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 멎은 바그다드 현지 표정

일부 군인·폭력배 강도질
은행 문닫고 생필품 품귀
한국 지원팀 잇따라 도착

이번 주 이라크 바그다드에선 미국 군인들의 사상자가 이어지고 있다. 5월 25일에도 한 명의 미군이 바그다그 남쪽 이라크 무기고 폭발로 사망하고 사상자도 났다. 26일에는 바그다드 북서쪽 180km에 있는 하디사에서 미군 병사 한 명이 죽고 4명이 부상을 당하였으며, 몇 시간 후에는 바그다드 근교에서 세 명의 미군이 부상을 입었다. 27일에는 바그다드 근교 알팔루자에서 1명의 미군이 죽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바그다드 서부 아미리야 지역에 사는 알리 압바스는 “미군은 점령군이지 해방군이 아니다”고 분개했다.

시아파 민병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 무함마드 바끼르 알하킴은 “미군은 평화를 유지하는데 실패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었다.

미군은 지금 모든 이라크인들이 다음 6월말까지 무기를 자진반납하여 줄 것을 당부하고 만일 무기 자진 납부 시일이 지난 이후에 무기를 소지한 자는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21일에는 알팔루자에서 미군이 장갑차 공격을 받자 2명의 이라크인들을 사살하기도 했다. 알팔루자는 미군의 이라크 공격 이후 미군에게 ‘요주의 마을’이 되고 있다.

알팔루자 마을은 전쟁 이후 외국인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전쟁 중 강도 절취 흉악범들이 수감된 감옥에서 탈출한 조직 폭력배와 전쟁 후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가 미군에 의해 해산되면서 사담 후세인 정권 하에서 군인 봉급으로 살아가던 군인들이 금년 3월 이후 거리에 배회하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강도질에 참여하고 있거나 몇몇 군인들이 재조직되어 미군과 싸우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미국은 지난 금요일(23일) 이라크의 국방성과 정보 관련부처들 그리고 모든 사담 치하의 군대들을 해체해 버렸기 때문에 40만 명 이상이 봉급을 못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군인들은 대부분이 순니파 무슬림들로서 먹고살기 위해 자신들이 소유한 무기들을 내다 팔고 있다.

바그다드의 많은 가게 주인들은 자신들의 안전과 장사를 보호받기 위해 무장한 패거리들에게 돈을 바치고 있다. “만일 돈을 안주면 강도를 당하거나 고객들이 공격을 당하게 된다”고 쇼루자 마켓에서 일하는 한 점원이 말하고 있다.

미군들이 이라크 경찰들에게 복귀를 요청하고 있지만 여러 파출소가 아직도 단 한 명의 경찰도 없는 곳이 많고 경찰 내부의 명령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바그다드에서는 어린이 유괴, 처녀들의 강간, 도둑을 맞거나 강탈을 당한 이야기가 매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5월 마지막 주 이라크는 아직도 무법천지다. 은행이 문을 닫은 지 오래고 전기가 일부 호텔을 제외하고는 자주 끊기며 환율이 불안정하고 택시 요금은 부르는 게 값이다.

바그다드에는 지금 고기, 채소, 밀가루와 취사용 가스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교통료 등 기타 물가도 덩달아 뛰어 오르고 있다. 반면에 사담 정권 하에 이미 분배되었거나 국영 소유의 창고에서 약탈된 설탕, 홍차, 쌀, 합성세제, 비누들은 싼값에 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난 3월 20일 미군 주도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50kg 설탕 한 부대에 13불 하던 것이 지금은 7불이다.

강탈자들이 훔친 물건을 싼 값에 빨리 팔아 해치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인들은 지금 전자제품과 자동차, 보석들을 내다 팔고 있다.
지금 바그다드에서 일종의 돈 세탁이 이뤄지고 있다.

미군들에 의하면 수억 달러가 국영은행에서 강탈당하였는데 그 일부가 환전소로 나오고 있다. 더구나 수요와 공급을 맞추어 줄 은행도 없어 이라크 돈의 환율이 요동하고 있다. 이라크 디나르 가치가 전쟁 중에는 4천이었으나 지금 이라크 디나르는 1천600에서 2천100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한다.

미군은 지난 18일 북부 이라크 키르쿠크의 근교 미군의 검문소에서 1억 달러에 상당하는 999개의 금괴들을 실은 차량을 적발하였다. 22일에는 시리아 국경 근처에서 무작위로 검문을 당한 한 트럭에서 5억 달러에 상당하는 2천 개의 금괴들이 미군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대부분 국영 기업체들도 은행이 열리고 유엔 경제제재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몇 주간 석유 생산이 재개되었으나 전쟁 전 하루에 250만 배럴 생산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석유는 이라크 재건의 확실한 수입원이다. 1천12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이라크는 사우디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번째 가장 많은 원유를 보유하고 있어, 석유 부문의 수출만 정상 궤도에 오르면 곧 이라크 경제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악조건과 강탈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국제 기아대책기구를 비롯한 한국의 의료팀들이 매주 바그다드로 들어오고 있다.

한국인들의 이라크인에 대한 이 같은 사랑으로 그들의 마음이 돌아서는 때가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겸손한 자세로 공정하게 행하면 피부가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그 복음의 마음이 전해진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