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식 교수 /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영성훈련에 임하는 자세

영성 훈련의 목적은 하나님을 발견하고, 우리가 체험한 하나님안에서 참 자기를 실현해 나가는데 있다. 참 자기를 회복해 나가는 우리 내면의 여정은 한평생 동안 지속되는 여정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영성 훈련에 임할때, 미래에 우리가 하나님안에서 온전한 존재가 되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소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소중한 영적 사실이 있다.

그것은 미래에 우리가 온전한 모습을 회복하게 되겠지만 바로 지금 우리가 더 깊고, 더 좋고, 보다 온전한 존재로 이미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영적 훈련은 우리로 하여금 바로 그러한 영적 경험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되는 과정 속에 있는 우리가 어떤 영성 훈련에 임할 때 가져야하는 기본적인 마음의 자세가 있다. 그것은 영성 훈련을 통해서 “내가 나를 완성시킬 것이다” 또는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나를 만들겠다”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성 훈련의 관심은 내가 하나님의 손안에서 얼마나 온전한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내가 되기 원하는 내가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안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에 의하여 변화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활짝 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열려져 있음을 고백하고 선언하는 것은 우리 마음의 자세가 하나님께 쓰여 질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그렇게 우리 자신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언제 우리가 영적이 되는가? 그것은 내가 하나님께 열려져 있음을 고백할 때이다. “하나님! 제가 당신 앞에 쓰임 받기 위하여 섰습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당신이 보시는 대로,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쓰시옵소서.” 이것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기본적인 자세이다.

사무엘의 기도는 하나님 앞에 열려진 자세의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사무엘의 기도에서 보듯이 우리 모두는 잠을 잔다. 잠을 자면서 우리는 우리의 잠을 깨우는 놀라운 음성이나 꿈들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들의 밤에 우리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수많은 꿈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그럴 때 우리의 반응은 “주님! 여기 있습니다. 말씀하옵소서”라는 것이어야 한다. 이와 동일한 자세를 사무엘에게서 볼 수 있는데, 그의 고백은 이런 경험을 했을때 분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성경 내용 속에서 이것을 돕는 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엘리 제사장이다. 엘리가 뭐라고 말하는가? “다시 잠자리로 가라”고 한다. 그리고 잠자리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면 “말씀 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네가 거기서 진정한 목소리를 들으면, 그것을 하나님의 진정한 메시지로 알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관심을 갖고 주목해 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엘리가 사무엘을 보내면서 엘리는 사무엘에게 밤에 깨어 있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서 다시 잠자리에 누우라고 한다. 이 말은 ‘하나님이 너에게 말하고자 하신다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너의 삶의 상황에서 말씀하신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니 다시 가서 누우라고 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원하는 곳이나 우리가 되어지기를 원하는 곳에서 우리를 찾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하나님이 우리를 찾고자 하는 곳에서 우리를 찾으신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을 찾기보다 우리는 하나님께 발견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영적 훈련의 일차적인 목적은 우리가 하나님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리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찾으시도록 하는데 있다. 우리는 우리가 능동적으로 하나님을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에 영적 훈련을 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영적으로 민감해지기 위한 최상의 길은 하나님의 임재 앞에 열려져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 우리의 주도권을 양도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계속해서 주도하시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을 신학적 또는 형이상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의 첫 단계에서, 우리는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하나님이 어디 계시는가라고 생각한다. 주일학교 학생들도 그 답을 안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신다. 하나님은 무소 부재하시며 전지전능하신 분이시다. 이것이 영성의 가장 기본적인 서론이다. 여기서의 질문은 철학적 질문이다.

신앙의 두 번째 단계의 질문은 내가 어디서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것이 영성의 두 번째 단계이다. 이것은 수덕신학(修德神學)이 된다. 이 단계에서는 찾는자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더 이상 하나님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질문의 초점은 찾는 자, 나에게 있다.

매우 수덕적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특별히 기대되어진 장소에서’, ‘특별히 구별되어진 장소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우리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앙의 세 번째 단계의 질문은 하나님이 어디서 나를 찾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것은 신비신학의 질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내가 어디서 하나님을 만났다고들 한다. 그런데 신비가들은 말하기를 “내가 누구길래 내가 어디서 하나님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한다. 이것은 영적 탐구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다. 이렇게 말할 때 이들은 무엇을 염두에 두고 말하고 있는가? 우리가 하나님을 찾는데, 하나님은 우리의 노력의 결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열려 있고 받아들일 자세가 준비되어 있으면 하나님이 나를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 찾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나를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하나님이 찾으시는 부족하고 겸손한 자일 뿐이다. 우리의 영적 탐구의 본질이 무엇인가? 그것은 매우 철학적일 수 있고, 깊이 수덕적일 수 있고, 또한 겸손히 신비적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열어 놓아야 한다. 완전히 우리 자신을 열어 놓아야 한다. 이러한 열려진 기도의 경험은 이 세 번째의 태도이다. 내가 하나님을 찾는다, 또는 내가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 힘이 있다거나 하나님을 분석할 수 있다는 자세에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찾으시도록, 나를 겸손히 열어드리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하나님 앞에 열려진 겸손한 심령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심령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예배하는 자들에게 바라시는 심령일 것이다. 바로 이 겸손한 심령은 우리가 영성 훈련에 임하는 자세이며, 또한 영성 훈련의 과정을 통해 성령님이 우리 안에 회복시켜 주시는 심령이다.

영성훈련의 실제

지금까지 3주에 걸쳐서 영성훈련이란 무엇인가? 영성훈련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그리고 영성 훈련의 자세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영성훈련의 기본정신과 원리, 그리고 영성훈련의 바른 자세에 입각하여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영성을 계발할 수가 있을 것인가? 다양한 영성 훈련이 있지만 교회와 신앙의 독자들에게 렉치오 디비나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렉치오 디비나는 원래 수도원의 환경에서 발전된 관상기도의 방법이다.

많은 영성 훈련들 가운데서도 렉치오 디비나는 말씀을 강조하는 우리 한국 교회의 실정에서 매우 유익하고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는 훈련이라고 여겨진다. 렉치오 디비나(Lectio Divina)는 ‘거룩한 읽음’이라는 뜻인데, 우리의 눈과 생각만을 가지고, 말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전 인격으로 말씀을 읽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말씀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한 읽음이 아니라 말씀을 통해 살아 계신 하나님과의 만남(encounter)을 갖기 위한 읽음이다. 이 거룩한 독서에서 우리는 능동적으로 거룩한 말씀을 듣지만, 들은 말씀을 자신이 이미 아는 어떤 개념이나 사상으로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생각들을 비워 내면의 공간에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그 말씀을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만남을 가져보고자 하는 것이다. 렉치오 디비나는 우리 기독교의 영성 전통의 영성 훈련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훈련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렉치오 디비나를 다양하게 실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경이 많이 보급되기 이전에 수도원에서는 말씀을 맡은 이가 정해진 성경말씀을 반복하여 읽어주고, 수도사들은 말씀을 반복하여 듣는 가운데 자신에게 주어지는 말씀을 경험하면 그 말씀을 가지고 각자의 방으로 가서 묵상을 계속해 나갔다.

오늘날 떼제 공동체에서는 성경 말씀을 읽거나 간단히 말씀을 증거한 후에는 침묵가운데 한참 동안 말씀과 함께 머무르도록 한다. 떼제 공동체의 찬양에도 렉치오 디비나의 정신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떼제의 찬양은 간단하고 영감 있는 노래를 반복함으로써 찬양가운데 노래가 우리의 중심에 내려와서 우리의 중심에서 영으로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도록 한다. 렉치오 디비나를 다양하게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개인이나 공동체가 쉽게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