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길 목사/ 장로회신학대학교 객원교수

누가복음은 예수님의 기도 생활에 대하여 강조하고, 간간이 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영성 생활이나 기도 생활이 겉으로 보여지기는 어렵듯이 예수님의 기도 생활도 속으로 감춰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주님의 기적 사건이나, 교훈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기도 한다. 또 주님의 내적 기도생활을 글로 적는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는 중요한 사건을 앞에 두고 그 때마다 기도하셨던 주님의 모습을 간단하지만, 자세하게 기록해서 보여준 것은 우리에게 큰 축복이다.

오늘 말씀도 자세히 읽어보면 좀 특별한 데가 있다. 이 장면의 주제는 12제자를 선택하시는 일이다. 12사도를 부르시던 방법도 다른 복음서와는 좀 다르게 누가는 설명하고 있다. 12사도를 부르기 전에 이미 예수님에게는 많은 제자들이 있었다. 수많은 제자들이 있었고, 여제자들도 있었다(눅 8:1∼3). 이렇게 보면 누가복음에 의하면 처음부터 12사도를 뽑은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많은 제자들을 부르시고 함께 지내셨다. 이들이 누가복음에서 말하는 70인 제자들이 아닐까 추측한다(눅 10:1). 처음에는 그들 중에 후에 12사도가 된 제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날 밤 주님은 산에 가셔서 밤을 새우면서 기도하셨다. 여기 ‘산’ 앞에 관사가 붙으므로, 일반적인 산이 아니라, ‘그 산’이다. 이 말은 주님께서 ‘그 산’에서 자주 기도하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밤을) 새웠다’는 ‘엔 디아눅데류온’은 미완료로서, 오랜 지속을 강조하는 말이다.

특별히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밤을 새웠다. 원문을 직역하면, “하나님의 기도로 그는 밤새도록 기도하고 있었다”로 번역할 수 있다. 누가는 여기서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강조하고 있다. 하나님과 함께 밤을 새우며 기도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제자들을 무엇을 느꼈을까?

11장 1절에 다시 주님께서 한적한 곳에 가셔서 기도하신 일을 소개한다. 여기서는 “기도하고 마치시매”라고 우리 성경에는 번역했지만, 마쳤다는 헬라어 ‘에파우사토’란 본래 ‘휴식-pauo’ 란 기본 동사에서 나온 파생어이다.

그렇다면 주님이 기도를 마치고 휴식하셨다는 말인데, 얼마 동안이나 기도하셨으면 휴식이 필요했을까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 방울이 핏방울이 되었다”는 표현도 얼마나 기도하면 이마에 땀이 흐를까를 생각해 본다면 얼마나 심혈을 기우려 기도하셨는가를 상상할 수 있다. 그처럼 기도하시는 모습을 제자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다 보고 있었다.

6장 12절에서 주님께서 기도하셨다는 내용은 제자를 선택하시는 큰 사건에 묻히고, 또 11장에서의 기도 장면은 기도를 가르쳐 주신 것의 전주곡 정도로 이 본문을 스쳐 지나간다. 본래 우리들에겐 제자 부르신 것이 더 크고, 기도를 가르쳐 주셨다는 사건이 더 클지 모른다. 이런 것들이 우리들의 일상적인 관심이니까. 그러나 주님에게는 그보다 기도하시는 것이 더 중요하였으리라.

여하튼 주님의 기도하는 모습을 다 보고 있던 제자들이 주님이 기도를 마치고 휴식하는 시간에 주님에게 와서 “우리에게도 기도를 가르쳐 주십시오”하고 부탁한다. 그들이 무엇을 보았기에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을까? 뭔가 주님의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고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기에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을 것이다. 주님은 그들에게 소위 ‘주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들이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할 때까지 자신이 기도로 본을 보여주셨다. 배우고 싶을 만큼 기도하셨다. 성경을 통하여 주님으로부터 말씀을 듣는 것이 목회의 골격을 형성한다면, 기도는 목회 자체에 능력을 더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께서 능력을 덧입혀 주시지 않으면, 이뤄지는 일이 있는가? 주님은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능력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시므로, 그들이 기도로 목회(선교)를 하도록 인도하셨다. 현대 교회는 건물도, 시설도 화려해 진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이런 외면적인 화려함은 지면을 타고 이리저리 퍼져 나가고, 그렇지 못한 목회자들은 자신들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내면은 비어가고 공허로 채워지게 된다. 우리의 내면이 비면 교회도 점차 비어 가게 된다.

어느 미국교회에서 한국교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해서 간 적이 있다. 한국교회의 모든 것에 대하여 말을 마친 후 질문 시간에, 어느 60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한국교인들은 새벽에 한 시간씩 기도한다는데 무엇을 놓고 그리 오래 기도하는가?”고 물었다. 내 설명을 다 듣고 난 그분은 혼자 중얼거리듯, “우리도 3, 40년 전에는 그렇게 기도했었는데”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런 기도로 미국교회가 세워졌고, 힘을 얻은 교회는 건물도 아름답게 짓고, 파이프 오르간을 놓고, 선교도 널리 했다. 그런 축복으로 부유해지자, 점차 기도가 줄어들었고, 교회는 힘을 잃었고, 비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일년에 한두 주간 온 교인이 기도했다고 기도 생활이 활발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주님은 밤을 새우며, 또는 휴식이 필요할 만큼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말없이 보여주신 것이다. 기도가 죽는 것은 목회자로부터 일어난다. 목회자부터 내적 기도 생활을 해야 한다. 어떤 일을 위한 기도보다는 하나님과 깊은 교제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교인들이 기도하게 된다.

주님은 목회의 힘은 바로 기도에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신다. 그러나 말씀과 기도를 비교할 때 기도는 목회자의 삶 속에 숨겨져 있어서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말씀은 목회자가 백성 앞에 들고 서야 할 내용이다. 기도에서 받은 말씀을 군중들 앞에 들고 서야 한다. 요즘 목회자들이 재미있는 설교를 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사이에 설교는 말씀을 점점 멀리 떠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도무지 설교가 말씀 바탕위에 서 있지 않다. 설교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돕기 위하여 성경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도하지 않고 설교하는 자는 저주를 받으라고 말했다.
기도할 때, 말씀위에 서게 되고, 그 말씀을 성령께서 사용하셔서 힘있게 만들어 주신다. 기도 없는 말씀은 재치있는 만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