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길 목사/ 장로회신학대학교 객원교수

그동안 침묵 속에서 진행되어온 예수님의 목회학은 이제 표면으로 떠오른다. 누가복음은 베드로를 특별한 방법으로 제자로 부르신 사건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내용은 어떤 복음서와도 다른 내용이다. 왜 누가는 베드로의 기사를 이처럼 자세하게 기록했을까? 또 주님께서는 왜 베드로만은 특별한 방법으로 부르셨을까?

여하튼 그날 일어난 모든 것이 색다르다. 예수님께서 그날 아침에 베드로의 배를 빌린 것부터가 색다르다. 다른 배가 있었는데, 유독 베드로의 배를 선택하셨다. 그것도 밤새껏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여 피곤에 지치고 짜증난 얼굴을 하고, 그물을 막 씻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베드로에게 배를 빌린 것이다. 주님은 베드로의 배에 오르셔서 무리들을 가르치셨다. 베드로는 닻을 잡은 채 그 말씀을 경청해야 했다.

도망갈 데가 없이 배를 움직이지 않게 닻을 잡고 있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들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님께서 그것을 계획에 두신 것은 아닐까? 왜 하필이면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그날 아침, 그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했을까? 그런데 베드로는 그대로 순종한다. 그 이유가 우리 마음을 끈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지금 무리들이 해변에 줄지어 서 있다.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군중들은 다 듣고 있으며, 그 결과도 다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중에 주님은 베드로에게 말씀하셨고, 그는 순종하였다. 베드로는 그날만은 달랐다. 그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겠다고 말한다. 그물을 내릴 근거는 오직 한 가지, 그것은 당신의 말씀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도 말씀을 듣는 동안 그 말씀이 베드로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레헤마는 그 순간 베드로에게 내린 예수님의 단순한 말씀을 말한다. “의지하여”는 그 행동을 하는 단 하나의 이유를 말한다. 베드로도 군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말씀대로 해보겠다는 것이다.

예수님도, 베드로도 시험대에 올라 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이 결과를 베드로는 신중하게 기대하면서 그물을 던졌다. 그물이 찢어지기 시작할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혔다. 자기 배만 아니라, 옆에 있던 배까지 가득 채웠다. 그 결과는 그의 경험이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시몬 베드로는 즉시 예수님 앞에 엎드려서. “나를 떠나소서”라고 말한다. 그 많은 고기에도 관심이 없다. 그 고기를 팔아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도 잊은 지 오래다. 그에게는 오직 예수님만 보인 것이다. 자기와 예수님의 질적 차이를 느낀 것이다.

마침내 주님은 그를 제자로 부르신다. 그는 자기의 삶의 터전을 다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선다. 그런데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도대체 왜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부르시면서 이런 특별한 방법을 시도하셨는가 하는 점이다. 또 누가는 왜 이 사건을 이처럼 소중하게 이곳에 소개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처음 어떻게 주님의 은혜를 받고, 어떻게 주님을 만났는가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경험이 그 사람의 신앙의 성격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처음 경험이 일생을 지배한다.

그렇다면 베드로를 그런 방법으로 부르신 데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던지고, 자기 경험을 초월하는 고기를 잡은 것은 10절에서 받은 그의 사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것이다. 베드로가 일생동안 주님을 위하여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하는 방법론을 체험적으로 가르쳐 준 것이다. 그가 갈릴리에서 겪은 이 놀라운 경험은 그의 일생을 지배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이 물위로 걸어서 오셨을 때, 베드로는 “주님, 주님이시면, 나더러 물 위로 걸어서, 주님께로 오라고 명령하십시오”(마 14:28) 하였다. 얼마나 “말씀에 대한” 강력한 신뢰를 표현하고 있는가?

주님이 하라고만 하시면 자기는 하겠고, 물 위로도 걸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표시한다. 이런 확실한 신뢰가 어디서 나왔을까? 사도행전 4장 19절에는 “하나님 앞에서 너희 말 듣는 것이, 하나님 말씀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고 한다. 이처럼 베드로가 사도로서 주님의 말씀에 절대적인 신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잊을 수 없는 이런 강력한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주님이 특별한 방법으로 베드로를 제자로 부르신 것은 그를 불렀다는 사건과 함께 그에게 일생 동안 어떻게 목회해야 하는가를 체험적으로 교육하신 것이다. 이제부터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목회학 강의가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우리 신앙의 내적 영성이 있고, 외적 영성이 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에 비유한다면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는 것이 외적 영성이라면, 보이지 않는 시냇가에 뿌리를 뻗어가는 것은 내적 영성이다. 그런데 우리는 외적 영성만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무엇을 하기에 너무 바쁘다. 내적 영성은 하나님으로부터 듣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님과 교제하며, 그 말씀대로 살려고 하는 데서 시작된다. 하루에 한 시간씩만이라도 책상 위에 책을 다 치우고, 성경책 하나만 가지고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다면 목회자들은 더 많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성경을 통하여 들은 말씀을 백성들에게 전한다면, 백성들에게서도 베드로가 했던 고백이 나올 것이다. “말씀에 의지하여 살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