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길 목사 / 장로회신학대학교 객원교수

예수님께서는 생애 마지막 때쯤, 제자들을 데리고 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으로 가셨다. 왜 그처럼 중요한 시기에 제자들을 데리고 그곳에 가셨을까? 우리는 간단하게 제자들에게 신앙고백을 시키려 가셨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본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먼저 본문을 순서대로 살펴보자. 가이사랴 빌립보 지경에 도착한 주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셨고,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고 고백했다.

이 고백을 들으신 주님께서는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하셨고, 이어서 천국 열쇠를 주리라고 말씀하시고, 자신이 십자가에 죽으실 것을 말씀하셨다.

이처럼 본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앙고백을 시키는 것이 그곳에 간 주된 목적이 아니라, 그보다 더 중대한 일을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시기 위함이었다. 이 때는 시기적으로 주님의 수난이 가까웠던 때이다. 주님께서는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날 것을 아시고(마 16:21), 자신이 떠난 후에도 구속 사역은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역을 이어갈 기관을 설립해야 할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것은 곧 교회를 세우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 사도는 후에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 즉 그리스도의 활동성이라고 해석하였다.

그곳에서 주님은 교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셨다. 교회를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반석이다. 물론 교회의 터는 예수 그리스도 외에 누구도 아니다. 그러나 이 땅에 기초는 어떤 사람들 위에 세워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본문에서는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운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반석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로마 천주교회와 개신교의 해석이 달라진다. 천주교에서는 베드로라고 주장하여, 지금도 교황은 열쇠를 손에 쥐고 다닌다. 그러나 반석이란 중성명사(petra)로서 반석 자체를 말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영어에서 만약 어떤 사람이 남자(he)에게 말하면서, 그녀(she)라고 불렀다면 그보다 실례되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주님께서 남성과 중성 명사를 구분 못하여 베드로를 가리키면서 중성 명사를 사용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중성 명사를 사용하여 말씀하셨을 것인데, 중성 명사로 사용된 반석은 누구를 가르키는가? Eduard Schweizer 박사는 본문을 아람어로 읽는다면 다음과 같이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I say to you, yes to you, Peter: upon these rocks….” 그의 주장에서 특별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수’에서 ‘복수-반석들’로 읽는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반석’은 단순한 신앙고백은 결코 아니란 사실이다. 베드로 한 사람만도 아니다. 반석은 베드로를 중심으로 한 ‘신앙을 고백한 제자의 무리’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 베드로의 고백을 그의 개인적인 고백으로 보기보다는 제자들을 대표해서 드린 고백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기초가 되는 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도 아니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도 아니라, 진실로 주님을 그리스도요,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신분이나 위치나 학벌이 무엇이든지 간에 주님을 바르게 고백하는 사람들이 오늘 교회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이 점을 주님은 처음부터 제자들에게 철저하게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초대교회는 이 진리를 바르게 지켰다.

다음엔 교회의 설립자의 문제이다. 18절에 가장 강조된 단어는 ‘내갗, ‘나의 교회를’, ‘내가 세운다’는 말이다. 여기서 강조된 인칭대명사나 소유격은 교회를 세우는 분이 누구며, 그 교회는 누구의 소유냐는 질문에 대한 분명한 대답인 셈이다. 교회를 세우는 분도 주님이시요, 교회의 주인도 주님이시다. 어느 인간도 아닌 점을 주님은 철저하게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셨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들은 교회를 사랑하는 것을 주님을 사랑하는 것으로 알았고, 교회를 섬기는 것을 주님을 섬기는 것으로 알았다. 교회를 위하여 죽는 것을 주님을 위하여 죽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그들은 순교하였다. 그리고 온 세상에 교회가 주님 안에서 하나 될 수 있었다.

오늘날은 어떤가? 교회의 주인이 사람으로 둔갑한 지 오래다. 목사가 교회 주인이 되든지, 아니면 장로들이 교회 주인이 된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는 교회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또 창립 주일만 되면 교회를 세운 사람들, 소위 교회의 주인들을 위한 잔치가 벌어진다. 말로는 아니라고 모두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교회 주인으로 행세하는 사람들이 교회 안에는 너무나 많다. 라오디게아 교회는 주님을 교회 밖으로 몰아내고 자기들만의 잔치를 계속하면서, 그래도 라오디게아 교회의 주인은 주님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었을 것이다. 오늘의 교회들은 라오디게아 교회를 여러모로 많이 닮았다.

영국 BBC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로 엮은 ‘이슬람(Islam)’이란 CD를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감명을 주는 것은 마호멧의 사상이다. 그는 죽으면서 자기가 경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고 오직 한 하나님 알라만 경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곤 자기 얼굴을 절대로 그려서도 안 된다고 유언을 했다. 그 후 이슬람들은 모하멧의 모습을 그리되 얼굴은 그리지 않고 하얗게 빈 공간으로 두었다. 이것이 이슬람들이 한 신(神)을 중심으로 하나 될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슬람들은 강력한 통일된 힘을 온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중세 시대에 예수님의 대신에 교황들의 얼굴을 그려 넣고 싶어 못 견뎌 할 때, 마호멧은 모든 신도들의 얼굴을 오직 유일신 알라를 향하게 함으로, 그들은 기독교 세계를 말없이 정복해 나갔다. 오늘의 현실에서 교회가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주님의 교훈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들이 교회의 주인이 되면 교회는 부패하고 말라져 죽어가게 될 것이다. 사람은 교회 설립자도 아니고, 교회의 주인도 아니다. 오직 주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