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교수 / 고신대학교 역사신학

우리는 로마교회의 기원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할 수 없다. 물론 몇 가지 주장이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신빙성이 약하다. 흔히 사도행전 2장 10절에서 언급된 오순절 때 “로마로부터 온 나그네”가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개종하여 로마로 귀환하여 로마교회를 설립했다고 하지만 사도행전에는 로마에서 온 사람이 개종했다는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클라우디우스(Claudius)가 유대인 추방령을 내린 AD 49년 당시에는 이미 로마에는 신자들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바울이 로마서를 기록했던 50년대 말에는 로마에는 적어도 3개 이상의 교회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특히 로마서 16장에서는 로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문안하고 있는데 이들이 초기 로마교회 신자들이었다. 이들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었을까? 비록 로마서 16장에서는 단순히 이름만 거명하고 있지만, 그 이름은 바울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어떤 부류의, 어떤 종족의 사람들이었던 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즉 이 이름을 분석함으로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이었던 가를 헤아려볼 수 있는 페르소포그라피의 자료가 된다.

로마서 16장에는 28명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중 26명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이 명단을 보면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은 헬라화된 동방 지역과의 깊은 관련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28명의 그리스도인 가운데 3/4은 동방지역에서 이거해 왔거나 동방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예컨대, 아굴라는 본도에서 왔고(행18:2), 에베네도(Epaenetus)는 소아시아 출신이었다(롬 16:5). 또 브리스가(16:3)와 안드로니고, 유니아(16:7), 우르바노(16:9), 르포와 그 어머니(16:13)는 동방지역에서의 바울의 선교팀의 일원이었다. 다른 이들, 곧 바울이 “사랑하는”이라고 부르는 암브리아(16:9), 스다구(16:9), 버시(6:12) 등은 아마도 동부지역에서 바울을 만났을 것이다. 그래서 26명 중 2명은 틀림없이 동방지역에서 로마로 이거해 왔을 것이고, 다른 9명은 동방지역으로부터 왔을 것이다. 나머지 15명 중 8명은 틀림없이 헬라의 동부(Greek East)지역에서 이주해 왔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름은 로마시에서 발견되는 비문에서 빈번히 발견되는 이름과는 전혀 다른 이름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점이 로마의 기독교인들의 3/4이 헬라화 된 동부지역에서 왔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명단은 많은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이 동방지역에서 이주해 왔음을 확인시켜 주는 단서로 볼 수 있다.
 
또 로마서 16장의 명단을 보면 로마교회의 교인들 가운데는 적지 않은 수의 유대인과 헬라인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섯 사람은 분명히 유대인의 후예이거나 유대교에서 개종한 이들인데,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와 다른 3사람인데, 다른 3사람을 바울이 ‘나의 동족’(my ‘kinsmen’)이라고 말하고 있음을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곧 안드로니고, 유니아(16:7), 헤로디온(16:11)이다.

이 명단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또 한가지는 초기 바울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다수가 노예이거나 노예의 후예였음을 알 수 있다. 26명 중 11명이 바로 이 그룹에 속한다. 헬라어를 사용하는 그리스도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 라틴어 이름을 가진 4사람은 이전에 노예였거나 노예의 후손임을 알 수 있는데, 이들이 마리아(16:6), 유니아(16:7), 암블리아(16:8), 그리고 율리아(16:15)이다. 또 6사람의 헬라어 이름의 사람들은 로마에서 흔한 노예이름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들이 아순그리도(16:14), 블레곤(16:14), 빌롤로고(16:15), 허메(16:14), 네레오(16:15), 드루배나(16:12), 드루보사(16:12)이다.

이 11명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바울은 로마서 16장에서 아리스도불로(16:10)와 나깃수(16:11)에게 속한 노예들에게도 문안하고 있다. 이상을 통해서 볼 때 로마서 16장은 초기 바울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의 사회적 신분에 대한 중요한 암시를 주고 있다.

비록 이들이 로마교회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 교회 공동체는 유대인과 헬라인들로 구성되었고, 또 많은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은 노예였거나 노예에서 해방된 자들 혹은 노예의 후손들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런 사람들을 통해 로마교회를 세워갔고, 다음 세기 세계기독교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감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