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 교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 최은수 교수

 성지순례의 세 가지 패턴

 현재까지 성지순례는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뉘어 진행되어 왔다. 하나는 이스라엘과 그 주변 국가들에 산재한 유적들을 탐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서 터키, 그리스, 그리고 이탈리아 로마 등 지중해 지역을 돌아보는 코스다. 마지막으로 유럽종교개혁 현장을 둘러보며 16세기 종교개혁의 정신을 함양하는 여정이다. 아직 이 세 여정 중에 한 곳도 방문해 보지 못한 분들도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왠만한 목회자와 성도들 가운데는 이미 세 곳을 모두 섭렵했거나 중복해서 다녀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 수도인 예레반의 도심 중앙에 위치한 국립 역사박물관의 모습

새로운 성지순례 패턴: 아르메니아

▲ 예레반의 상징과 같은 케시케이드

필자는 이번에 아르메니아를 탐방하면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모든 한국인 기독교인들에게 신선한 역사 현장을 소개하게 되어 설레고 기쁘기 그지없다. 필자가 지금까지 연재하면서 밝혔듯이, 아르메니아는 성경과 교회 역사의 땅이다. 아르메니아는 에덴동산이 위치했던 가장 유력한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이다. 아르메니아는 대홍수 이후 노아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신인류의 기원이 된 명소이고 그들의 정취가 유구한 역사와 함께 묻어나는 현장이다.

여기는 노아의 방주가 다다랐던 아라랏산의 정기가 서린 성경의 땅이다. 이곳은 노아의 식구들이 포도농사를 최초로 시작한 들판이며 하나님의 자녀들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문화명령이 실현되고 확산된 성지다. 여기는 사도들로부터 복음을 받고 순교자들의 거룩한 피로 기반을 다져서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로 우뚝 선 명소다.

▲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의 본산인 에치미아진의 전경

아울러 아르메니아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 정서적으로 다방면에서 한국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차고 넘치는 나라이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뉘어 대치하듯이 아르메니아도 이슬람권인 터키와 아제르바이잔과 대치하며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은 주변 강대국들의 침략과 억압 속에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살아왔고 국가의 주권을 잃기도 했으며 수많은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양산해 왔다. 그런 연유로 양국의 전통 음악은 한이 서려서 듣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 코르 비랍, 작은 아라랏, 큰 아라랏 전경

한국인 기독교인들이 아르메니아 교회 역사 탐방, 즉 성지순례를 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유익한 내용들이 있다.

▲ 세반(검은) 호수에 자리잡은 세바나방크 수도원

첫째로, 돌에 새긴 십자가(카치카르-Khachkar) 문양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파악하면 유익하다. 둘째로, 아르메니아 교회당과 수도원 건물들은 아라랏산에 십자가를 얹은 건축양식이라는 점이다. 아르메니아 성지순례는 많은 곳을 방문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선택과 집중으로 유사하고 중복되는 장소를 피하는 가운데 쉼과 여유에 무게를 둠이 좋다고 본다. 아무리 유서깊은 교회라도 건축양식이나 내부의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에치미아진 대교회를 방문하고 다른 교회들은 여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배경과 자연경관 위주로 탐방함이 효과적이라 본다.
 

7일의 아르메니아 성지순례를 제안하며

▲ 게하르드(창) 수도원의 전경

필자는 아르메니아 성지순례의 기간을 최소 7일 정도로 함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목적을 쉼, 안식, 그리고 영육간의 힐링에 둠이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1일은 도착하여 여독을 풀면서 산책하듯이 예레반 시내를 둘러 봄이 무리가 없다. 여유를 가지고 도심에 있는 아르메니아 역사 박물관, 아르메니아 고문서 보관소, 조명자 그레고리 기념 예배당 등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말이다.

2일은 에치미아진과 그 주변을 살펴보며 교회의 내부와 외부를 주의 깊게 살피고, 박물관을 둘러보며 아르메니아의 보물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묵상함이 좋겠다. 아울러 에치미야진 본산의 경내에 세워진 구조물들을 살피면서 걷는다. 시간이 되면 오후에 코르 비랍으로 가서 깊은 굴 속을 경험하고 웅장한 아라랏산을 관망한다.

▲ 이교신을 섬겼던 가르니 신전.

3일은 세반호수로 가서 세반 반도에 세워진 수도원을 방문하고 주변의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아르메니아 전통 음식도 맛보고 세반호수에서 잡은 생선요리도 맛보고 말이다. 여건이 되면 배를 타고 호수를 돌아볼 기회를 가져도 좋다.

4일은 아라랏산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는 아라갓츠 산을 올라가서 앰버드(Amberd) 요새와 바라마샌 교회(Vahramaschen Church)를 둘러보고 거기서 아라랏산을 관망하며 새로운 각도에서 보는 즐거움을 누린다. 그리고 계곡물에 손과 발도 담그고 말이다.

▲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추모하는 조형물

시간이 되면 산 정상으로 가서 녹지 않은 눈을 보는 것도 좋다. 아울러 아라랏산이 한 눈에 보이는 탁트인 레스토랑에서 아르메니아 전통 음식도 음미한다. 하산하면서 아르메니아 대학살 추모 공원에 들러서 돌아보는 것도 좋고 거기서 아라랏산을 바라보는 색다름이 있다.

5일은 아르메니아 고산지대를 방문하여 깊은 자연을 만끽한다. 제르묵, 고리스, 다테프 등이 대표적이다. 전부 다 방문할 필요는 없고 취향에 맞게 선별해도 되겠다.

6일은 게하르드 수도원과 아자츠계곡을 만끽함이 좋다. 시간이 되면 가르니도 들르고 말이다.

▲ 전통적인 방식으로 화덕에 빵을 굽거나 고기를 익힌다.

7일은 출발 시간에 맞추어 상황에 따라 하면 된다. 참고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사나힌과 헤그파트 수도원들을 돌아보기 원한다면 계획을 잘 조정하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대략적인 일정이고 개인과 단체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으니 신축적으로 적용하면 된다. 실질적으로, 아르메니아의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다른 성지에 비하여 부담없이 순례를 할 수 있으며 쉼과 여유 또한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아울러 이웃나라인 조지아와 연계하여 아르메니아 이후 일정을 잡을 수도 있다. 필자는 교회사적 관점에서 정보만 제공할 뿐 구체적인 순례 계획에 대해서는 독자 제위의 재량에 따라 선택하면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