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길 목사 / 장로회신학대학교 객원교수

누가복음에 의하면 이 교훈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하신 말씀으로 되어 있다. 19장에 삭개오 이야기가 전개되니까 바로 그 전에 있었던 담화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이것은 주님이 십자가를 앞에 놓고 하신 말씀으로 볼 수 있다. 특별히 본문 내용은 제자들(목회자)과 그들이 이끌어야 할 제자 공동체(교회) 안에서 앞으로 일어날 실제적인 삶(목회)에 관계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본문은 목회에 대한 실제적인 문제를 구체적인 담화로 다룬 첫번째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

첫번째 교훈은 목회자가 교인을 대하는 지도자의 자세를 말한다. 사람이 죄짓는 일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지도자가 올가미(stumbling blocks)를 사람들에게 놓고 걸려 넘어지게 한다면 화가 있다는 말이다. 스칸달론이란 올가미는 미끼가 달린 죽음의 올가미로, 이 미끼를 건드리면 그 미끼를 받치고 있는 막대기가 올가미를 튀게 하여 동물을 죽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런 올가미를 설치해 놓은 사람에겐 화가 있다고 하신다. 이런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그런 올가미를 놓아 다른 사람를 넘어지게 하는 그 사람은 차라리 연자 맷돌을 그(가해자 자신)의 목에 걸고 바다에 빠지는 것이 나을 것이란다.

이런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마음 속으로 떨었을 것이다. 일생에 한 번이라도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주님의 담화는 계속된다. 형제가 죄를 범했을 때, 경계하고, 회개하거든 용서하라고 하셨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제자인 너희들에게 하루에 일곱 번이나 죄를 지었다고 하자, 그렇지만 그 사람이 너희들에게 일곱 번 와서 회개한다고 하면 깨끗이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다. NET 영어번역에는 “must”란 말을 써서 마땅히 용서하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런 일을 당하는 목회자는 “미치겠네”하고 말하거나 “그 노-ㅁ 미친 사람인 게로군”이라고 말할 것이다.

한 번도 힘든 일인데 말이다. 또 어떤 분들은 회개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이 시대는 회개한다는 말을 듣기가 너무 어려운 시대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데도 주님은 마태복음에서는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고 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겁이 나지 않는 목회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말씀대로 목회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제자들도 자기들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중 한 사람이 대표로 나와 주님께, 그렇다면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소서-Increase our faith”라고 요청하였다. 이 표현으로 보면 자기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믿음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고백한 것이다. 반면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더 큰 믿음이 필요하니 믿음 위에 믿음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요구한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주님의 대답을 보자, 너무나 엉뚱한 대답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도 든다.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만 있었다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가 뽑혀 바다에 심기우라 하였을 것이요. 그것이 너희에게 순종하였으리라.”
4절과 5절이 전혀 다른 배경의 말씀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는 구절이듯이, 5절과 6절도 같은 장면에서 이어지는 말씀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님이 들려주신 대답은 믿음을 더 주시라는 요구에 맞는 것인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있었다면”이라고 번역한 헬라어는 가정절(if)이 아니라, 너희에겐 이미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 말이다. 주님은 신앙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우리들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믿음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믿음이 많다고도 표현한다. 믿음이 굉장하다고도 한다. 성경에 보면 모세가 홍해 앞에서 지팡이를 내민 믿음은 굉장한 믿음처럼 보인다. 정말 믿음이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한 것일까?

본문의 내용을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겨자씨만한 믿음만 있으면 뽕나무더러 뽑혀 바다에 심기우라 했을 것이고, 뽕나무가 너희에게 순종했을 것이다.’ 믿음이 뽕나무를 옮기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믿음은 단지 뽕나무가 옮겨질 수 있으리라고 믿고, 명령하게 해주는 행동의 모티브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 단순한 믿음을 보시고, 주님께서 뽕나무를 옮겨주신다는 것이다. 뽕나무가 순종하는 게 아니라, 주님께서 뽕나무를 옮겨주시므로 결국은 그 믿음의 명령에 뽕나무가 순종한 셈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너에게 순종하였을 것이다”는 말은 “네가 그것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순종하지 않았고, 순종할 수 없었다”는 암시가 들어 있다. 결국 믿음이란 크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믿는 대로 행동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사실 믿음이란 있으면 100%, 아니면 없는 것(nothing)이다. 믿음이 100%의 순도(純度)를 말하는 것이라면 겨자씨만한 믿음이나 콩알만한 믿음이나 본질적으로는 똑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순수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믿음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그 믿음 위에 굳게 서서 담대하게 행동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우리는 믿음, 믿음이라고 말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리할 때 그 믿음이란 살아 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약 2:18). 그러므로 야고보서에서는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 자체만으로는 죽은 것입니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 행동이 자기의 감정에서 나온 것으론 안 된다.

목회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고 믿음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목회는 얼마나 믿음으로 큰 계획을 세우고 얼마나 대담하게 행동하느냐에 좌우된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자신이 믿는 대로 행동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믿음은 일반적인 믿음을 포함하여, 주님께서 지금 내게 들려주시는 그 말씀(예:눅 1:38)을 행동으로 옮기는 믿음을 말한다. 오늘의 교회들은 무조건 믿음만을 강조한다. 아니다. 주님의 음성을 먼저 듣고 약속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받은 약속을 믿는다면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제는 믿음만큼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이다. 믿음이 곧 바로 행동으로 옮겨지게 될 때 한국교회는 새로워지고, 사회를 밝게 만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