 ‘주시’(주의하여 지켜봄)혹은 ‘집회참여금지’ à ‘사이비성 있음’ à ‘불건전단체(운동)’ 혹은 ‘이단성 있음’ à ‘이단’, ‘사이비’ 등의 단계로 강화하며 규정한다.
 

물론 이 중에서 어떤 규정 레벨에 속하더라도 각 교단들은 교단 산하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그러한 단체들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게 되어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교회의 순수성을 보존하고 성도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함이다.
 

어떤 단체가 이단 규정을 하든지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신력이다. 공신력 없는 기관이나 편협한 개인의 이단 규정은 오히려 혼란과 불신만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단규정에 교리적 문제와 윤리적 문제가 있는데, 이단 규정의 본질은 교리적 문제이다. 많은 이단들이 비윤리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단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이 교리와 상관이 없다면 윤리적인 문제는 일반적인 범죄에 해당되는 것이다. 만일 그 비윤리성이 교리와 연결되어 있다면 그것은 고려할 문제라는 점에서 보아도 이단 규정의 본질은 교리적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