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눈치 때문엽, “자리가 불안해서” 포기
새로운 목회 준비 기간 갖는게 교회에 유익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는 21세기 첫해에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1년 동안 안식년을 가진 것이다. 이 목사는 안식년 동안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쉬면서 기도하고 회복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과 앞으로 10년 정도 사역을 더 할 수 있기 위해 좋은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 그리고 섬기는 교회의 미래를 구상 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런 세 가지 목표를 안식년 동안 제대로 실천했다. 목회자로서 잘 섬기기 위해, 또 자신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영성 훈련과 치유사역 관련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유럽과 남미의 선교지를 여행하고, 미국에 머물면서 세계교회의 흐름에 관한 것들을 관찰했다. 이 목사는 안식년에 계획했던, 한국교회목회자들의 영적 훈련을 위한 목회리더십연구소를 세워 운영중이다.

그러나 1년 동안 안식년을 보낼 수 있었던 이동원 목사의 경우는 정말 행복한 편에 속한 소수의 사례일 뿐이다. 한국교회 대부분의 목회자들에게는 이 목사와 같은 안식년을 갖고 싶은 것이 단지 희망사항뿐이다.

“목회자가 안식년을 갖는 것은 한국교회 상황에서 매우 어렵다. 여름에 2주간 휴가를 다녀오는 것조차 달갑지 않게 여기는 교인들이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태영 목사(진주영락교회)는 한국교회 성도들 중에는 목회자들의 ‘쉼’을 단순히 놀고 먹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목회자들이 안식문제를 교회에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 목사는 또 한편으로 거의 대부분의 교회가 목회자 중심의 의존적 구조 때문에 목사가 쉽게 쉼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목회자가 일주일 내내 다리 뻗고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 심방은 물론 교인들의 애경사와 교회의 각종 공식 모임들을 이끌다보면 새벽기도와 수요일, 주일 설교 준비할 시간조차 부족하다. 목회자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놓쳐버리면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문화연구소 이의용 소장은 목회자들의 안식 없는 사역이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을 병들게 한다고 지적한다.

“교역자가 성장하지 못하면 교회가 성장하지 못한다. 안식기간 없이 목회자들이 사역하는 것은 목회자의 영적·육적 건강도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안식년은 목회자들의 재충전 기간이고 새로운 목회를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목회자가 슬럼프를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교회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안식에 대해 교회 성도들만이 이해를 못해서 목회자들이 안식년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목회자 스스로의 불안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수서지구의 ㅅ교회 김완수(가명) 목사는 교회개척 8년만에 예배당 건축을 했다. 교회 설립 9년이 되었을 때 장로들이 김 목사에게 설교 내용이 너무 진부하고, 했던 설교를 반복해 교인들이 수근거린다며 안식년을 갖고 미국에 가서 재충전을 하라고 권했다.

김 목사는 그 소리를 듣고 안식을 갖는 대신 곧바로 40일 금식에 들어갔다. 금식이 끝난 뒤에 김목사는 다시 강단에 섰다. 장로들의 항의가 곧바로 들어왔다. 금식을 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안식년을 통해 재충전을 해서 성도들에게 풍성한 꼴을 달라는 것이었다며 안식년을 가지라고 재차 권면했다.

결국 김 목사와 장로들의 갈등으로 김 목사 친척되는 한 장로 외에 나머지 장로들은 다른 교회로 출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김완수 목사가 안식년을 갖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다. 부교역자들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식년을 보내고 정작 교회에 복귀하지 못한 동료 목회자들의 선례 때문에 주저한 것이다.

김우생 목사(성서침례교회)는 “한국에 담임 목사가 장기간 비어 있는 것은 한국교회 상황으로는 어려운 문제다”며 “신실한 동역자가 윤리적으로 좋은 관계성 가운데 있어야 장기 안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적절한 안식년 기간 안배가 필요하다고 김 목사는 지적했다.
쉼의 문화가 없는 한국교회는 그저 성장일변도로 달려왔다. 목회자들에 대한 요구 역시 철저한 헌신뿐이다. 이제 목회자들을 좀 쉬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