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총회장 한명수 목사) 은급재단(이사장 임태득 목사)의 20억원 대출건을 의혹에 찬 눈으로 보고 있던 총회 임원회가 강경한 입장을 본격적으로 표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예장 합동 총회회관

합동측 총회 임원회는 은급재단이 최춘경 씨(한국태고종 극락사 대표, 새소망중앙교회 권사)에게 20억 원을 대출해 준 것과 관련, 오는 6월 23일 오후 2시 총회회관에서 정책실행위원회를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 추궁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출 담보 물건이 부족하다는 감사부 평가에 따라 총회 임원회가 은급재단 이사들에게 6월 9일까지 직접 재정보증을 하라고 요구했으나 이에 대해 은급재단측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데 따른 조치인 것이다.

한명수 총회장은 “은급기금 20억 원을 대출해 준 데 대한 책임을 묻고 어떤 방법을 쓰든 그 돈을 회수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총대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급재단 이사장 임태득 목사가 차기 총회장 선출을 앞둔 부총회장이라는 점 때문에 총회 정책실행위원회가 단호한 해결책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회의적 시각에 대해서도 한 총회장은 “현직 총회장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신 장로부총회장도 “이번 대출건은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은급재단 이사회가 20억 원을 책임지지 못하면 경우에 따라 소송으로 갈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총회 임원회측의 이 같은 강경 입장과 별도로 합동측 서울노회와 서대전노회가 봄 정기 노회 때 ‘은급재단 20억 원 대출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총회에 헌의키로 결의해, 이 건이 9월 총회의 핫이슈가 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급재단 대출건이 악화일로의 추이를 보일 경우 임태득 부총회장의 총회장 인준 문제를 놓고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대전노회의 한 관계자는 “노회원들이 ‘은급재단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납골당 사업에 독단적으로 대출을 감행했다’는 비판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며 “헌의는 두 개 노회가 했지만 합동측 대부분의 노회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급재단 임태득 이사장은 “6월 23일까지 어떻게든 20억 원을 회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은급재단이 ‘문서상으로는’ 한국불교 태고종 극락사의 토지 등을 67억 원에 매입한다는 매매계약을 했고 그 예약금으로 20억 원을 극락사와는 무관한 최춘경 씨 등 개인에게 지급한 사실을 감사부가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대출건의 실체적 진실에 관한 의혹을 더해 주고 있다.

▲ 은급재단이 매매예약을 한 한국태고종 극락사의 납골당

감사부의 한 관계자는 “은급재단이 극락사를 67억 원에 사기로 매매계약을 했으면 극락사 대표에게 20억 원을 주는 게 상식인데 그 당시 극락사와는 상관없는 최춘경 씨 등에게 입금을 하고 차용증을 받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은급재단이 20억 원을 최 씨 등에게 지급한 시기는 지난해 10월 25일과 11월 11일 두 차례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극락사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최 씨가 극락사의 대표가 된 것은 돈을 받은 이후인 11월 14일이다. 이 같은 일 처리의 배경에 의문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은급재단이 극락사 매입을 통한 납골당 사업에 은급기금을 사용한 것이 이번 20억 원 대출건의 본질인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이유는, 그 경우 은급재단이 ‘납골당 사업은 신학적으로 규명이 안 된 것이기에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87회 총회의 입장을 불과 한 달만에 무시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