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미래상은 단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은 산소와 질소 그리고 광고를 마시며 산다고 할 정도로 광고는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다. 본인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광고를 피해서, 또는 외면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광고는 그 시대의 가치관을 충실히 반영하여 제작된다. 그러므로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러한 광고의 속성은 바람직하지 않은 가치관을 확산시키는 폐단을 가져온다. 광고의 부작용을 현명한 소비자 운동으로 규제하여야 하며, 복음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기독교적인 안목이 절실하다.

섹스 어필에 호소하는 TV 광고

“진짜에 꽂아줘요!”(우유 속 진짜 과즙 듬뿍), “날 빨아들여”(프렌치카페), “오래오래 느끼고 싶어서”(LG트롬), “때 빼면 부드러워져요”(불스 원샷)….

선정적인 문구와 장면을 내세운 TV 광고들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자극하고 있다. 이른바 전형적인 ‘섹스 어필’ 광고들이다. 선정적인 자극을 통해 상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광고 기법 가운데 하나다. 

 최근 방영된 광고 중 가장 선정적이란 평을 받는 광고는 남양유업의 ‘우유 속 진짜 과즙 듬뿍’ CF다. 이 광고는 처음부터 이상야릇한 느낌이 들게 하는 카피로 시작한다.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검객 의상을 입은 여자 모델이 나타나 “빨대, 아무 데나 꽂지 마라”고 외친다.

이어 무협영화처럼 나무를 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더니 풀쩍 뛰어 내려온다. 착지를 위해 양다리를 적절히 벌리고 커다란 빨대를 아래로 겨냥한 자세다. 그런데 카메라 각도를 아래서 위를 향해 잡은 까닭에 TV 화면 중앙의 여자 검객 다리 사이로 시선이 집중된다.

다음 장면들은 더욱 자극적이다. 드디어 팩으로 포장된 제품이 등장하는데 윗부분에 난 조그만 빨대 구멍으로 빨대가 과즙을 튀기며 꽂혀 들어간다. 빨대 꽂을 곳을 찾은 모양이다. 마지막 카피가 압권. 출연자가 검지를 돌려 찌르며 “진짜에 꽂아줘요!” 이쯤이면 제품 광고인지 다른 것(?)을 연상하라는 건지 헷갈리게 된다.

남양유업의 커피 음료 ‘프렌치카페 악마의 유혹’ CF도 전형적인 섹스 어필 광고다. 여자 모델이 테이블 위를 네 발로 기어 다가온다. 남자 모델을 매혹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다 ‘프렌치카페’에 꽂힌 빨대를 고혹적인 자세로 빨아댄다. 프렌치카페 CF는 전편에서도 ‘날 빨아들여’란 카피로 눈길을 모았던 광고다.

TV CF 등 광고 관련 사이트에는 “어린이와 학생들이 마시는 제품인데 아이들이 따라할까 우려된다”, “초저녁부터 가족이 모여 앉아 TV를 시청하는 저녁 시간대에 집중 방영되고 있어 민망하기 짝이 없다”, “광고를 보면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등 선정성을 지적하는 비판의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광고가 끼치는 해악 

뭐니뭐니해도 광고가 끼치는 해악은 성(性)을 상품화한다는 데 있다. 광고 기획자들은 “인간의 모든 문제는 섹스와 연결시켜 이해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인간의 행위 밑바탕에는 성적인 동기가 있다고 보고, 광고 제작자들은 철저하게 섹스에 커뮤니케이션의 고리를 걸려고 한다. 예를 들면, 과자를 선전하면서도 “촉촉해요”라든가 휘발유 선전에 “강한 걸로 넣어 주세요” 등의 광고에 섹스 어필한 카피를 넣고 있다.

이러한 광고에 대해 카피라이터 이만재 씨는 “기업이 자기 회사의 상품을 광고하는 데 성(Sex)을 남용한다면 일시적인 시선집중 효과는 거둘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이미지에 별 도움이 못될 것”이라고 말한다.

표현상의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일 수 있다. 더 근원적인 문제, 광고라는 꽃의 독소는 그 엄청난 매체의 물량적 위력에 편승하여 물질만능 풍조를 유행병처럼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만재 씨는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한다. 물질의 풍요로운 소유야말로 ‘행복의 조건’이라는 등식을 은연 중에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케팅을 극대화하려는 광고 효과로 소비자들의 ‘쇼핑 중독 증후군’은 이제 남의 말이 아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말까지 개인 신용불량자는 334만6천여 명에 이르렀고, 이 중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207만여 명이었다. 이 수치는 2천235만 명의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 중에서 7명 중 1명은 신용불량자라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카드 빚을 둘러싼 강력 범죄가 일상화되고 있고, 날로 격화돼 가정 파괴를 넘어 사회 파괴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신용카드 범죄가 올해는 1시간에 1건 꼴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22일에 발표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발생한 신용카드 범죄는 5천75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천6건보다 43% 증가했다. 하루 27.2건, 1시간에 1.13건의 카드 관련 범죄가 일어난 셈이다.

한양대 심영희(沈英姬) 교수는 “우리 사회에 카드만 있으면 앞뒤 생각하지 않고 돈을 빼내 쓰면서 중산층 흉내를 내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전제하고, “앞날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현재를 즐기고 보자는 세태가 카드 빚 범죄의 배경으로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과 허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기독교 언론학자들은 상업성에 기초한 광고의 폐해로 성도들의 경건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해로움을 든다.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김기태 교수는 “잘못된 광고가 소비자들의 태도나 가치, 규범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졈을 손꼽는다. 은연중에 외설적인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하고, 비윤리적인 퇴폐 행위를 용인하는 식의 마음 상태를 조장함으로써 신자들의 경건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광고를 복음 전파의 도구로

이미 우리 일상은 언제 어디서나 쏟아지는 광고와 동영상의 무차별 폭격에 노출돼 있다. 무엇보다 대중매체로부터 도전 받고 있는 교회의 응전을 촉구해야 한다. 김기태 교수는 “대중매체는 교회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매우 유용한 선교 도구이자 전략적 실천의 장이 될 수도 있고, 잘못 쓰여질 경우 교회를 망치고 경건한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을 그르치게 하는 폭력무기이자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기독교 언론학자는 “한국교회는 광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고에서부터 어찌하든지 복음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열심, 수용자를 앞세우는 열린 마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와 투자 그리고 새로운 광고 가능성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등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질 때, 교회는 저돌적인 공격 앞에 쩔쩔매는 수비수의 위치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이용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음도 이제는 ‘광고’라는 툴(Tool)을 통해 포장 기술을 새롭게 해야 될 당위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건한 묵상이 그리운 시대 현대인들은 예전처럼 집안에서 TV나 신문, 잡지 등 제한된 미디어를 통해 광고와 영상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광고와 동영상이 무차별 난사되는 ‘영상 폭격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최첨단 미디어가 집 밖에 나온 사람들의 무료한 틈새 시간까지를 장악하는 ‘OOH(out of home) 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OOH 미디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 광고다. 최첨단 미디어를 이용한 광고와 동영상은 극장 앞이나 은행 같은 공공장소, 지하철과 열차, 버스, 터널에서도 여지없이 찾아들고 있다. 전광판이나 무료 공중전화 심지어 슈퍼마켓 계산대, 휴대전화의 액정화면, 화장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우리 지하철은 이러한 OOH 동영상 광고의 실험장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불황이라는 광고시장에서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는 새로운 광고시장으로 주목받을 정도다. 60인치 PDP, TFT―LCD,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145인치 대형화상 등이 지하철 승강장, 통로, 차량 내부에서 광고와 TV 프로, 스포츠 중계, 자막을 통한 실시간 뉴스, 날씨, 증권시세 등을 쏟아내고 있다. 광고 매체로 인식되는 순간, 영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광고와 정보·오락 콘텐츠를 동시에 내보내는 ‘위장술’을 쓰고 있다. 이 같은 OOH 미디어의 확대는 점차 개인의 사적인 시공간을 장악해 들어오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말해준다. 무차별 영상 폭격 속에서 개인이 스스로 미디어 접촉을 제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선택권은 줄어든다. 인간의 24시간은 점차 소비의 욕망만을 무한대로 부추김하는 광고 속을 떠다니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렇게 이미 가공돼, 주어진 정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더이상 독서나 사색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참아내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성경 묵상이나 개인기도 시간은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다. 하나님과 독대하는 은밀한 골방의 시간이 그리운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