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길 목사 / 장로회신학대학교 객원교수

무덤에서 돌아온 여인들은 아직 금요일 해가 지기 전에 주님에게 마지막 사랑의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장으로 달려갔다. 금요일 저녁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에 매우 값비싼 가루로 된 향유(aromata)와 연고로 된 향품(myra)을 미리 사두기 위해서였다. 주일 아침 일찍 가서 시신(屍身)에 바르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둔 것이다(눅 23:55∼56).

주일 아침, 안식일이 지난 첫날이 되었다. 아침 일찍 이 여인(다른 복음서엔 여인들)은 준비한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녀가 발견한 것은 참으로 놀랍고도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장정 스무 사람이 밀기도 힘든 돌이라는데, 무덤은 열려 있고, 그런 돌이 멀리 던져져 벌렁 누워 있는 게 아닌가? 그녀는 그 돌을 번쩍 들어 던진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여인은 무덤 안으로 들어가 자기가 보아두었던 시체 있는 곳으로 가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놀란 여인은 베드로와 사랑하는 제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겠다는 일념으로 달음질 쳤다. 

두 사람도 당황하여 무덤으로 뛰어 왔다. 요한이 먼저 당도했지만 무덤에 들어가본 사람은 베드로이다. 베드로는 시체가 놓였던 자리에 세마포만 그대로 놓여 있고, 마치 산 사람이 잠을 자고 세마포를 그대로 정리하고 떠나간 것처럼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빛과 열이 물과 공기 사이를 뚫고 나가듯이 주님의 시체가 그처럼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이때 베드로나 요한이 예수님의 부활을 믿었을까? 우리 성경엔 “그 다른 제자도 들어가 보고 믿더라”(요 20:8)고 번역되었다. 이상한 것은 그 다음 구절이다. “저희는 성경에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야 하리라 하신 말씀을 아직 알지 못하더라”고 기록했다

. 8절에 믿었다는 말과 9절에 믿지 못했다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까? 그리고 10절에는, 이들은 아무 말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 칩거했다고 되어 있다. 왜 그랬을까? 정말 이들은 부활을 믿은 것일까, 믿지 못한 것일까?

이 본문은 해석하기가 참 어려운 곳이다. 베드로가 세마포를 본 후에 사랑하는 제자가 따라 들어가 “보고 믿었다”고 된 이 말은, 마리아가 말한 대로, 무덤이 열리고 시체를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믿었다는 것인지, 정말 주님의 부활을 믿었다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많은 학자들은, 요한은 주님의 부활을 믿은 것으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가고 무덤엔 마리아만 남아 있었던 것일까?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울면서 무덤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예수님 시체가 뉘었던 곳, 하나는 머리 편에 하나는 발 편에 천사들이 있는 모습이 보였지만, 부활은 상상도 못했다. 마침내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고 말하고, 주님께서 “마리아야” 하고 자기 이름을 부르실 때 비로소 예수님이신 것을 발견한다.

누가복음에서도 빈 무덤도, 천사의 말도, 이에 상응하는 예수님의 말씀(8절)에 대한 반복적인 회상도 그의 부활에 대한 믿음으로 이끌어가지 못한 것으로 되어 있다. 누가복음 24장 12절에 “보니”란 말은 현재형이다. 다른 동사는 다 과거형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만은 “그는 보다”고 현재형으로 되어 있다.

이 말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보고 또 보았다’는 말이다. 거기 놓여 있는 세마포를 보고 또 보고도 그들은 믿어지지 아니해서 기이히 여기며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는 말이다.

마태복음을 제하고는 마가복음까지도 빈 무덤이나 세마포까지도 부활의 증거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부활의 유일한 증거는 살아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난 막달라 마리아로부터 시작된 것을 성경은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대 크리스천들은 예수님의 무덤 자리도 정확히 보전하지 안았으리라. 아니 예수님의 무덤을 소중하게 간직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복음서에서 말하는 부활의 결정적인 증거는 무엇인가? 그건 빈 무덤도 아니고, 공기가 빠져 나가듯 시신이 빠져 나가고 그대로 놓여 있는 세마포도 아니다. 결정적인 부활의 증거는 부활하신 주님과의 직접적(Psychically)인 만남이다.

누가복음이나 요한복음에서 이 사실을 강조하는 이유는 부활을 경험하지 못한 이방인들이나 크리스천 2, 3세들에게 부활을 삶으로 증거하기 위하여 이점을 강조했을 것이다.

물론 빈 무덤과 세마포가 부활의 중요한 증거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초대 기독교는 거기에만 매달려 있지 않고, 그 넘어 부활하신 주님과 만난 경험을 더 강조했다는 말이다. 

이 사실은 제자들로 하여금 무덤에나, 예루살렘에 머물지 않고 세계 방방곡곡으로 흩어져 복음을 전하도록 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들의 가는 곳마다 주님이 함께 계심을 믿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빈 무덤이 아니고 세마포도 아닌, 살아서 지금도 믿는 자를 만나주시고 함께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굉장한 힘인가?

그렇기 때문에 감옥에서 혼자 있을 때도 두렵지 않고, 산헤드린 공의회 앞에 혼자 섰을 때도 불안하지 않았다. 바울은 14일간 풍랑 속에서 죽음을 경험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풍랑 속에도 주님이 계신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만났다. 부활하신 주님은 바로 지금 자기 옆에 계심을 믿는 신앙이 초대교회 신앙이었다. 

요즘 한국교회가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 함께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강조하기보다는 다시 성전을 강조하게 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들의 신앙이 부활하신 주님과의 교제가 아니라 장소 중심의 종교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죽은 믿음으로 뒷걸음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 결과 교회 안에서는 신자이지만 교회 밖에 나가면 무신론자로 산다. 초대교회 제자들처럼 주님이 오늘 목회 현장뿐 아니라, 어느 곳에도 함께 계신다는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오늘의 교회가 하나님의 능력을 소유한 교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