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교수 / 고신대학교 역사신학

종이(紙)가 발명되기 이전에 가장 중요한 기록 수단은 파피루스였다. 파피루스란 고대의 필기재료로 널리 사용되었는데 주로 나일강 삼각주 지대에서 자라던 수생(水生) 갈대이다. 이 파피루스는 욥기 8장 11절이나, 이사야 18장 2절에서 ‘갈대’로 번역되었고, 출애굽기 2장 3절의 모세를 위해 만든 갈대상자의 재료가 된 것도 파피루스였다.

파피루스의 속 줄기를 얇게 벗겨 한겹은 가로로, 다른 한겹은 세로로 놓아 접착제를 발라 압력을 가하면 한 장의 종이가 된다. 이 파피루스에서 영어의 페이퍼(paper)라는 단어가 기원했는데, 파피루스로 만든 종이에 대한 신약의 유일한 증거로 흔히 요한이서 12장 12절을 말한다. 여기서 사용된 χαρτηζ는 파피루스 두루마리나 낱장을 의미한다. 당시 사람들은 이 파피루스에 갈대 펜으로 글을 썼는데, 숯과 고무와 물을 배합한 일종의 잉크를 사용하여 기록을 남겼다.

파피루스는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 후 4세기까지 그리스-로마세계의 중요한 필기도구였는데, 파피루스에 남긴 기록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대 사회를 해명하고 석명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남아 있다. 특히 신약성경 사본이 이 파피루스에 기록되어 오늘까지도 성경 본문비평학의 주요한 자료가 되는데, 문제는 이 파파루스는 습기에 약하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파피루스는 애굽의 사막이나 헤르쿨라네움(Herculaneum)의 화산재, 혹은 유대광야와 같이 건조한 지역에서 잘 보존되었다. 파피루스가 이집트에서 많이 발견된 것은 건조한 환경에서 잘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세기 이후 발견되는 파피루스 가운데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옥시린쿠스 파피루스(Oxyrhynchus papyri)이다. 옥시린쿠스 파피루스라고 말할 때 옥시린쿠스란 알렉산드리아 남쪽으로 180마일 가량 떨어진 이집트의 한 도시이름인데, 이곳에서 발견된 파피루스라는 점에서 이렇게 부르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1896년에서 1907년 어간에 헬라어로 된 다량의 파피루스가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41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초기의 책들은 그렌펠(B. P. Grenfell)과 헌트(A. S. Hunt)에 의해 편집되었다. 이 파피루스는 발견되고 출판된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일련번호가 붙여졌는데, P. Oxy 1, P. Oxy 2 등으로 불리고 있다.

기원후 3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파피루스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많은 예수의 어록(Oxyrhynchus saying of Jesus)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어록들은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이라는 말로 시작되는데, 어떤 것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4복음서의 내용과 유사하지만 어떤 것은 그 병행 귀절이 성경에 없는 것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그 진정성과 기원에 대해서 많은 연구와 토론이 전개되었다.

예를 들면 1897년에 발견된 P. Oxy 1에 보면, 일곱 혹은 여덟 문장의 말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연속적인 이야기의 일부가 아니라 개별적인 말들을 비연속적으로 나열해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3개(2~4)를 제외하고는 마태복음이나 누가복음의 예수님의 어록과 매우 유사하다.

에벌린 화이트(E. White)의 재구성에 의하면 P. Oxy 1에 있는 두 문장은 다음과 같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만일 세상에서 금식치 아니하면 하늘나라를 얻을 수 없느니라. 또한 온 주간 동안 안식일을 지키지 아니하면 너희가 아버지를 볼 수 없느니라.”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둘)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그들은 반드시) 하나님과 함께 있느니라. 그리고 홀로 있는 곳에는 (보라) 내가 그와 함께 있노라. 돌을 들어 보라. 그러면 거기에서 나를 찾게 되리라. 나무를 쪼게 보라. 거기에도 내가 있느니라.” 여기서 괄호로 표시된 부분은 훼손으로 없어진 부분을 전후 문맥을 고려하여 재생한 부분이다.

1903년에 발견된 P. Oxy 654에는 어록집의 서문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즉 이런 말이 있다. “이것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생명을 주시는 말씀이니라. 예수께서 살아계셔서 도마와 열 사람의 동료들에게 나타나셨다. 그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이 말을 듣는 자는 결코 죽음을 맛보지 아니하리라’.”

이런 서문이 있은 후 다음과 같은 말이 계속된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차는 자로 하여금 발견될 때까지 중단치 않게 하라. 그리하면 그가 발견하였을 때 놀라게 될 것이다. 그가 놀라게 되었을 때는 천국을 얻게 될 것이다. 천국을 얻게 되면 그는 안식할 것이다.”

이런 어록들 가운데 일부는 초기 기독교 저술가들의 글 속에 인용되기도 했는데, 이것은 초기 저술가들이 이 문서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어록 가운데 100개 이상이 <도마에 의한 복음서>(The Gospel according to Thomas)라는 제목의 콥틱어 사본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콥틱어 도마복음서는 4세기 문서로서 헬라어 본문에서 번역되었다. 이와 같은 파피루스 사본들의 내용과 상호 관련성 등에 대한 연구는 우리를 세로운 세계로 인도해 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