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상황에서 목회자가 일년 동안 교회를 비우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일년 동안 비우고 돌아온 목회자와 새롭게 호흡을 맞추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지만 일반 신도들이 목회자들의 긴 안식년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의용 장로(교회문화연구소 소장)는 “목사의 안식년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성도들이 쉬지 못하는 가운데 목사만 쉰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적인 안식을 갖는 것이 좋다” 고 말한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안식년은 무엇인가? 일단 안식년을 1년으로 고집하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안식년을 6개월 혹은 한 달 단위로 갖는 방법을 목회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김우생 목사(성서침례교회)는 안식년을 일년 중에 한 달을 쉬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교회 사정상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쉬면서 선교지를 돌아본다. 선교사역지를 돌아보면서 나를 돌아보고 자료 수집도 하고 목회를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한다. 물론 이 기간이 길지 않지만 교회 사정상 이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일산홍익교회 손철구 목사도 교회 사정상 한달 동안 초대교회 현장을 탐사하는 것으로 안식년을 대신했다.

“한달 동안 초대교회 현장을 탐사했다. 성경의 역사현장을 보는 것은 설교와 목사의 실제적인 영적 충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김태영 목사(진주영락교회)는 6개월의 안식년을 보냈다. 그는 안식년 동안 종교개혁지를 탐방했다.

“목회자가 효과적인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선 교회 주변을 맴도는 것 보다 일단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를 떠나지 않는 안식은 스트레스를 그대로 떠 안고 있는 것이다” 며 “안식년을 가질 때 교인들에게 설교 시간에 ‘제가 공석이어서 우리 교회가 엉망진창이라면 이 교회는 김태영 교회이지 하나님의 교회는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고 말했다.

담임 목사는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이다. 부교역자들에게는 안식년이란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다.

부사역자들도 안식년을 갖는 교회가 사랑의교회(옥한흠 목사)이다. 담임목사가 1년의 안식년을 갖고 부교역자들은 3개월의 안식년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부교역자에게도 1년의 안식년을 주었다. 하지만 사역에 지장을 초래하자 6개월로 줄였다가 지금은 3개월의 안식년을 갖고 있다. 또한 교회 사역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식년을 갖되 6, 7, 8월에 안식년을 갖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안식년을 가질 경우 충분한 계획을 갖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적어도 쉼을 통해 재충전은 물론 앞으로의 목회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안식년을 가질 때에는 다양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가장 우선되는 것은 목회자가 그 동안 걸어온 목회사역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 다음은 영성훈련을 위한 프로그램 참여나 기도원에서의 깊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재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목회자의 안식년은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관계를 다시금 친밀하게 하고 신세진 집안과 친척들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여유가 된다면 여행이나 선교지 방문, 종교개혁지 탐방을 통해 새로운 견문과 쉼을 가질 수 있다.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는 박물관이나 음악회를 다니면서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었으며 안식년에는 아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산골에 들어가 있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취미 생활이나 목회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기회가 바로 안식년이다. 뿐만 아니라 목사의 지친 육체를 치료하기 위해 안식년은 필요하다.

물론 재정자립 등 기본적인 문제로 목회자의 안식년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교회들이 많은 것이 한국교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목회자 안식의 절실함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인식과, 현실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혜롭게 시행해보려는 목회자와 교회의 의지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