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확실한 건 이단뿐인가 하노라 |
|
|
|
|
1999년 여름이었습니다. 대문과 현관문 사이의 홀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습니다. 쇠기둥 여러 개가 묶여있는 모양의 대문이어서 문틈으로 안마당이 조금 보였습니다. 어떤 여자 두 분이 초인종을 누르며 얘기를 좀 하자더군요. 그냥 지금 말씀하시라고 했더니, 대뜸 올해 12월 Y2K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안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이단단체인 ○○○증인회 신도들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고 한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교회를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분들은 더욱 적극적이 되었습니다. 들어가서 얘기를 좀 해야겠다는 것입니다. 할 일도 많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됐다고, 다른 데 가 보시라고 했더니 대문을 막 흔들면서 소리쳤습니다. “올해 12월이면 종말이 온다니까요!!” 너무나 확신에 찬 목소리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답했습니다. “아, 그래서 뭘 어쩌라구요!!”
1999년 컴퓨터 전문가들은 컴퓨터가 이진법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2000년이 되면 컴퓨터가 전산 대혼란을 겪으면서 금융시장이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했었습니다. 소위 Y2K에 대한 공포는 이후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고, 일부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식료품 고갈·핵무기 폭발 등의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를 악용한 단체들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2000년 1월 1일에 금융시장 마비는 없었습니다.
그럼 이런 확신은 어떨까요? 1966년 시사주간지 타임지(誌)가 “여성들이 외출하고 상품을 직접 만져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집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우편으로 받는) 원격 쇼핑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원격 쇼핑인 인터넷쇼핑 시장은 해마다 커지고 있고, 물류회사의 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어디 가서 물건을 장만하는 피곤한 일은 남자들만 싫어하는 게 아니고 여자들도 싫어합니다. 단지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죠.
1998년 러시아 외무부 산하 외교관학교의 이고르 파나린 교수는 미국에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정치·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져 내전을 겪고 2010년이면 6개주(州)로 쪼개질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합니다. 중국이 미 서부를, 캐나다가 미 북부를, 유럽이 미 동부를, 멕시코가 미 남부를,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일본이 하와이를 차지할 것이라는 황당한 예측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불확실성의 확실성으로 불안하게 사는 데, 이단에 미혹된 분들만이 독보적인 불변의 확신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
|
|
|
|
|
|
| 최근 많이 본 기사 |
|
|
 |
|
편집 : 2024.4.28 일 16:03
배너달기
gasuri4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