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씨(기독교에덴성회)는 요한계시록 1장 1절 해설을 통해서 자신을 ‘이긴 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뿐 아니라, 김풍일 씨(새빛등대중앙교회) 등도 ‘이긴 자는 바로 나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긴 자’는 계 1장 1절 본문에 나오지 않는 단어다. 이 씨는 요한계시록 첫 장 첫 절의 해설에서 ‘이긴 자’ 용어를 사용함으로 의도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 김풍일 씨의 마음도 이영수 씨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소위 ‘이긴 자’라는 용어가 바로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고 기대하는 것 말이다.

다음은 요한계시록 1장 1절에 대한 이영수 씨의 주요 해설이다.

“여호와께서는 당대에 이긴 자가 나타나 당신의 적대 세력을 쳐부수게 하려고 했으나(행 3:20~21), 그 뜻이 오늘날까지 지연되어 온 것이다. 여호와의 뜻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척척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당히 강한 마귀의 세력이 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영수 <계시록 강해> 서울:집문당 1975. p.21)

이영수 씨의 해설 중 재미있는 것은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마귀의 세력으로 방해를 받고 있다는 표현이다. 더욱이 그 마귀의 방해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뜻이 하나님의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마치 마귀가 하나님보다 더 강한 능력의 존재임을 설명하는 듯하다. 이 씨는 무엇인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하나님의 어떠함을 추락시키려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해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 본문(계 1:1)이 말하고 있는 하나님의 모습이 과연 그러한가? 이 씨가 언급하고 있는 하나님의 모습과 과연 얼마큼 차이가 있는가?
 
성경 본문에서 하나님은 자신의 계시를 예수님에게 맡기시고 그것을 하나님의 의도된 계획대로 이끄시는 ‘만군의 하나님’의 이미지를 강하게 드러내 보이신다. 계 1장 1절은 창 3장 15절에서 시작된 구속사의 계획을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서 성취시키시고, 새하늘과 새땅(계 21장)을 통해 완성시키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다.

이것은 첫 단어인 ‘계시’(아포칼립시스, Αποκαλυψιζ)라는 용어에서도 잘 나타난다. ‘베일을 벗긴다’, ‘드러내 보인다’는 뜻의 이 용어의 주체자는 바로 하나님 한 분이신 것이다. 하나님의 계시가 없다면, 인간은 하나님에 대해서 또한 하나님의 일에 대해서 전혀 알 수가 없다. 하나님께서 스스로 계시해 주셔야만 인간은 하나님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님은 인간에게 초자연적으로 자신의 진리를 나타내 주신 것이다(참조. 롬 16:25, 갈 1:12).
 
마크스트롬은 그의 책 <성경교향곡> (Symphony of Cripture, p.331)에서 요한계시록이 구약의 에스겔과 상당 부분의 공통점을 지녔다고 언급하면서, “에스겔과 요한은 모두 인간 만사에 대한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강조하였다”고 했다.
 
이영수 씨가 이토록 하나님의 능력을 격하시키면서까지 말하고 싶어한 것은 ‘이긴 자’의 등장을 정당화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오늘의 주의 종’이라는 소제목의 이 씨의 설교에서도 ‘이긴 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긴 자가 나타나게 되면 요한계시록의 내용이 밝혀집니다. 구약성경의 주인공은 주님이지만(요 5:39) 요한계시록의 주인공은 이긴 자입니다(계 3:21). 이긴 자가 나타나기를 원하신 것이 바로 하나님과 주님입니다. 이긴 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요한계시록은 풀리지 않습니다. 왜? 이긴 자가 그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이영수 설교집, <에덴의 메아리 제 11설교집>서울: 에덴성회선교원, 1997, pp256~257).

소위 ‘이긴 자’라는 용어는 요한계시록 2장 7절에 가서야 처음 나온다. 그러나 이 씨는 계 1장 1절 해설은 물론 그의 설교집 여기저기서 수시로 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아예 요한계시록의 주인공은 하나님이 아닌 ‘이긴 자’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그 ‘이긴 자’라는 독특한 인물이 나타나야만 요한계시록의 내용이 밝혀진다고 한다. 이영수 씨는 그 독특한 인물이 바로 자신이라는 논리를 펴고 싶어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영수 씨는 구원 받는 길이 ‘주님을 믿는 것’에 있지 않고 ‘이긴 자’를 통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씨의 주장을 직접 들어보자.
 
 “지금은 감람나무 시대입니다. 그 이전과는 다릅니다. 당시에는 주님만 열심히 믿으면 구원받았어요. 주님이 직접 역사하셨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그게 안 됩니다. 이긴 자 감람나무가 나타나면 주께서 그에게 권한을 맡겨서 역사하시게 되어있습니다. …이게 비극입니다. 왜 시대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나도 몸과 마음이 괴롭습니다.”(이영수 설교집, p.303)

김풍일 씨의 주장도 이 씨의 그것과 못지 않다. 김 씨는 자신을 ‘생명나무’, ‘이긴 자’로 표현해가며, 자신을 통해서만 ‘심판’이 내려진다는 비성경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성교회 신앙을 부정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아래 인용문은 ‘예수님은 심판하지 아니하신다’는 제하의 김풍일 씨 주장이다.

“보좌 우편에 계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심판하실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기성 신앙이다. 이는 성서에 너무나 엄청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실 것이 아니요 정하신 사람으로 하여금 세상을 심판할 것을 성경은 명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끝까지 예수님의 일을 지키는 사명자 곧 이기는 자에게 예수님이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리는 권세를 주신다고 하였다. …이로써 하나님도 아니요 예수님도 아닌 끝까지 예수님의 일을 지키는 자 곧 이기는 자가 만국을 다스리는 심판의 권세를 예수님으로부터 받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김풍일, <생명나무>서울:실로출판사, p.145~146)

과연 성경에서 말하는 ‘이긴 자’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긴 자=자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옳은 것인가? 요한계시록 2:7에 처음 등장하는 ‘이기는 그에게’(τω νικωντι)라는 단어는 예수님께서 교회들을 격려하는데 자주 사용하신 말씀으로 1세기 당시 널리 잘 알려진 히브리적 표현(Hebraism)이다. ‘이기는 자’라는 표현은 계 2~3장에 나오는 일곱 교회를 향한 각 서신의 끝 부분에 모두 나타난다. 각 서신은 ‘이기는 자’에게 그리스도께서 맺으신 복된 약속의 말씀으로 결론을 짓고 있다.

홍창표 교수는 ‘이기는 자’의 의미를 세 부류로 구분해 설명했다(<요한계시록 해설 제 1권>, p.420). 첫째, 충성된 그리스도인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계 2:11, 17, 26; 3:5, 12, 21; 12:11; 15:2; 21:8). 둘째, 그리스도 자신을 묘사한다고 한다(3:21; 5:5; 7:14). 셋째, 아무런 도덕적 의미를 갖지 않는 표현으로 사용됐다고 한다(6:2; 11:7; 13:7). 다시 말해서 ‘이기는 자’란 아무리 연약한 성도일지라도 그리스도인의 영적 전투의 삶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마침내 승리하게 될 교회의 ‘성도’를 의미한다는 말이다. 권성수 교수도 이러한 견해에 크게 다르지 않다. 권 교수는 그의 책 <요한계시록>(서울: 도서출판 횃불, 1999)의 계 2:7의 해설에서 “‘이긴다’는 것은 요한1서 5:5 말씀처럼 믿음으로 세상을 이긴다는 막연한 이김이 아니라, 주님이 주신 말씀대로 순종하는 것을 말한다”며, 그에 해당되는 이는 “특별한 사람들만이 아니(다)”고 했다(pp.54~55). 즉, 어느 종교 단체의 특정한 한 개인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김의 대상이 무엇인가. 즉, 무엇을 이기느냐는 것이다. 성경은 ‘이기다’라는 동사의 상대가 무엇인지 친히 설명을 해주고 있다. 요한계시록 12~13장에 이르러서 성경은 그 이김의 대상이 ‘용’, ‘뱀’, ‘짐승’, ‘바다 괴물’, ‘땅의 괴물’ 등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단어들의 의미는 하나님께 대해 철저히 반대하는 세력들,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를 방해해 보려는 존재들이다.
 
이렇듯 하나님 나라의 반대 세력의 등장과 그들로부터의 ‘이김’에 대한 논리는 요한계시록에 대단히 중요한 골격이다. 이는 요한계시록의 독자로 하여금 신적 전쟁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의 독자들로 하여금 모든 대적자들을 대항하여 하나님의 우주적 왕국을 세우기 위한 싸움에 참여하도록 용기와 힘, 그리고 격려를 해 주고 있다(Richard Bauckham, “The theology of the book of revelation” chapter 4.).
 
‘이기는 자에게’(τω νικωντι)의 시제는 현재분사다. 이때의 현재분사는 일반적 현재분사로 어떤 종류의 것을 표시하며, 동시에 시간의 개념이 없는 현재사(the timeless present)이다. 이는 항상 현재적인 투쟁이 있는 그리스도인의 영적 생활의 특징을 나타낸다. 악의 세력에 대항하는 끈질긴 투쟁으로 마침내 승리한 자를 의미하는 표현이다. 이 승리는 육적 혹은 세속적 승리가 아닌 그리스도가 이긴 것과 같은 승리의 의미를 함축한다.
 
‘이기는 자’를 ‘순교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계 3:21, 15:2 등을 근거로 사탄의 갖은 유혹과 시험을 이기고, 마침내 그리스도와 함께 승리한 이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죠지 래드(G. E. Ladd)는 “예수님의 모든 제자들은 원리상 순교자이며, 신앙으로 인해 기꺼이 그의 생명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며 순교자의 의미를 확장시켰다(<요한계시록> 반즈주석성경, 서울: 크리스천서적, 1993, p.50). 즉,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두 순교자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래드는 계속해서 이기는 자가 얻게될 복을 설명하면서 “이것은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어떤 특별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명책에 그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질 것이다”며, ‘이기는 자’는 특별한 존재가 결코 ‘아님’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