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수 목사/ 상도중앙교회

철저하게 신앙공동체 중심으로 형성
예수의 섬김·봉사가 방법론의 핵심

교회교육이 침체에 빠져 있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 교회에서 교육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함께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수년 내에 절망적인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 들어 교회교육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교육목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교육목회란 일반목회와는 어떠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에 본지는 박봉수 목사(상도중앙교회)의 글 ‘교육목회란 무엇인가?’를 교육목회실천협의회(대표 손인웅)의 제공으로 3회 연재한다.
        <편집자 주>

‘교육목회’란 말은 언젠가부터 한국교회 안에서 하나의 보통 명사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분명하게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 용어가 미국에서 보편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educational ministry’를 직역한 것이면서도 개념 정의에 대한 어떤 합의가 이루어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독교교육학계에서 조차도 이 용어에 대한 학자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자들 사이에 이 용어를 번역할 때 ‘교육목회’로 해야 하느냐 아니면 ‘교육교역’이라 해야 하느냐로 논의가 분분하다. 결국 이 용어는 막연한 동의 수준에서 모두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교육목회’란 무엇인가? 이 작업을 위해서 먼저 이 용어와 기존의 ‘기독교교육’이라는 말과의 차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교육목회란 용어의 독특한 의미상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 교육목회와 기독교교육
기존의 ‘기독교교육’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일은 그렇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독교교육을 지칭하는 말이 시대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용어들을 우선 정리해 보고 이에 따라 그 의미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도 기독교교육을 지칭하는 용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인간 변형 또는 인간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기독교교육은 개개인을 기독교인답게 변형되고 형성되도록 이끌어주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넓은 의미로 ‘교육’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왜냐하면 기독교교육은 인간의 변형과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독교교육이 넓은 의미로 교육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 다음과 같은 특성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우선 현장론적 특성이다. 즉 기독교교육의 장이 교회는 물론이고 가정, 학교, 그리고 사회로까지 확대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독교교육은 단지 교회만을 장으로 하지 않고, 피교육자가 그 삶의 영역으로 삼고 있는 가정, 학교, 사회, 나아가 세계 전체를 교육의 장으로 삼게 된다. 그리고 이 다양한 장들의 상호 협력적 보완 또는 유대관계가 강조된다.
 
다음으로 과정론적 특성이다. 즉 기독교교육은 커리큘럼, 교육 방법, 그리고 교육의 과정 등에서 폭넓은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변형과 형성에 도움이 되고 효과적인 결과를 보장해 주기만 하면 다양하게 개발되고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목회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기독교교육과 구분된다. 즉 교육목회는 교육이기 이전에 목회다. 물론 교육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기독교교육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기독교인으로의 변형과 형성이라는 성격을 공유한다. 그렇지만 교육목회는 목회라는 특성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그래서 목회는 철저하게 신앙공동체를 중심으로 장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방법 면에서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본을 보여주신 섬김과 봉사라는 모습이 핵심이다. 즉 교육목회가 넓은 의미에서 일종의 목회라는 점이 기독교교육과는 개념적으로 구분이 된다.

결국 교육목회와 기독교교육은 목회라는 특성을 중심으로 구별이 된다. 따라서 교육목회는 기독교교육과 달리 개념적으로 목회라는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개념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2. 교육목회
교육목회라는 용어는 두 가지의 개념이 복합된 말이다. ‘교육’과 ‘목회’라는 개별적 개념이 복합적으로 조어되어서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된 말이다. 따라서 이 용어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과 ‘목회’라는 용어의 의미를 각각 파악하고 나서 교육목회라는 용어가 이 두 가지 의미를 어떻게 통합해서 새로운 의미로 발전되어왔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1) 교육
교육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간단하게 답하기는 쉽지 않다. 이 용어 자체가 워낙 오랫동안 사용되어오면서 그 자체로 폭넓고 풍부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이 사용되는 상황에 따라서도 다양한 의미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상언어로 사용될 때와 전문적인 학술용어로 사용될 때 그 의미가 다르고, 같은 일상언어와 학술용어로 사용될 때도 문화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선 사전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사전에서는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교육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의로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교육의 의미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너무나 폭넓고 단순한 서술적 정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 어떤 것이 됐든지 가르치고 또 배우기만 하면 다 교육이라 할 때, 나쁜 짓을 가르친다거나 환각제를 복용시켜서 무엇인가를 배우게 한다해도 이것을 교육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나 고양이에게 종을 쳐서 밥 먹는 시간을 가르치고, 똥오줌을 가리는 것을 가르치는 것도 교육이라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교육이 가르치고 배우는 인간 행위라는 측면만 참조하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교육이라는 말의 어원을 생각해 보자. 용어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 줄 것이다. 교육이라는 용어는 그 사용 용례를 크게 두 가지 문화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동양 문화권이고, 다른 하나는 서양 문화권이다. 그 각각을 살펴보자.

우선 동양 문화권에서는 ‘敎育’이라는 말이 사용되어왔다. 이 말이 제일 처음 문헌에 나타난 것은 맹자의 진심장구(盡心章句) 중에 군자유삼락장(君子有三樂章)에서이다. 여기에 ‘득천하영재이교육지삼락야(得天下英材而敎育之三樂也)’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말은 맹자가 군자의 셋째 즐거움이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라고 가르친 내용이다. 여기서 교육(敎育)이라는 말은 敎와 育의 합성어이다. 그 각각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敎는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의하면 ‘上所施 下所效也’라고 하여 ‘孝’와 ‘文’자의 합성문자인데 孝는 ‘下所效也’라 하여 모방한다는 뜻이 되고, ‘文’자는 ‘上所施’라고 하여 연장자가 연소자에게 편달(채찍질)을 가해서 가르친다는 뜻이다. 이 敎자를 파자(破字)로 풀면 ‘爻. 子. 卜. 又’로 구성되어있는데, 이것은 각각 ‘效. 子. 卜. 手’의 뜻이다. 따라서 교사가 손에 막대기를 들고 어린이로 하여금 어른들의 일을 본받게 한다는 뜻이었다. 즉 敎는 교사의 활동으로서의 上所施와 학생의 활동으로서 下所效의 종합이다. 이렇게 볼 때 敎자는 어른이 채찍을 들고 강제적으로 아이들로 하여금 어른의 행동을 무조건 모방하게 하거나 가르침을 수용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敎자는 어른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인간을 만들어간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育은 설문해자에 의하면 ‘養子使作善也’라고 해서 자식에게 선을 행하도록 기른다는 뜻이다. 이 育자를 파자로 풀면 ‘子. 肉’의 결합이며, 이것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아이를 어머니가 따뜻한 젖가슴에 안음을 뜻한다. 즉 어머니의 활동으로서의 출산, 육아와 아이들의 활동으로서의 성장, 발달의 종합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育자는 양육한다는 내면적인 가능성의 자연적인 성장에 대한 조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育은 인간을 기른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결국 교육이라는 말은 敎자가 의미하는 것처럼 외부로부터 가르쳐줌을 통해서, 그리고 育자가 의미하는 것처럼 내부로부터 내면적 가능성을 살려서 성장 발달하게 함을 통해서 인간이 자라나도록 이끌어주는 작업이라는 것을 뜻한다.

다음으로 서양 문화권에서는 ‘Education’이라는 말이 사용되어왔다. 이 말은 라틴어에서 온 것인데, 일반적으로 educere: eductus sum과 educare: educatus sum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서 educere는 영어의 ‘infilling’에 해당하는 말로서, 우리말로는 ‘만든다’는 뜻이다. 또한 이 말은 영어의 ‘to train’에 해당하는 말로서 우리말로 ‘훈련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educere는 아이들의 머리 속에 지식, 기술 또는 행동방식을 채워주는(infilling) 과정으로서 훈련하고 가르치는 일이며, 피교육자로 하여금 문화적 유산과 조직된 경험에 접촉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educare는 영어의 ‘drawing out’, ‘bring up’에 해당하는 말로서 ‘이끌어내다’, ‘끄집어 내다’는 뜻이며 교육적 해석을 가하면 사람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이끌어 내며 잘 키워주는 것이어서 한마디로 말하면 ‘기른다’는 뜻이다. 이 말은 또한 영어로 ‘to nourish’에 해당하는 말로서 우리말로 ‘기른다’는 뜻이다. 여기서 ‘nurture’라는 말도 유래되었다. 결국 ‘education’은 educere와 edcare의 양면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서 훈련과 양육의 과정을 통해서 피교육자를 보다 나은 바람직한 차원으로 이끌어가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동양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敎育이라는 말이나, 서양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education이라는 말은 중요한 공통점을 가진다. 즉 교육이라는 어원적 의미에서 볼 때 공히 이원적 개념을 갖는다는 것이다. 즉 채워주는 측면(敎; infilling)과 이끌어 내는 측면(育; dawing out)이다. 이렇게 볼 때 교육의 어원적 의미는 채워줌과 이끌어줌의 조화된 과정을 통해서 인간을 변화시켜가는 작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