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 고추’라는 말이 있다. 시골교회의 한 권사가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언제나 남의 고추밭에서 고추를 아무 거리낌없이 따오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신앙과 삶이 일치되지 않는다는 것을 빗대어 생긴 이같은 말은 한국교회의 부흥의 시작되었던 70년대 이전에 생긴 말들이다.

그러나 이런 말이 현대 한국교회에도 여전히 적용된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자랑하기 이전에 되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교회의 봉사와 신앙의 열심은 있는데 인격과 성화는 거의 없는 모습이 여전히 한국교회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군포에 사는 권 집사는 주일에 모친을 모시고 교회 예배를 드리러 갔다. 예배를 시작하기 직전에 도착한지라 교회 주차장은 만원이어서 주차할 곳이 없었다. 교회 주위를 세 바퀴 돌아도 주차공간을 발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그를 본 주차안내 교인은 예배를 드리고 빨리 나오면 된다며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도록 조치를 취해주었다.

권 집사가 차를 주차하는 순간 늦게 도착한 다른 교인들의 차들이 권 집사 차의 앞뒤에 주차를 했다. 앞차나 뒷 차가 빠져나가야 움직일 수 있었다. 권 집사는 예배가 끝나자 교인들과 교제를 나눌 여유 없이 예배당을 빠져 나왔다.

도로에 주차한 것으로 이웃에게 불편을 끼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차를 뺄 수가 없었다. 앞뒤로 주차한 교인들의 차 때문이었다. 권 집사는 차 주인이 금방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3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할 수 없이 모친을 모시고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뒤에서야 앞차가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다. 잘못된 주차로 인해 두 시간 정도를 허비한 후에 겨우 집으로 돌아왔지만 권 집사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신앙인이면서도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기본적 상식이 없는 교인들 태도가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신앙과 인격은 별개?

교회 봉사와 예배에는 열심이고 주일성수를 자랑하는 성도들이 많은 한국교회이지만 교회 밖으로 나오면 신앙과 상관없다는 듯이 일반 사람과 똑같은 도덕수준을 가진 삶을 사는 경우도 있다. 신앙과 인격이 별개라는 것처럼 사는 것은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기독교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있다.

약수동으로 시집간 김은종 집사가 그런 경우다.
김 집사는 시아버지가 장로에다 시어머니가 권사여서 신앙내력이 있는 집안이라는 생각에 기대를 하며 신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빗나갔다. 그의 시집살이는 식모수준이었다. 더구나 시집올 때 제대로 해 온 것이 없다는 시어머니의 구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날마다 새벽기도를 나가는 시어미니는 기도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김 집사에게 욕부터 해댔다. 그는 시어머니의 신앙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처녀 시절에 교회에서 여러 가지 봉사를 했던 터라 교회 봉사를 시작한 그는 예배가 끝나면 어김없이 교회 앞에 차를 대기하고 기다리는 시아버지의 모습에 눈치를 보아야 했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신앙은 교회안에서 보면 세계교회의 성도들과 비교해도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열심이다. 새벽기도와 주일성수, 교회 봉사는 한국교회를 지탱하는 큰 줄기인 셈이다.
그러나 신앙의 열심과 달리 성도의 가정과 사회생활은 일반인들과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승구 교수(국제신학대학원)는 “신앙인이면서도 인격이 전혀 성장하지 않는 모습은 한국교회의 이원화된 모습이다”며 “한국교회는 그 동안 교회의 일꾼만 양성했을뿐 인격과 성화에 대한 양육을 등한시한 결과다”라고 지적한다.
그리스도인이면서도 세상사람과 구별되지 않는 이유는 교회가 거룩한 성화의 삶을 등한시하고 오직 봉사와 은사, 전도 기술 같은 것에만 치우친 신앙생활을 가르쳤기 때문에 오는 문제라는 것이다.

백종환 집사(에이블뉴스 대표)는 “평신도 입장에서 볼 때도 목회자가 축복과 관련된 설교를 하며 봉사만을 강조하는 것 같다”며 “한 알의 밀알이 되는 것은 자신이 썩어져서 이웃이 잘되는 것인데 신자가 열매만 바라보게 하는 설교는 결국 자기중심의 신앙생활을 하여 이웃을 위한 참된 신앙의 삶을 살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백 집사의 지적대로 목회자가 예배당 중심의 삶을 요구해 신앙인으로서 성화와 인격을 중심으로 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유병국 목사(기독교상담센터 소장)는 “교회는 교인들의 개개인 문제들을 좀더 정확하게 관찰하여 개인양육은 물론, 교회 전체적인 교육과 훈련을 인격의 성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지만 신자 개인 역시 그리스도인으로 온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균형없는 신앙교육

교인들의 신앙이 성숙하지 못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만을 강조한 신앙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구원만을 강조하고 삶을 강조하지 않다 보니 비윤리적인 삶에 대해 무관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윤리만 강조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는 균형 잡히지 못한 신앙 역시 문제가 있다.

박영돈 교수(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는 “피상적인 은혜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풍성한 은혜가 주어지고 성령의 확신과 감동을 체험하면 실제적인 삶의 변화가 있게 된다”며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인격의 변화는 다른 종교의 윤리와 달리 인간의 책임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부어지는 은혜의 소산이요 믿음의 열매들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성령의 인도함을 받고 충만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성도는 인격이 변화되는 열매들이 맺히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결여되어 있다”며 “교회가 은혜의 체험이 결여되어 있어 성령 안의 열매 맺는 삶의 양육의 장이 제공되지 못하고, 참된 인간성 회복과 성화를 가능케 하는 토양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의 성도들의 영적 성장과 성화와 인격의 변화가 더디고 부족한 이유는 개인적인 경건의 훈련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목회자들 역시 성도들에게 교회 안에 봉사만을 강조하는 데서 기인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성도들의 개인주의 신앙으로 공동체적인 책임감이 결여되고, 예배드림으로 만족하는 신앙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승구 교수는 “성화의 궁극적인 성취는 성령께서 하시지만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다”며 “개인의 성화와 관련된 훈련을 받고, 성령의 요구에 순종하는 그리스도인만이 인격이 변화되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성화는 ‘도덕적 삶’이란 의무를 요구 성화란 하나님의 거룩함에서 출발된 그리스도인에 대한 하나님의 요구를 말한다. 성화는 죄와 상관없는 거듭난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하나님의 거룩함에 대한 반응이다. 거룩하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흠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즉 죄로부터 떠나 하나님께 드려지는 것으로 ‘하나님께로의 구별과 그런 구별된 자로서의 합당한 행실’을 의미한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거룩하게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어 주셨으며 거룩해져야 할 책임도 주셨다. 성도들은 그리스도를 통해 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셨다.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연합하게 해주셨다. 거듭난 그리스도인은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연합되어 있다. 모든 지상이 교회는 머리되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각각이 지체로 연합되어 있다. 예수를 구주로 영접한 그리스도인들 안에는 성령이 내주하시며 죄를 깨닫게 해주신다. 또한 성령을 통해 거룩함에 대한 열망을 불러 일으켜 주신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에게 힘을 주셔서 거룩함을 추구하게 해주신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이 주신 새로운 성품을 따라 성령의 능력으로 몸의 행실을 죽여야 한다(롬 8:13). 우리에게 몸의 행실을 죽일 수 있도록 해 주시는 분은 성령이시지만, 또한 마땅히 우리가 행해야 할 일은 성도의 책임이다. 그리스도께서 세상을 이기었노라고 선포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도들은 승리를 맛보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요구하신 경건의 훈련과 말씀에 대한 순종을 통해 거룩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 신앙의 인격은 예배와 교회의 봉사만으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거룩함은 언제나 하나님으로부터 출발된 것으로 죄와 구별된 그리스도인은 여전히 죄를 미워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능력과 힘이 부족하여 죄를 범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죄를 범하는 것은 유혹을 이길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 죄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함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죄의 싸움으로 인한 패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불순종했기 때문에 죄를 지은 것이다. 죄를 범하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개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