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하 목사 / 우물가선교회 대표

   ◆  안식년의 필요성

안식년을 갖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볼 때 어찌 보면 교역자 일부에게나 해당되는 사치스런 넋두리처럼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안식년을 갖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의무이다. 마치 주일을 성수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권리이자 신성한 의무인 것과도 흡사하다. 왜 안식년이 정말 필요한가? 주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목회자를 위해서이다. 한국의 목회자는 일단 사역이라는 전쟁터(?)에 들어서면 코피를 흘리지 않을 수가 없다. 스스로의 의지로 서거나 속도를 줄일 수가 없다.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외적인 성장과 내적인 성숙을 교차적으로 요구하신다고 믿는다. 물론 성장과 성숙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성장의 시기엔 성숙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고 성숙의 시기에는 성장이 소홀히 취급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성장과 성숙을 한꺼번에 얻으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인지도 모른다. 성숙 없는 성장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처럼 위험하다. 그러므로 일정기간 성장을 추구했다면 다음 순간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어 서서 성숙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안식년은 지치고 피곤한 몸에 쉼을 주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성숙을 이루는 데 매우 적절하다. 

나는 피곤하고 지쳐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역의 한계에 부딪혔다.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나는 교회에 안식기간을 요청했다. 교회는 나에게 교회가 정한 규정을 따라 3개월 간의 안식 기간을 허락해 주었다. 나는 한 조용한 기도원으로 올라갔다. 그곳의 3개월은 내 일생의 대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하나님에 대해서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한 하나님에 대한 나의 인식은 나를 긴장시키고 불안하게 만들뿐 쉬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러니 쉽게 지치고 피곤할 수밖엡. 게다가 회복은 더뎠다. 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내가 이처럼 하나님과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버지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하셨다. 

하루는 내가 답답한 가슴을 끌어안고 끙끙대며 기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장면이 환상 가운데 펼쳐졌다. 그것은 과거의 한 장면인데 폭력적인 아버지를 향해 ‘왜 아버지께서는 칠순을 넘기고서도 맨 날 어머니를 야단치세요? 제발 싸우지 좀 마세요!’ 라며 대드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아버지는 나를 야단치시기는커녕 온유하고 겸손하게 ‘알았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였다. 그 순간 아버지와 하나님이 하나로 겹쳐졌다.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자유로워졌다. 말씀도 잘 깨달아졌고 기도도 잘 되었다. 당연히 성령으로 충만해졌다. 나는 마음이 뜨거워졌고 나의 약함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전하는 사람으로 변화되어 갔다. 또한 꿈과 비전을 가슴에 새겨 주었다.       

◆  알찬 안식년을 위하여           

첫째, 쉬는 것도 아니고 안 쉬는 것도 아닌 사람들이 있다. 노심초사하여 안식년 동안에 안식하지 못하고 염려하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이다. 하나님께서 일하실 것을 믿고 안식년 동안에는 일을 손에서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둘째, 쉬다가 마는 안식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충분히 쉬었다고 해서 안식년을 성실하게 보낸 것은 아니다. 충분한 휴식과 함께 성숙의 은혜를 경험해야 한다. 그러자면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개구리가  더 멀리 더 높이 뛰기 위해 몸을 움츠리는 것이라면 칭찬 받아 마땅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