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교수 / 고신대학교 역사신학

그리스-로마 신화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 이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특징은 인간 친화적이라는 점이다. 아니 인간과 거의 같다. 다르다면 좀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일 것이다.

1세기 그리스· 로마의 종교는 올림포스 산에 있는 열두 신에 관한 것이다. 신인동형의 인간적 특성의 신화가 발전된 것은 호메로스(Homer) 시대(주전 1750년 경)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인간을 유혹하며, 서로 속이고 속기도 한다. 또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으면 어린아이들처럼 행동하는 변덕스럽고 고약한 남녀 신들이다. 올림포스의 열두 신들은 원래 1년 열두 달에 해당하는 신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이 개념을 잊어버렸다.

사람이 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인간과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신이 인간의 모습을 하였다는 생각은 올림포스 만신 숭배에서처럼 나타난다.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1세기 전에 키케르는 “몸이 없는 신이란 생각할 수 없다. 몸이 없는 신은 필연적으로 지혜가 없으며 감각이나 쾌락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들이 이해하는 신의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에 대한 이해를 몸과 관련짓고 있다. 이것은 성경이 하나님에 대해 말할 때, ‘하나님의 눈’, ‘하나님의 손’,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등 신체적인 것을 염두에 두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사람이 하나님을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써 이지 실제로 하나님이 육체를 가지고 계시지는 않는다.

이런 표현을 두고 신인동형적 표현이라고 할 뿐 하나님이 우리처럼 육체를 가지고 계시지 않다. 삼위 하나님 중 유일하게 육체를 소유하신 분은 성자 하나님뿐이시지만 이분의 육체는 우리처럼 제한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교도들은 신은 몸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과 인간이 서로 결합되는 것을 당연시하며, 이런 바탕 가운데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인간과 결혼도 한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에 대한 이교도적인 해석으로 하나님이 마리아와 통간하여 그리스도가 생겼다고 말한다. 또한 일부 기독교에서는 동정녀가 아니면 그리스도께서 죄성을 물려받기 때문에 성령을 통해 처녀를 택했다는 이교도적인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창세 전에도 계셨던 거룩하신 하나님이셨으며 그분이 동정녀 탄생을 하지 않았어도 거룩하신 분이시다. 동정녀 탄생은 하나님께서 구약의 선지자를 통해 약속하신 메시아 탄생에 대한 방편이었고 그 약속이 실현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실을 그대로 믿는, 성경 무오성을 바탕으로 수납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신앙고백이며, 하나님의 역사에 대해 믿음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로마시대의 만신숭배는 공적인 국가 의식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의식에 참여하지 않으면 애국심이 결여된 것으로 간주되었다. 총독 플리니우스가 비두니아의 그리스도인들을 시험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하였다.

신들에게 드리는 제사는 국가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었다. 신전은 국가가 세우고 유지했으며, 사제들은 국가가 선출 혹은 임명했다. 국가가 국민들을 통제의 수단으로도 만신숭배를 이용했으며, 개인들은 신을 개인적으로 예배하기 위해 신을 믿고 제의에 참여한 것보다는 그 행위가 국가에 대한 개인의 충성심을 보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참여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신을 하나만 섬긴다거나 다른 신을 배척하지 않았으며, 어떤 도시는 쥬피터를 숭배하면서 동시에 아폴로를 숭배할 수 있었다. 한 도시가 많은 신을 숭배할수록 신에게 축복을 받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생각이 그들을 지배하였다.

바울은 이런 것을 빗대어 아테네에서 ‘알지 못하는 신에게’ 드리는 재단이 있다고 말했다(행 17:16∼23).

로마의 이런 사회적 정황과 의식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입장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만신들과 황제 상에 숭배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자신들의 종교적 입장을 천명하였다.

그러므로 종교적 제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한 것은 당연했다. 로마인들은 이것을 두고 시민의 의무를 거부하는 비애국적 행동이라고 생각하였으며 황제 역시 이런 행위를 반역이나 황제의 통치를 거부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핍박의 빌미가 되었다.

로마인들은 신에게 기도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 신이 원한을 품거나 악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신들은 자기들에게 재물을 드린 사람에 대해 무자비한 증오심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애석하게도, 신들의 자비심을 강조한 그리스-로마 신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로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었던 로마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전혀 다른 전능하시며 자비로우시며 은혜로우신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