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길 목사 / 장로회신학대학교 객원교수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른 아침에 주님께서 나뭇가지를 모아다가 모닥불을 피워 놓고, 떡을 구어 놓고 생선을 준비해 놓고선 호숫가에 서서 누구를 기다리는 모습이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먼동이 트기 전 찬바람 스치는 호숫가에 서 계신 주님 앞으로 한 척의 배가 100m쯤 접근해 오고 있다.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그들을 향해 주님은 물어보신다. “못 잡았습니다”라고 돌아온 대답은 주님께 친숙한 제자들의 음성이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잡을 것이다.” 해안에서 100m 떨어진 곳에 무슨 고기가 있을까만 그들은 던졌고 많은 고기를 잡았다.

주님은 제자들을 모닥불 주변으로 불렀다. 싸늘한 새벽 공기를 타고 나뭇가지 타는 소리와 함께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거기엔 빵이 놓여 있고, 그 옆엔 생선이 놓여 있다. 그것을 본 제자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모닥불! 이 빵! 이 기적의 생선! 이것들을 보면서 베드로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기적의 고기는 베드로가 주님을 메시아로 처음 만났던 때 일어났던 기적을 생각나게 했다면, 빵은 “주여 내가 주와 함께 옥에도, 죽는 데도 가기를 준비하였나이다”고 다짐하였던 만찬의 날을, 모닥불은 주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던 가야바의 집에서의 그날 밤을 생각나게 하기에 충분하다. 감격과 후회가 모닥불 안에 함께 타고 있다. 

오랜 침묵 후에 주님께서 베드로를 향하여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요한의 아들 시몬아!” 하고 마치 난생 처음 만난 것처럼 부르셨다. 그 말이 베드로의 마음에 보통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고 묻는 물음도 신경을 쓰게 만들었을 것이다.

세 번 물으시는 물음에 겨우 세 번을 “주여, 그러하외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고 둘러댔다. 왜 꼭 세 번을 물으셔야 했을까? 세 번이나 연거푸 물으시는 주님의 물음에 베드로는 괴롭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궁금한 것은 주님께서 그날 베드로에게 왜 세 번이나 사랑하느냐고 물었을까 하는 점이다.
주님이 베드로에게 사랑하느냐고 물은 이유 중에 첫째는 양심의 가책이란 쇠사슬에서 베드로를 해방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부활의 소식을 특별히 베드로에게 전하라고 하심으로 상처를 치료해 주셨지만 여기서는 다시 그의 아픈 기억조차 제거해주시려고 하신다. 사실 “사랑하느냐?”는 물음은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 말은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고백이다.

이 말씀은 ‘베드로야, 네가 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괴로워하지 마라, 나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용서했다’는 표현이 아니겠는가? 이제 주님께서 그에게 사랑을 고백했는데, 과거의 실수가 더 이상 그의 영혼 한 구석에 남아 괴롭게 할 이유가 없게 되었다. 완전히 베드로를 과거에서 해방시키셨다.

주님은 뉘우치고 돌아온 사람들에겐 결코 심문하는 법이 없다. 탕자의 경우를 보아도 그렇고, 바울의 경우를 보아도 그렇다. 성경에 어느 하나 심문한 경우가 없다. 대신 주님은 사랑으로 죄를 녹여 내시고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도록 하신다. 그 사랑을 누가 배반할 수 있으랴!
사랑하느냐고 물으신 두번째 이유는 그에게 사도직을 맡겨 세상으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교회가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셨고, 어떻게 목회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셨다. 이젠 그를 새 사람으로 변화시켜 주시고, 그를 자기를 대신하는 사도로 보내려고 하시는 것이다.
자기를 배반한 사람에게 어떻게 교회를 맡길 수 있겠는가? 한번 배반한 사람은 또 다시 배반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주님은 베드로에게 “내 어린양을 먹이라”고 하셨고, “내 양을 치라”고 하셨고, “내 양을 먹이라”고 하셨다. 베드로의 잘못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그에게 양들을 맡기셨다.

이 말을 들은 베드로의 뺨에는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렸을 것이고, 하늘같은 그 사랑에 감동되어 마음속에선 이처럼 외쳤을 것이다. “주님, 이제는 절대로 주님을 배반하지 않겠습니다. 죽도록 주님을 사랑하겠습니다.” 베드로는 이 순간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았다. 그가 순교하는 순간까지.

사랑하느냐고 물으신 이유 세번째는 하나님의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려고 물으셨다.
주님은 ‘네가 나를 섬기겠냐?’ ‘네가 나를 예배하겠느냐?’ ‘네가 교회에 출석 잘하겠느냐?’ ‘네가 성경을 읽겠느냐?’ ‘네가 십일조를 내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오직 사랑하느냐고만 물으셨다. 내가 너를 용서한 것처럼 모든 사람을 용서하며 목회해라, 내가 너를 사랑한 것같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며 목회해라는 말씀과도 같다.

하나님의 일은 그 은혜가 감사해서 울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교회의 역사를 빛낸 사람들은 모두가 학식이 많은 분들이 아니다. 그들은 학식이 많든 적든 그 사랑과 용서 때문에 진정으로 넋을 놓고 울어본 사람들이다. 그들이 주님의 일을 이루어 냈다. 베드로도 그 후 한번도 주님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신 한마디 말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자유를 주시고, 목회자로 세우시고, 목회의 원리까지를 다 주셨다.

오래 전에 고(故) 이상근 목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40대엔 지식으로 목회를 하는 줄 알았다. 50대엔 경험으로 목회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60대엔 사랑으로 목회가 이뤄진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셨다. 주님을 사랑하든지 주님의 양들을 사랑할 때만이, 내가 용서받고 사랑받은 것처럼 그들에게 베풀 때 진정한 목회는 이뤄지는 법이다.

사랑은 사명을 주시고, 그것을 이루는 방법과 열정까지 다 제공해 준다. 목회자의 그런 사랑을 받고 성숙한 사람은 그가 당신의 대를 이어 그 사랑을 펼쳐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은 세상으로 펴져 나가는 것이다. 여러분은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