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용 소장 / 교회문화연구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을 사회적 존재라 한다. 사람이 함께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커뮤니케이션이 관계를 만든다. 일찍이 사람들은 다양한 의사소통을 익혀 왔다. 처음에는 손짓 발짓으로, 그 다음에는 그림으로, 그리고 말로, 그리고 글로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거나 전달받아왔다.

커뮤니케이션에 장애가 생길 때에는 사회적 존재로서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손짓 발짓, 그림, 말은 누구나 어느 정도 익힐 수 있지만 글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 ‘컴맹’을 얘기하는 현대사회에서 ‘문맹’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히 불편한 일이다. 그렇지만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문맹률은 4% 정도가 된다.

특히 나이가 많은 세대의 문맹률은 그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의무교육을 통해 글을 배울 기회가 없었고, 경제 사정이 어려워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다.

글자가 없는 미전도 종족에게 전도할 때 선교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는다. 글자 없이는 복음을 전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간단한 문자를 만들어 그걸 통해 성경을 번역하여 전한다.
문자를 해독하고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단히 불편한 일이다. 전북 익산영락교회 김종순 목사( 083-853-2761/ 011-9644-4510)는 교우 가정에 심방을 갔다가 글을 몰라 한숨을 쉬며 부모를 원망하는 한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의 불행한 인생에 충격을 받고 2002년 초부터 17명의 노인 학생들을 뽑아 1주일에 두 차례씩 한글을 가르쳐왔다. 벌써 초급반과 중급반을 마친 학생들이 있다. 교사는 자원봉사 교우들이 맡고 있다.

학생을 모집할 때 대부분은 수치심 때문에 친척 등을 통해 문의를 해왔다. 학생 중에는 절에 다니는 이도 있고, 다른 교회 성도도 있다. 그러나 이 교회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려 하지만, 이들이 한글을 깨우치고 행복을 누리게 하는 게 큰 소망이다.

아직 체계적인 교재가 부족하고, 교사 양성 과정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노인 학생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교우들과 교사들은 보람을 느낀다. 지금 우리는 정보화 세대, 산업화 세대, 농경사회 세대 등 3대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문맹일 것이다. 우리는 문맹자들을 소외시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문맹자들은 구조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노인들은 그렇게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분들은 바로 우리 세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세대다. 그분들 덕에 이만큼 살게 된 우리는 이제라도 그분들에게 글을 가르쳐, 늦었지만 그들도 자신의 행복을 누리도록 도와야 한다.
이 시대의 토끼들은 힘겹게 뒤따라오는 거북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익산영락교회는 그 한 방법으로, 한글을 몰라 한이 맺힌 노인들에게 생선을 잡아 나눠주지 않고 생선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셈이다. 교회는 교회가 위치한 지역이나 상황에 맞게 사람들을 섬겨야 한다. 익산영락교회는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로 지역사회를 훌륭히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