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창균 교수 / 서울신대 신학전문대학원장

경건주의는 후대 개신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건주의의 영향은 신학의 양대 산맥인 자유주의 신학과 복음주의 신학 모두에서 발견된다. 종교적 체험을 강조한 경건주의 신학은 현대 자유주의와 복음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건주의는 서로 다른 신학적 흐름의 뿌리와 근원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경건주의가 이들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경건주의가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의 형성에 미친 영향은 두 가지 면에서 관찰될 수 있다. 첫째, 자유주의 신학 형성 배경을 통한 간접적 영향이다. 자유주의 신학은 현대사상, 특히 계몽사상에 적응하려는 신학적 노력의 산물이며, 그 사상적 배경이 된 것은 계몽주의, 경건주의 및 낭만주의였다. 경건주의는 계몽주의의 대표적 철학자 칸트의 신앙과 종교관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독일 낭만주의 운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낭만주의가 형식주의를 거부하고 개체성, 감정의 직접성 등을 강조한 것은 경건주의 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듯 경건주의는 칸트와 낭만주의 사상을 통해 자유주의 신학 태동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했다.

둘째,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직접적 영향이다. 자유주의 신학이 주관적이거나 경험이고 윤리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은 경건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경건주의는 자유주의 신학의 개조로 불리는 슐라이에르마허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경건주의에 접하게 된 것은 그 지류인 모라비안 교단을 통해서였다.

그는 모라비안 교단을 통해 회심을 체험했으며, 그 교단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경건주의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가 졸업한 할례대학은 한 때 경건주의의 총 본산지이기도 했다. 그는 만년에 이르러서도 자신을 “높은 서열의 모라비안 교도”라고 고백할 정도로 경건주의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슐라이에르마허가 종교의 정서적인 면을 강조하여 종교의 본질을 하나님에 대한 절대 의존 감정으로 간주한 것이나 종교와 철학을 철저히 구별한 것, 그리스도 중심적 신학을 주장한 것은 경건주의의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경건주의자들이 성경을 연구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접근한 것이나 성경의 문자가 아닌 저자에 대한 영감을 주장한 것은 자유주의신학의 성서 연구, 즉 역사 비평적 방법에 이르는 문을 연 것으로 이해된다.

경건주의는 정통주의가 교리에 치중한 나머지 신앙의 생동감을 잃게 되자, 죽은 정통에 도전하여 실천적 신앙과 삶에 역점을 두고 인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것은 “실천에의 매혹, 영적 경험에 대한 깊은 관심, 신앙의 심리학적 차원에 대한 열중”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도함에 있었다. 일부 경건주의자들은 교리나 신념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종교적 감정과 신앙 체험만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이렇듯 자제심을 잃어버린 경건주의, 신앙의 균형을 깨뜨린 경건주의가 인간 중심적 자유주의 신학의 도래에 한 몫을 한 것이다.

한편, 경건주의는 현대 복음주의의 뿌리요 유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렇다면, 경건주의는 복음주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그것은 경건주의가 이룩한 업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건주의의 가장 큰 공헌은 종교적 경험의 의미를 재발견한 것이다. 경건주의는 경험적 전통이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에서 표출된 것이다.

다양한 흐름의 경건주의와 경건주의자들을 하나로 결집시켜주는 공통 주제는 회심과 중생이었다. 그들이 추구한 것은 “새 사람과 새 인간성 그리고 인간 변화를 통한 세상의 변화”였다. 경건주의는 복음에 대한 뜨거운 수용, 믿는 자의 회심, 기독교적 삶 등을 역설했다. 그것은 엄격한 지성적 신학에 치우쳐 활기를 잃어가던 정통주의 교회에 뜨거운 개인적 신앙과 종교 체험에 대한 욕구를 자극시켰다.
 
경건주의가 재발견한 종교적 경험주의는 18세기 복음주의적 부흥운동과 그 후 전개된 개신교 신앙운동을 촉진하는 동인이 되었다. 특히 복음주의의 두 흐름, 즉 체험적 복음주의와 교리적 복음주의 가운데 전자에 더욱 그러했다. 전자는 복음주의의 본질을 종교적 체험으로 생각하여, 교리보다 경험을 강조하는 반면, 후자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에 토대를 둔 신학적 신념으로 정의하여 특정 교리를 복음주의의 징표로 생각한다.

체험적 복음주의는 16세기 종교개혁의 두 가문 가운데 루터의 열정적 신앙을 계승하여 17세기 경건주의 운동, 18~19세기 웨슬리 부흥운동과 대 각성운동 그리고 20세기 성결운동과 오순절 운동으로 이어지는 복음주의 흐름를 말한다면, 교리적 복음주의는 칼빈의 지성적 신앙을 계승하여 17세기 정통주의 신학, 18세기 청교도신학 그리고 20세기 근본주의 및 보수주의신학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말한다.
 
경건주의는 특히 미국에서 새롭고 비옥한 토양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미국 개신교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기도회와 성경공부, 음주와 흡연에 대한 금지, 회심과 회개에 대한 강조, 열정적 신앙을 구원의 토대와 중생의 증거로 간주하는 것, 불신자의 지옥 고통에 대한 경고 등은 미국 복음주의 교회에서 발견되는 경건주의의 유산들이다.

요약하면, 경건주의는 현대 복음주의의 뿌리요 유산이다. 복음주의는 회심, 중생, 거룩하고 경건한 삶 등을 강조하는 경건주의의 특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회심을 통한 하나님의 은총의 체험을 강조하는 것이 복음주의의 특징 가운데 하나며, 회심 체험의 본질을 해명하는 실천적 과제를 지향하는 것이 복음주의 신학의 특징이다. 경건주의를 빼놓고는 현대 복음주의와 교회 성장을 논하기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편, 복음주의자들은 교리나 신념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종교적 감정과 신앙 체험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자제심을 잃어버린 경건주의, 신앙의 균형을 깨뜨린 경건주의가 인간 중심적 자유주의 신학의 도래에 한 몫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