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진 교수/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구약학

하나님의 6일 창조 사역을 통하여 만드신 피조물들 중에 중심을 이루는 주인공은 사람이다. 그 이유를 다음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창조의 순서가 말해 준다. 엿새 동안에 창조된 순서를 살펴보면 궁극적으로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신 것임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날에는 궁창 가운데 지구를 둥글게 둘러싼 두터운 물 층을 두어 태양광선의 해로운 요소들을 차단하셨고, 물과 흙이 뒤범벅되어 있던 지구를 세 번째 날에는 흙과 물을 나누시고 각각 육지와 바다라고 칭하셨으며 그 안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온갖 피조물들을 오밀조밀하게 지어 놓으셨다. 창조의 시, 공간적 순서와 그 안의 내용들은 사람들이 생활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둘째, 흙으로 빚으신 사람(창 2:7)과 짐승, 조류(창 2:19)의 차이점이 말해 준다. 사람이나 짐승, 조류가 만들어진 재료는 흙으로서 본질상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나 재질상의 차이를 볼 때 사람에게는 보다 세심한 배려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동물이나 조류를 빚으신 흙은 다소 거치른 입자의   아다마이지만 사람을 빚으신 흙은 먼지와 같이 보드라운 입자의 진토인   아파르이다. 한글 개역성경은 창 2장7절 본문의  (아파르 민 하아다마)를 충실히 번역하지 않고 단순히 “흙으로써”라고 했는데 원문에 충실하게 읽는다면 “[거치른] 흙으로부터 채취한(얻은) [보드라운 입자의] 진토로써” 또는 “[거치른] 흙 가운데 들어 있는 [보드라운 입자의] 진토로써”라고 번역해야 한다.

셋째, 사람은 다른 피조물들과 달리 삼위일체 하나님의 천상회의를 통해 하나님의 형상(        첼렘) 과 모양( 떼무트)대로 지음 받았다. 그것은 외형이 아닌 창조주가 인간에게 부여하신 자신의 인격적 속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가장 근본적인 구분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아닌 어떤 피조물이 지정의를 통하여 진선미를 추구하고, 희로애락을 누리는 가운데 창조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는가?

넷째, 남자와 여자로 구분된 사람은 서로 평등하고, 서로 존중하며, 서로 사랑하며 서로 협력하는 인격적 관계의 존재로 지음 받았다. 남자가 홀로 지내는 것이 좋지 않아 ‘돕는(?) 배필’ ( 에제르 케네그도)로서 여자를 만드셨다(2:18)고 했는데 번역상 남녀간의 우열 내지는 종속관계가 내포된 의미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원전의 의미는 ‘능히 그에게 필적할 만한 배필’, ‘그와 대등한 입장의 짝’, ‘그에게 상응하는 배필’ 등을 뜻하여 인격적으로 서로 평등하고 기능상 상호보완적인 관계성의 배필을 가리킨다.

다섯째, 사람은 문화명령(Cultural mandate, 창 1:28)을 특권으로 부여받은 존재이다. 이것은 다른 피조물과의 관계를 가장 직접적으로 구분 짓는 삶 전체의 두드러진 특징으로서 생각과 판단과 언어와 행동의 모든 결과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해야한다는 사람의 삶의 목적과 방법을 가르쳐 준다. 제 1 창조 때에 부여받은 문화명령의 정신은 제 2 창조 때에 부여하신 그리스도의 위임명령(마 28:19~20)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즉, ‘땅에 충만하라’( 밀루)는 명령은 ‘모든 족속에게 가라’는 명령과 더불어 기독교 문화 창달의 범주를 가리키고, ‘땅을 정복하라’( 키브수하)는 명령은 ‘모든 족속을 예수님의 제자로 만들라’는 명령과 더불어 기독교 문화 창달의 목적을 보여주며, ‘땅을 다스리라’  (  레두)는 명령은 ‘세례주라’와 ‘가르치라’는 명령과 더불어 기독교 문화 창달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섯째, 최종적으로 사람을 만드신 후에 총평하시는 창조주 자신의 결론은 “매우 좋도다”  (  토브 메오드, 창 1:31)라는 감탄이었다. 그 이전까지의 피조물을 보시고 내리셨던 평가(“좋도다” 또는 “아름답도다”)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세심함 배려와 특별한 은혜로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당신을 향해 가지신 계획은 무엇일까?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통하여 영원한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구원하신 은혜와 삶에 필요한 온갖 은사와 하루하루 살게 하시는 목적과 의의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