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길 목사 / 빛내리교회 담임

마가복음에 의하면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대리고 유대지경과 요단강 건너편으로 가시면서 무리들을 가르치셨던 것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주님께서 유대 땅으로 가시기 위하여 요단강을 건넜다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 사건은 유대 지경이 아니면 예루살렘일 가능성도 많다. 마태복음에는 이 사건을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사건들 속에 연결시켜 놓았고, 누가복음은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는 도중에 일어난 일로 기록하였다(마 18:31).

즉 여리고에서 삭개오를 만난 사건 바로 앞에 두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유대 지방의 어느 고을에 살던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예루살렘에 사는 자로서 예수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나아가서 만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본문은 이 사람이 달려왔다고 표현하고 있다. 

한 사람이 달려와서 꿇어 앉아 물었다. “선한 선생님이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이 사람의 진지한 물음에 예수님과의 대화는 계속된다. 주님께 달려와 꿇어앉아 물었던 이 사람은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다. 사실 십계명의 6계명에서 10계명을 다 지켰다고 장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분은 자기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 앞에서 이런 것들을 어려서부터 지켰다고 자신 있게 고백하였다.
그것도 “문자 그대로”  그 모든 것을 지켰다고 했다. 또 예수님께서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주신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21절에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사랑하셨다”고 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매력적인 젊은이를 보시고 사랑에 빠지신 것이다.

더우기 그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그에게 특별한 주문을 하셨다. 이 주문은 율법이나 규율에 대한 단순한 외적인 순종보다 더 높은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주님은 그 사람의 무엇에 그처럼 흡족해 하셨을까?

제자들은 주님과 이 사람의 대화 내용을 다 듣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사람은 많이 배운 사람이다. 율법을 철저하게 지켰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을 보아도 이 사람은 비범한 사람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이 사람은 물질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다. 누가복음은 관리였고, 큰 부자였다고 기록한다. 그가 큰 부자였기 때문에 주님의 말씀을 듣고 괴로움도 컸다는 것이다.

제자들이 볼 때 자기들은 이 사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십계명을 다 지키려고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과 큰 물질을 가지고 있는 것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은 큰 자극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지금 돈이 많아 고민하는 사람은 교회 안에도 없다. 거기에다가 주님께서 열렬한 사랑까지 보이니 제자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제자들은 숨을 죽이며 이 사람의 마지막 결단을 지켜보며 침을 삼키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괴로워하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는지도 모른다.

주님은 이 젊은이와 대화하면서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제자들을 의식했을 것인데, 주님은 제자들에게는 이 사건을 통하여 무엇을 가르쳐 주고 싶으셨던 것인가? 주님은 제자됨은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 율법과 계명에 더욱 진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이 사건은 산상설교에서 요구하셨던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5:20)고 하셨던 내용의 좋은 모범을 보여주신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 젊은이가 지니고 있는 신앙훈련과 성숙을 위한 고민은 제자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면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막 10:31)라고 하셨는지도 모른다.

물론 제자들은 자기들의 소유를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이 가지고 있던 재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보잘 것 없던 소유였다.
지금 예수님은 이 젊은이에게 그 많은 재물을 가지고 가난한 자들을 섬기라고 하심으로, 최고의 신앙의 높은 경지를 요구하셨다. “가서 네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좇으라.” 여기서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은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는 것과 “와서 나를 좇으라”는 것이다. 땅의 것보다는 하늘에 보화를 쌓으라고 하신다.

그러나 하늘의 보화는 지금 주님을 따르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님이 요구하신 내용은 하나님 외에 누구도 사람의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보다 더 큰 관심들을 가진 것들을 다 버리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본문은 인생에 있어서 궁극적 관심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삼고 있는 내용이다. 이 젊은이는 주님께로 돌아왔을까? 27절에 “하나님께서는 하실 수 있느니라”는 말씀 안에 아직도 열려져 있다고 느낀다. 

처음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겠다고 나섰던 지금 이 땅의 제자들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감격도 무뎌지고, 재물이나 명예나 지위, 그 외 다른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그리하여 궁극적 관심도 세상적인 것으로 바뀌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자신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좇았다고 자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에 예수의 제자들은 너무 부요하다(가난한 자들은 너무 가난하고). 주님 외에 생명을 거는 다른 관심들도 많다. 그래도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좇았다고 자랑할 수 있는가?
마지막 인생을 마칠 때까지 주님만을 궁극적 관심으로 모시고, 빈 마음으로 살아간 후에야 비로소 제자의 삶을 잘 마쳤다고 고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