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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발전과 기독교의 역할 |
| 기독교학문연구회 학술대회 ‘한국사회의 발전과 기독교의 역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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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 장신대 교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사회발전이라는 개념은 가치 함축적인 개념으로 근대화 과정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양식으로 전개되는 사회구조의 변동을 말한다. 특별히 사회발전에서는 인간적인 삶의 가치가 중요하며, 삶의 가치는 개인이 타고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자아완성을 이루고, 사회적으로는 문화공동체인 민족의 잠재적 문화역량을 충분히 펼쳐 문화적 성숙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질적 정신적 삶의 질 향상과 선택과 참여의 자유 및 배분정의를 보장하는 ‘삶의 기회’를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한국사회발전의 핵심적 지표로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평등화’, ‘사회적 복지화’, ‘문화적 성숙화’, ‘통일과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이 그것들이다.
본 소고의 일차적 관심은 한국사회의 현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사회발전에 대한 기독교의 역할을 분석하여 보는 것이다. 한국 사회발전에 있어서의 교회공헌은 사회발전의 핵심적 지표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의 역사적, 사회적 역할에 대한 분석으로 더욱 구체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본 소고는 한국사회의 사회발전이라는 관점에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한 평가를 시도한 후에 사회발전을 위한 교회의 역할에 토대가 되는 신학적 기초와 교회의 바람직한 사회참여 태도와 자세를 확인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가속화되는 지구화 시대를 맞이한 21세기 한국사회발전을 위한 교회의 과제를 제시하기로 하겠다.
일반적으로 사회발전이라는 개념은 가치 함축적인 개념으로 근대화 과정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양식으로 전개되는 사회구조의 변동을 말한다. 특별히 사회발전에서는 인간적인 삶의 가치가 중요하며, 삶의 가치는 개인이 타고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자아완성을 이루고, 사회적으로는 문화공동체인 민족의 잠재적 문화역량을 충분히 펼쳐 문화적 성숙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질적 정신적 삶의 질 향상과 선택과 참여의 자유 및 배분정의를 보장하는 ‘삶의 기회’를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한국사회발전의 핵심적 지표로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평등화’, ‘사회적 복지화’, ‘문화적 성숙화’, ‘통일과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이 그것들이다.
본 소고의 일차적 관심은 한국사회의 현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사회발전에 대한 기독교의 역할을 분석하여 보는 것이다. 한국 사회발전에 있어서의 교회공헌은 사회발전의 핵심적 지표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의 역사적, 사회적 역할에 대한 분석으로 더욱 구체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본 소고는 한국사회의 사회발전이라는 관점에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한 평가를 시도한 후에 사회발전을 위한 교회의 역할에 토대가 되는 신학적 기초와 교회의 바람직한 사회참여 태도와 자세를 확인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가속화되는 지구화 시대를 맞이한 21세기 한국사회발전을 위한 교회의 과제를 제시하기로 하겠다.
1. 사회발전 지표와 기독교의 역할
1) 정치적 민주화
한국사회와 기독교의 관계는 정치적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정치적 상황은 곧바로 기독교의 대정치적 역할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전제적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사회발전 과정에 있어서 주요한 정치적 지표는 ‘정치적 민주화’이다. 한국의 기독교가 현대화라는 맥락에서 본격적으로 정치적 민주화 과정에 기여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 이후부터이다. 해방이후 한국교회는 심한 분열과 정교유착을 보이면서 한국사회 현실 속에서 예언자적인 기능, 즉 사회변동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었다. 이러한 사실은 1919년의 3.1 운동에 주도적 역할로 상징되는 초기 한국교회의 사회변동적 기능의 전통이 그간 발전적으로 계승되어 오지 못하였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이르러 한국 기독교는 이전 시기와는 차별되는 정치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하기에 이르렀다. 1960년대에 한국의 기독교 안에는 두 가지 흐름이 형성되었다. 하나는 보수 성향을 가진 다수의 교회들에 의해 사회통합의 역할이 수행된다. 이들은 냉전시대에 반공의식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나름대로의 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였다. 또한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로 상징되는 민족적 경제개발주의, 즉 경제우선주의의 토대마련을 위한 사회정치적 안정을 위하여 정치적 민주화에는 어느 정도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는 데에도 기독교계가 일조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부흥운동, 성령운동의 영향이 컸다. 이러한 민족복음화 운동은 결과적으로 교회로 하여금 정치적 민주화를 목적으로 한 직접적 정치참여나 현실 참여보다는 경제개발을 통한 민족중흥 및 세계 선교 등에 관심을 돌리게 하였다. 물론 당시 많은 교회들은 급격한 경제개발로 인하여 정신적 가치의 혼란을 경험하며 육체적 피곤의 가중함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급속한 도시화로 농촌 공동체를 떠난 이들에게 새로운 공동체를 마련하여 주는 등의 사제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 기독교 안에는 정치적 민주화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비판세력도 강력히 활동하고 있었다. 1963년 10월에 제3공화국이 수립되었을 때, 교회지도자들과 학생들은 그것을 군정 연장으로 간주하고 반대 시위를 벌였다. 또한 1965년의 굴욕적인 한일협정 비준을 반대운동과, 1969년 3선 개헌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이 운동들의 중심에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기독교 지도자들(교수, 목사)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1960년 후반기부터는 사회적인 맥락이 무시된 채 개인의 영혼구원과 복음전도만 강조하는 기성교회에 만족할 수 없었던 기독학생들이 사회참여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한 운동의 결실 중 하나가 1969년 69개 대학 대표들이 모여 한국기독학생회 총연맹(KSCF)의 출범이었다. 한국기독학생회 총연맹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모든 선한 세력과 협동하여 조직적이며 효과적인 사회개발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1966년에는 ‘크리스찬 아카데미’가 전용회관을 건립하면서 한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고, 이에 따라 교계와 사회에서 대화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한국기독교가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한 것은 1970년대였다. 이 시기는 정치적․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다. 1972년이래 유신체제에 접어들면서 1979년 10․026, 12․,12 사태에 이를 때가지 정치적으로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상황이 지속되었다. 군부독재, 권력의 장기화․집중화․절대화가 있었고 정치적 억압과 관료적 권위주의로 특징 지워지는 정치부재 상황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비민주성, 경제적 불평등의 상황은 기독교의 사회참여를 활성화시켰고, 진보적인 기독교교인들은 독재에 항거하여 억눌린 자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투쟁하게 되었다. 1975년에는 한국교회협의회(KNCC) 상설 기구로 ‘인권 위원회’가 조직되었고, 8개 교단 320명의 성직자가 ‘기독교 정의구현 성직자단’을 결성했다. 1970년대는 많은 진보적 성향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출현했던 시기이다. 이들은 기독교인의 역할을 촉구했으며, 시국성명서와 함께 시위에도 참여함으로써 정치적 민주화의 실현에 선봉장이 되었다.
1980년대는 기독교가 보다 결집된 힘을 가지고 사회운동에 다양하면서도 심층적인 노력을 기울인 시기이다. 1980년대에 이르러 NCC 인권위원회, 한국기독학생연합(KSCF), 기독청년협의회(EYC), YMCA, YWCA, 기독자교수협의회, 그리고 근로자층의 인권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한 도시산업선교회를 중심으로 민주화 운동은 성숙단계에 이르렀다. 1986년 1월 29일에는 KNCC 가입 6개 교단 청년회의 연합체로서의 EYC를 결성하고 교회 청년의 연합된 민주화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창립총회에서 “우리는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모색하고 교단의식을 넘어서 에큐메니칼 정신을 강조하며…하나님의 구속사업을 따라 사회정의 구현을 향해 소외된 자와 눌린 자의 인권회복에 앞장선다”고 선포한 EYC를 주축으로 기장, 예장, 감리교의 많은 청년들이 정치, 사회참여, 민중지향성, 교회갱신을 운동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 교회 민주화 운동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1990년대에 이르러 각각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정치적 민주화가 상당히 진척되었고 이에 따라 기독교의 정치적 투쟁의 의미는 약화되었다. 그러나 그 동안 성장에만 집착하여 사회참여를 기피하고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 별로 공헌을 하지 못했던 보수적인 주류의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생겨나면서 교회 안에는 새로운 갱신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갱신의 기류는 이른바 사회통합적인 기능과 사제적인 기능을 주로 담당하여 왔던 보수적 기독교회에 속한 이들도 90년대 이후로는 이른바 시민운동을 통한 ‘정치적 민주화’를 위하여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사실 진정한 ‘정치적 민주화’는 소수의 정치 권력자들의 교체로 완성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모든 국민이 나름대로의 주체의식을 가지고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감당하는 것이 ‘정치적 민주화’의 참된 의미이다. 현대화로 인하여 국민들이 국가와 지방정부의 정책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화로 인하여 더욱 복잡화되고, 전문화, 세분화되어 가고 있는 현대사회는 오히려 평범한 많은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소외시키는 현상을 동반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더욱이 가속화되는 지구화의 현실은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을 악화시킴으로써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소외계층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소외계층의 사회적 위상에 대한 고려 없이 참된 민주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러한 소외계층을 사회중심으로 품기 위한 사회변동의 기능을 극대화하여야 한다. 교회가 진실로 구원의 역사를 선포하고, 예언적 사명을 통하여 불의한 사회를 비판하고 소외된 기틀을 끌어올리며,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과의 상통을 이루어 나가려면, 정의로운 정치체제의 확립과 체제의 올바른 기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 경제적 평등화
1960년대 한국사회는 경제성장을 내걸고 어느 정도 통합된 안정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새마을운동의 확산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시행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국가 재건이라는 거시적인 목표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사회적 일체감이 마련되었다. 눈에 띄는 고도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사회는 활기차게 발전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이미 뿌리 내리기 시작한 정치적인 관료적 권위주의와 관주도형 경제성장 일변도의 정책 등은 1970년대의 정치적․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의 근원이 되었다. 한편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통해 공업, 제조업 등의 2차 산업 인구가 점차 증대되었고 도시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급속한 산업화의 정황 속에서 이른바 순복음적 신앙유형을 가진 교회들이 나름대로의 사회통합적 기능을 수행하였다. 이 중 대표적인 교회는 조용기 목사라는 걸출한 지도자의 인도를 받은 순복음교회였다. 조용기는 영적인 죽음(창 2:16-17), 육체의 질병과 죽음(창 3:19)과 물질적인 저주(창 3:17-18)로 상징되는 인간의 타락은 성령의 능력 아래에서 “영적인 죽음으로부터의 구원”, “육체적인 고통으로부터의 구원”과 “환경적인 가난으로부터의 구원”을 의미하는 삼중적인 축복이 충만한 세계로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매우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물질관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는 이 물질 세계가 오로지 마귀를 위한 것이라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아담과 이브의 타락 이후에 이 물질 세계가 마귀의 수중에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이 물질 세계는 십자가에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통하여 회복되어졌다.”
결국 예수가 우리를 위하여 가져 온 것은 “치유”와 “가난의 없음”의 세계였다는 것이 조용기의 주장이었다. 그는 기성교회들이 이러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명백한 기초를 가르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였다. 그는 “풍요한 삶을 살기 위하여서는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이 풍요에 대하여 무엇을 말하고 있다는 것과 함께, 또한 그 진리를 분명하고 체계적으로 가르치도록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기독교인들은 모든 의미에서 부요하며 성공하도록 명령받았기 때문에 어떻게 부자가 되고 성공할 수 있느냐는 방법이 조용기에게는 우선적인 과제가 되었던 것이다.
영적인 구원, 육적인 구원과 물질적인 축복으로 이루어진 조용기의 신앙의 핵심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한국 사회를 주도하였던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의 시대적 정서에 매우 상응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강조는 개발이데올로기와 조화를 이루기에는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전통적인 정통주의 기독교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던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았음도 사실이다. 순복음적 신앙유형의 급속한 확산과 순복음교회들의 급성장이 그 좋은 실례들이 될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신앙은 성경의 이야기 중에서 성공적인 이야기를 다룬 부분만을 취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또한 성경의 해석에 있어서도 윤리적인 측면보다는 우리에게 풍요한 삶을 허락하시는 좋으신 하나님에게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영광의 신학과 고난의 신학 사이에서의 건전한 긴장관계의 균형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곧 기독신앙이 사회적 책무를 상실하는 순간도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삶으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강조할 때, 조용기는 그리스도의 사건을 축소화하는 경향마저 보이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예컨대 십자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비롯한 아주 소수의 특별히 지정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이러한 목적론적 유형의 신앙은 만약 다른 사람이나 집단과의 갈등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에 항상 상대방보다 강한 힘을 추구함으로써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려는 경향성을 가진다. 십자가로 상징되는 자기희생의 정신을 앞세우기는 무척 힘들 것이다.
이른바 순복음적인 신앙은 적극적인 물질관과 생활자세를 강화하여 줌으로써 영지주의적인 신앙이 빠질 수 있는 이원론적인 경제관을 극복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국민적 정서에 기독교적인 호응을 하여줌으로써 생산량의 극대화와 기독교의 토착화에 공헌하였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십자가의 고난의 신비를 축소한 성공일변도의 경향성은 생산활동, 그 자체에 있어서의 정의로움, 공의로운 교환, 정의로운 분배 및 소비 등의 구체적인 경제적 삶에 대하여서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일 여유를 허락하지 못하였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노출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자칫 순복음적 신앙이 천민 자본주의화 된 기독교 신앙으로 전락될 수 있는 위험성, 즉 종교의 사회변동 기능에 있어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는 매우 대조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기독교회들은 산업화 과정 가운데서 부작용으로 생겨난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노동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적인 처우와 착취의 현실에 눈을 뜨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조직적 활동을 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소위 도시산업선교이다. 이 선교가 본궤도에 오른 것은 1966년 한국산업전도실무자협의회가 조직되면서부터였다. 물론 초기 단계의 산업전도의 성격은 교회전도의 연장으로 노동자에게도 복음을 전하고 교인이 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동현장의 문제가 양적으로 증대되고 질적으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산업전도의 방식은 점차 적극성을 띠게 되고 1970년대에는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게 된다.
사실 산업화 과정을 통한 한국의 경제성장은 기업가의 투자와 경영 기술과 정부의 효율적인 경제정책과 무역외교에도 힘입은 바 컸지만 근본적으로는 근로자들의 저임금과 엄청난 근로시간을 감당한 희생의 대가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성장하고 기업들도 큰 이익을 올리고 무역흑자가 생길 정도가 되었지만, 상대적으로 근로자들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대기업의 근로자들이 항의하는 시위 사태도 일어났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사치와 낭비와 외화 도피는 증가하였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산다는 소리가 높아갔다. 이러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주로 기업가들의 편을 들고 근로자들에게는 근면한 생산만을 권장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산업사회 문제를 연구하고 근로자들의 억울한 문제의 해결을 돕기 위하여 교회들은 산업전도를 시작하였다. 1978년 9월 5일부터 한국교회협의회의 신학위원회가 「산업선교 신학정립 협의회」를 열어서 한국산업계 현황 연구와 신학적 검토를 끝내고 37면의 소책자로 협의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산업선교 신학선언」은 근로자 편에 서서 근로자들의 고충을 대변하고 성서적 차원에서 근로자들의 기본권 회복을 위한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산업선교는 산업시대에 진행되는 하나님자신의 선교라고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소외되고 억압받는 약자들을 돌보신 예수의 정신 구현이라고 천명하면서 산업 선교인들을 작은 예수들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산업선교 신학은 근로자들의 임금과 후생과 노동자의 기본권리 등의 향상과 개선을 위하는 노조운동과 비슷한 성질의 일을 할 수밖에 없어서 이것이 소위 기독교의 “사회 구원”, 즉 인간화 운동이 된 것이다. 한편 영등포 지역의 교회 목회자들은 독자적으로 근로자들을 상대로 전도하고, 그들의 문제와 고충을 회사의 고용주들에게 전달해서 평화적으로 문제해결을 가져다주고, 그리고 근로자들을 신자로 만들고 붙들어 준 사례들이 많았다. 기독교회들은 공단지역의 이러한 목회적 차원의 산업전도로 노사 간의 화해와 이해 증진을 도모하였다.
기독교는 경제적 평등화의 문제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공헌하였다. 예컨대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과 같은 소위 민중계층에 대한 지원과 동조가 1980년대 진보적인 기독교 집단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미 1960년대부터 시작되기는 했으나 1980년대에 와서 본격적으로 영향력 있는 활동을 전개했던 것은 도시산업선교회, 기독교 농민회, 민중교회 등이었고 이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민중운동이 시작되었다. 특히 1980년대에 활동을 한 민중교회는 민중신학으로 이념적 무장을 한 젊은 목회자들에 의해 일종의 노동운동 성격을 띠면서 활성화되었다.
기독교회의 경제적 평등화를 위한 노력과 방향성은 1997년 유래 없는 경제위기를 겪은 직후인 1998년 발표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의 신앙각서”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한국의 경제위기와 이른바 지구화시대 속에서의 세계 경제체제의 난맥상과 위험을 바라보면서 교회가 실천해야 할 선교적 과제로서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하나, 경제구조와 현실의 개선을 위한 노력, 둘, 건전한 그리스도인의 경제생활과 교회의 재정, 셋, 가난한 자와 희생당한 자를 위한 봉사의 실천이 그것들이다. 또한 교회가 지향해야 할 정의로운 경제 공동체는 무엇보다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 힘없는 자, 희생당한 자들을 이웃으로 사랑하고, 이들이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을 베푸는 공동체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교회는 사회 통합적 기능과 함께 건전한 사회비판을 통한 사회변동을 추구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3) 사회적 복지화
한국교회의 사회복지 혹은 사회봉사활동은 크게는 한국역사 일반과 작게는 한국사회복지의 역사 및 한국교회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1880년대 선교초기를 중심으로 본다면 사회복지는 전통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즉 가족과 친족 그리고 지역공동체가 복지의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되고 있었다. 그 당시 지배적인 종교였던 유교는 국가나 친족과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 있었으며 종교적인 성격도 상대적으로 약했다. 따라서 구한말의 전통종교는 실질적으로 복지와 관련하여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황 속에서 기독교회는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대안을 제시했고, 생활개혁, 사회봉사 등의 기능을 수행했는데 그 가운데서 학교와 병원을 통한 사회봉사가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장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1885년 정동제일병원을 필두로 1910년경까지 약 30여 처에 병원이 세워졌다. 감리교의 홀(R.S. Hall) 여사에 의해 1894년 최초의 맹인학교의 농아교육이 시작되기도 하였다.
해방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의 한국교회 복지활동은 외국의 원조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이 때 외원기관 가운데 다수는 기독교 계통의 기관이었다. 그 후 1960년대 이후 일반적인 교회의 복지의 관계는 멀어지게 되지만, 이 시기에 복지활동 영역에서 양산된 개별적 기독교인은 그 후에도 각종의 시회복지 기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한국교회는 20세기 종반에 들면서 교회의 사회봉사적 책임을 인식하기 시작하여 대부분의 지역교회가 지역사회 봉사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지역사회 어린이, 노인, 청소년, 빈곤가정, 소년소녀가장세대 등 각양각색의 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대형교회 중에는 사회복지 재단을 설립하여 대대적인 복지사업을 전개하는가 하면, 일부 교회는 정부로부터 지역사회복지관의 운영을 위탁받아 전문적인 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교회는 사회봉사에 대한 전문적 이론과 실천기술에 관한 도움이 필요했고, 사회봉사의 효과성에 대한 선교적 그리고 사회복지적 평가의 필요성도 생기게 되었다. 많은 교단들의 지도자들이 사회선교에 대한 정책을 논하기 시작했고, 교인들을 위한 자원봉사 훈련이 지교회에서 실시되기에 이르렀다. 사회복지(사회사업)학과의 3/4을 차지하는 전국대학의 기독교인 교수들과 전체 전문 사회복지 요원의 절반을 넘는 기독교인 전문 사회복지사들은 교회의 사회봉사가 보다 더 체계화, 조직화, 전문화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표현하게 되었다. 또한 사회복지(사회사업)학과를 둔 전국 60여 개 대학의 절반이 기독교와 직접(신학교), 간접(기독교계 대학)으로 연계되어 교과과정에 교회사회봉사와 관련된 과목을 개설하게 되었고, 몇몇 대학교에서는 교회사회사업과까지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제5공화국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복지사회를 모토로 여러 가지 복지제도와 법안을 만들었지만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재원이 부족했다. 그리하여 민간인이 복지시설을 설립하면 그 운영권을 가지고 정부로부터 보조받는 독특한 형태의 복지제도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외원시대에 복지활동에 참여했던 많은 기독교인들이 복지시설을 설립하면서 변화된 상황에 적응해갔다. 1979년 보사부에 등록된 시설을 종교별로 분류한 바에 따르면, 부녀복지시설의 87%, 아동복지시설의 91%, 양로원 시설의 67%가 기독교 계통의 시설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1987년 166개 시설, 1,393명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63%가 개신교 신도이고, 천주교 14%, 불교 6%, 원불교 5%, 천도교 1%, 무종교 15% 등으로 나타났다.
1985년 인구 및 주택센서스 통계에 따르면 한국개신교인의 수는 6,489,282명으로 전체인구의 약 15%가까운 수가 되었고, 한국의 종교 가운데 가장 많은 교회(26,044개)와 성직자(40,717명)를 보유하게 되었다. 한국의 종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개신교는 사회적인 책임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적지 않은 교회들이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1990년을 전후하여 한국교회는 사회적 공신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회 내부의 개혁과 함께 이웃과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었다. 이에 적지않은 교회들이 사회봉사활동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 결과 모범적인 모델이 나타나기도 했다. 1995년 현재 한국개신교인의 수는 8,760,336명, 교회 수는 58,046개로 한국 최대의 종교가 되었다. 현재 한국교회의 사회봉사에 대한 공감대는 날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발전에서 특히 사회의 복지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한국교회의 ‘사회 복지화’에 대한 사명과 과제는 지역사회선교를 위한 복지선교적 패러다임과 지역주민 최후의 생명 안전망으로서의 지역교회 그리고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를 위한 교회의 지역사회의 통합을 위해 지역사회로 찾아가는 노력으로써 더욱 구체화될 것이다.30) ‘사회적 복지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은 사회통합의 기능과 함께 사회변동의 기능을 조화롭게 시도함으로써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있어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4) 문화적 성숙화
한국사회의 현대화 과정 속에서 기독교는 근대 문명을 매개함으로써 현대화를 가속케 한 주요한 매체였다.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기독교가 많은 영향을 끼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성서의 번역과 보급 그리고 찬송가의 보급은 한국문학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기독교가 한국사회에 유입되면서 문화적인 측면에서 많은 혜택과 발전을 가져왔다. 여기서는 각종 문화운동, 그리고 문학과 예술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다.
문화신학자 틸리히(P. Tillich)는 “종교는 문화의 실체이고, 문화는 종교의 형식”이라는 유명한 말을 하였다. 아무리 현대 문명이 실용화, 능률화, 산업화, 정보화를 지향해 가는 기능사회 문명일지라도, 어느 문명사회가 추구하는 어떤 가치 지향성 또는 의미지향성을 회피할 수 없는 것이다. 종교는 인간존재가 단순히 능률성, 실용성, 생산성만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자기초월적인 문화의 깊이와 높이를 갈망하는 존재라는 것을 지적한다.
1980년대에 있어서 한국기독교 문화 운동은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되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 하나는 민중의식화 문화운동이요, 또 하나는 복음주의적 문화운동이다. 전자는 민중의 의식화와 역사참여를 선도하는 운동이었고, 후자는 복음으로 개인과 사회를 기독교적으로 변혁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 운동이었다. 민중문화운동은 전통적인 기독교의 복음선포와 개인의 영적 구원보다는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변혁과 민중공동체 형성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80년대 초반기 한국정치사회의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 상황 속에서 민중 문화운동은 주로 체제 비판적이고 민중의식을 활성화시키는데 주력하였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복음주의 문화운동은 이러한 사회적 참여보다는 개인의 변화와 기독자의 사회적 책임의식 강조에 머물러 있었다. 민중 문화운동은 민중들의 恨과 감정과 사상이 담긴 판소리와 탈춤 등을 연구하면서 그것들을 실연하면서 지배체제를 비판한 민중의식을 활성화시키고자 하였다.
지식인의 민중극은 70년대 초부터 한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전통문화의 발굴과 재발견에 심취하면서 그 가능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민중극은 대학과 교회에서 그리고 일반인 들 사이에서 다양하게 발전했다. 교회는 이 민중극을 기독교문화 운동이란 측면에서 판소리와 탈춤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그러므로 탈춤을 배우고 전통극을 실연하다가 지배체제를 비웃고, 기독교적 내용을 가지고 발전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예수전>과 <예수의 생애>이다.
한편, 복음주의 문화운동은 개인을 영적으로 변화시키고, 제자의 삶을 살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거기에 바탕을 둔 기독교적인 직업윤리, 윤리실천운동, 세계관 형성으로 나아갔다. 복음주의자들은 기독교세계관, 기독교문화관, 기독교철학, 기독교인의 사회참여, 교회와 정치, 문화에 대한 신학적 이해 등에 관한 괄목할 만한 번역서, 논문, 저서 등이 나왔다. 이러한 가운데 각 대학과 교회 내의 청년과 학생들, 평신도들 가운데서 『빛과 소금』,『목회와 신학』등 기독교 사상과 문화를 조명하는 많은 월간지, 계간지, 총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활발한 기독교 문화적 활동은 사회발전을 위한 교회의 역할에 있어서 매우 주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즉 현대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인한 도덕적 문화적 위기에 처한 사회에 교회는 통합적인 도덕적 가치관을 제공함으로써 사회통합적 기능을 하며, 동시에 이데올로기 비판적인 세계관을 제공함으로써 사회변동적인 기능도 감당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한국교회는 ‘문화의 성숙화’를 위하여 더욱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5) 통일과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
① 통일
한국의 기독교는 1980년대에 들어와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선구자적인 고백과 각성을 하게 되며, 남한의 통일정책을 전향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등의 주목할 만한 공헌을 하게 된다. 비록 일부이기는 했지만 점차적으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1988년에 와서는 한국개신교 연합체의 대표적 기구라고 할 수 있는 KNCC가 역사적인 평화운동 선언을 채택하는데, 즉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의 선언’을 총회의 결의로 발표하게 된다.
이 선언을 통해 한국의 사회와 정치계에는 커다란 변화가 왔다. 금기시되던 통일논의가 점차로 자유로워졌으며 민간인 주도의 통일운동이 1988년부터 급격히 확대되고 전국민적 관심사로 확산되어 나갔다. 1988년 대통령의 7․선언으로 정부의 통일정책이 변화하고 남북대화와 교류가 발전하며 총리급 회담이 열리면서 1991년에는 남북의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조인되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1990년대에 들어와 남북의 평화 공존시대를 촉진시켰다고 할 수 있다. 1995년에는 분단에 대한 죄책 고백과 함께 희년을 선포하여 역사적인 전환점을 이룬다. KNCC는 1998년 6월 1일에 평양에서 남북교회간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협정서를 정식으로 조인함으로써 교회통일운동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으며, 남북의 교회가 한반도 내에서의 통일을 위한 협력과 대화의 체계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1980년대의 기독교회의 통일운동은 각성된 소수 기독교인들의 외로운 운동이었고 억압과 질시를 받는 평화통일운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37) 즉 이 당시의 통일운동은 사회변동적인 운동이었고 때로는 사회의 위기감을 조장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통일운동의 물꼬가 터진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는 이른바 복음주의권에 속한 교회들도 함께 참여하여 엄청나게 많은 운동과 조직, 세미나와 토론, 선언과 행진들이 일어났으며,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사업도 크게 발전했다. 이것은 사회 통합적인 역할과 사회변동적인 역할이 수렴하였을 때 교회가 통일을 위하여 매우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시하여 준다.
1991년 9월 17일 마침내 남북한이 유엔(UN)에 동시에 가입했으며, 1992년엔 남북합의서가 채택 조인되기에 이르렀다. 이 시기에 이르러서는 기독교의 통일논의는 일반 시민들의 통일운동보다는 앞서가지 못하며, 선도적 역할을 진보적인 운동단체나 학생운동에 넘겨주는 것 같지만, 교회 안에서는 평화교육과 통일모색을 기독교의 선교적 과제로 삼도록 하는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한국교회협의회(KNCC)를 중심으로 한 통일운동은 1995년까지는 평화통일 기도주일행사와 북한교회와의 만남과 대화에 역점을 둔 1995 희년 운동에 치중되어 있었다. 특별히 1993년에 와서 한국교회협의회가 여러 교단들 특히 교회협 비가맹교단들과 함께 희년운동을 전개하면서 ‘남북나눔운동’ 본부를 설치하고 추진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의 교회와 동포를 물질적으로 돕자는 운동이 공식화된 것이다(1993년 4월 27일은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나눔운동’이 발족된다). 남북나눔운동의 조직은 북한을 돕는 모금운동이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추진된다는 사실을 공포하며 북한에 물질적 지원과 나눔의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전교회적으로 확산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남북의 기독교는 1995년 평화와 통일의 희년을 함께 선포하고 8월 15일 직전주일을 남북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로 함께 지키기로 하였으며,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에 함께 연대할 것을 다짐하였다. 희년정신의 실천과 교회의 과제를 다음의 다섯 가지로 세웠다. 하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신앙고백운동. 둘, 남북 민간의 화해운동. 셋, 인도적 삶의 회복운동. 넷, 남북의 나눔과 더불어 사는 운동. 다섯, 남북선교와 하나의 민족교회 형성운동(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995년 8월 15일). 오늘날 교회단체뿐만 아니라 시민운동이나 자선단체 등에도 많은 기독교계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많은 교회들이 헌금을 보내기 때문에, 기독교의 나눔운동과 북한동포돕기운동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 될 수 있다.
②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은 인간 이성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기술의 개발을 통한 인류의 끊임없는 진보를 낙관한다. 그러나 새로운 생태학적 패러다임은 유한한 생물 물리학적 환경을 인식하고,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며, 미래 세대의 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지향한다. 이러한 환경에 대한 인식 패러다임 전환을 가장 먼저 인식한 주체들 중 하나가 기독교회였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한국신학협의회는 1989년 11월 3,4일에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존(JPIC)을 시작하고, 1990년 4월 YMCA, 5월 YWCA가 기독교 환경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1990년 3월 5일부터 12일까지 세계교회협의회와 함께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존”(JPIC) 세계대회를 서울 올림픽 역도경기장에서 개최하였다. 124개국 1,000여 명의 대표가 참석한 이 대회에서는 환경파괴, 제3세계 경제문제 등 세계문제를 협의하였다. 한국가톨릭농민회에서는 1990년 ‘생명공동체 운동’을 시작하였다.
1991년 5월 22일 KNCC에서는 환경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는 1991년 5월 환경보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KNCC는 하나님이 지으신 오늘의 창조세계가 환경오염으로 인해 심각하게 파괴되어가고 있다고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뜻을 모아 「’92 한국기독교회환경선언」을 공포한다. 이 선언은 아울러 한국기독교인들이 앞으로 이 땅의 파괴된 환경을 회복시키는 환경보전운동에 온 힘을 다 쏟겠다는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이 사회와 교회와 가정에서 환경보전운동에 적합한 삶의 모범을 실천하는 10가지 실천 운동도 제시하였다.42) 1997년에는 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로 재출범 하였다.
2. 21세기 초반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의 평가
20세기 후반까지 한국교회의 사회발전을 위한 공헌은 사회발전지표를 통하여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수준은 위기감을 느낄 정도의 수준이었다. 이 조사에서 한국 개신교회를 신뢰한다는 사람들의 비중은 응답자의 18.5%에 불과한 반면, 불신한다는 사람들의 비중은 48.3%로 조사되었다.
일반적으로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으며, 소득과 학력이 높을수록 개신교에 대한 신뢰도가 낮게 나오는 부정적(negative)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60대 이상, 서울, 광주/전라 지역, 월소득 100 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에서 상대로 높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설문조사의 결과, 즉 학력이 높고, 나이는 젊으며, 소득이 높을수록 개신교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지만 수치는 예상 밖으로 격차가 컸다.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40대 이하에서 발견되는 한국 교회의 신뢰도 저하 현상이다. 그러나 20(15.5%)-30대(17.7%)와는 달리 40대는 교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이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29.1%)이 눈에 띈다.
이것은 40대의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해석을 가능케 한다. 즉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컸던 8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교회는 애증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즉 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컸으나 그만큼의 결과를 경험하지 못함으로 인한 실망을 크게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기간 비교적 젊은이들에게 민주화를 위한 사회참여로 친화적 이미지를 주었던 가톨릭에 대한 이 세대의 호감이 가장 높은 점(41%)이 이러한 분석에 신빙성을 더하여 준다.
전반적으로 한국교회에 대한 낮은 기대와 신뢰도를 보이는 가운데도 ‘개신교회의 활동은 사회에 도움이 된다(3.03/5)’ 항목에 대한 긍정적 응답은 한국교회의 향후 신뢰증진의 방향성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준다. 또한 교회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하여 바뀌어야 할 점으로서 교회지도자들(49.1%), 교회 운영(38.8%), 교인들(37.5%) 등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2007년 바른 신학 균형 목회 목회세미나’에서 발표된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목회자의 자질’이 지적되었던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신뢰도 향상을 위하여 교회지도자들의 자질향상이 시급한 과제임을 알려준다. 난립하는 수많은 신학교와 체계적이지 못한 목회자 양산이 한국교회 신뢰증진을 위한 과제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항목이다.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내부적으로는 지도자의 자질 향상과 교회 운영의 합리화와 교인들의 교육에 주력하며,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섬김을 강화하여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여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교회가 신뢰받기 위해 개선해야 할 내용으로 ‘교인과 교회지도자들의 언행일치’(55.5%) ‘타종교에 대한 관용’(46.9%) ‘재정 사용의 투명화’(38.5%) ‘사회봉사’(28.3%) ‘교회성장 제일주의’(17%) 순으로 응답되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는 ‘교인과 교회지도자들의 언행일치’(71.3%) ‘사회봉사’(38.1) ‘재정사용의 투명화’(36%) ‘타종교에 대한 관용’(26.3%) 순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신교인들의 전도활동에 대한 부정적 문제제기는 ‘2008년 바른 신학 균형목회 세미나’ 설문조사의 결과와 같다. 즉 다수의 비종교인들(60% 이상)들이 기독교로부터 전도를 받았지만 도리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현실을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상황과 대상에 따른 전략적인 전도의 필요성과 섬김의 태도와 영성이 생활 속에서 실천되어야 함을 절감케 하는 항목이다. 열정적인 신앙과 교양을 갖춘 신앙인으로서의 양육이 절실히 요청됨을 절감케 한다.
이와 함께 오늘 사회의 교회에 대한 신뢰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의 성격과 역할도 주목된다. 예컨대 한국교회는 종교별 사회복지시설 운영 현황 등의 통계를 보더라도 상대적으로 사회참여를 못하였다고 평가받을 수는 없다. 2005년 사회복지시설 운영주체 현황을 중심으로 한 조사에서 장애우 시설인 경우 기독교가 52.4%(가톨릭 24.0%, 불교 6.0% 등)이었으며, 아동시설인 경우에는 78.4%, 노인시설의 경우에는 43.6%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괄목할 만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거의 기존 미디어를 통하여 일반 사회에 알려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언론의 비판적 특성만으로 해석될 수는 없으며, 미디어 업계의 주류를 구성하고 있는 40대 이하의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3. 한국기독교회의 사회발전 참여를 위한 신학적 기초와 태도
한국교회의 역사를 조금만 주의 깊이 살핀다면, 한국 교회의 신앙은 그 발생기부터 한국 사회발전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많은 이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였던 것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근대화하여 일본의 침략을 물리치겠노라는 근대화와 자주독립의 정신이 동기가 되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한국 기독교의 성격은 물산장려운동이나 금주․절제운동을 통한 국채보상운동 등을 통하여서 계승되었다. 산업화가 성숙기에 접어든 현대화 과정에서의 한국기독교 역시 사회통합적인 기능과 함께 사회변동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발전에 공헌하였음을 우리는 확인하였다.
그러나 21세기 초반 확인된 한국교회와 사회의 긴장관계는 그간의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에 있어서 나름대로의 아쉬운 점과 남은 과제가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가속화되는 지구화라는 21세기 맥락에서 사회발전을 위한 더욱 책임적인 교회의 역할을 추구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신학적 기초들을 재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신학적 토대들을 사회에 적용할 때 필요한 교회의 태도와 자세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신학적 기초
① 창조신앙에 기초한 하나님 중심적인 물질관
먼저 우리는 순복음적인 신앙과 경제관계의 유형으로부터 물질에 대한 적극적인 관점을 유지하여야 할 것이라는 도전을 강하게 받는다. 그러나 순복음적인 신앙은 자칫 물질의 풍요함이 곧 좋으신 하나님의 축복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논리를 가능케 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위한 윤리적 기초를 붕괴시킬 수 있는 맹아적 요소를 가진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물질을 창조하셨고 그 모든 것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증언함으로써, 창조질서 안에서의 물질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비록 타락한 세상이었지만 그 세상을 사랑하사 이 땅에 육신을 입고 오신 성육신의 신학은 창조신앙에 기초한 물질 세계에 대한 긍정을 구속신학으로까지 연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창조신앙과 성육신 신앙은 초대교회로 하여금 물질을 악한 것으로 정죄하는 영지주의(Gnosticism)를 이단으로 단죄하도록 이끌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하여야 할 것은 물질의 가치는 오로지 창조주이자 구속주로서의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즉 신중심적인 관점에서 논하여진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순복음적 신앙의 물질관은 인간중심적인 가치관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경향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비판되어야 할 것이다. 즉 순복음적 신앙의 물질관은 좋으신 하나님은 나의 물질적 풍요함으로 그 좋으심이 증명된다는 인간중심적인 공리주의적 경향을 가진다. 오늘날 생태계의 위기를 가져 온 주범으로서 지목받고 있는 이러한 인간중심적 물질관은 창조신앙과 성육신신앙에 입각한 하나님 중심적 물질관으로 변혁되어야 할 것이다.
② 청지기로서의 인간
성령을 통한 수직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즉 기도의 생활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적 신앙의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동시에 한국 기독교회는 내재적인 하나님의 임재를 강조하면서 사회정의를 위하여 헌신하는 것 역시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사실 성경은 노동을 통한 생산의 주체로서의 인간의 소명을 매우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모두 노동에 참여함으로써 생산에 참여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동으로 인하여 생산된 재화를 모두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 성경의 증언이다. 우리가 노동을 통하여 받게된 것은 모두 은혜로 이루어진 것, 즉 하나님께로부터 맡겨진 것이므로 우리는 부의 분배를 ‘보상’이나 구제의 차원에서가 아닌 ‘공동체적인’ 차원에서 시행하여야 한다. 예수님의 비유 중 많은 부분들은(달란트비유, 포도원 품꾼의 비유 등) 바로 이러한 공동체적인 차원에서의 노동과 나눔을 증거하고 있다. 성서가 증거하는 청지기로서의 인간은 재화의 생산에서부터 분배에 이르기까지 보다 통전적인 신앙의 모습을 유지할 것을 우리에게 도전한다.
③ 만인제사장설에 대한 재평가
비록 기독교인들이 그 행함이 아닌 신앙에 의하여 의롭다 함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안에서 기독인이 일한다고 하는 것은 신앙적인 삶에 있어서 매우 근본적인 것이다. 우리는 부적절하고 죄악된 행위들로부터 자유함을 얻으면서, 동시에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 안에서 우리를 용납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하여 감사의 삶으로써 응답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를 부르심은 곧 이 세상에서의 우리의 소명을 뜻한다. 그것은 가정과 개인적인 인간관계, 나아가 시민으로서의 우리의 역할과 우리의 직장에서의 일을 포괄하는 삶의 전 영역에서, 이웃과 공동체의 선을 위하여 우리 자신의 전력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이때 배제되어야 할 것은 성과 속, 또는 성직자와 평신도를 엄격히 가르는 도식적인 이분법적 사고이다. 성직자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역을 하기 위하여 부르심을 받은 것과 같이, 다른 모든 기독인들도 그들의 직업의 종류를 막론하고 그 일터에서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라는 부르심을 받았다. 그러므로 이 세상 안에서 우리가 가지는 직업은 거룩한 것이며, 그 안에서 우리의 부르심이 성취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의 직장은 종교적인 영역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과 함께 강조되어야 할 이러한 만인제사장직은 오늘의 한국교회에 많은 반성을 촉구한다. 첫 번째로는 목회자와 장로들이 당회라고 하는 지도집단으로서 교회의 의사결정과 정책을 주도하여 갈 때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결정적인 기준과 목표는 항상 이웃과 공동체의 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교회는 세상을 섬기기 위한 그리스도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우리의 신앙과 일함의 영역을 하나님 나라와 상관시킴으로써 자신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함이곧 소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다. 우리 교회의 현실은 교회만을 성스러운 현장으로 축소시킴으로써 시민으로서의 제사장직에 소홀하는 기독인이 너무 많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로는 그리스도의 많은 지체들로 이루어진 몸된 교회로서의 본질과는 어긋나게 소수의 소리 큰 지체들이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각성이다. 그러므로 평신도 활성화를 통한 그리스도의 지체들의 활동의 정상화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2) 사회발전을 위한 한국 기독교회의 태도와 전략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한 기독교회와 신앙공동체의 참여와 공헌은 역사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한국기독교회에 대한 사회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2008년부터 매년 기윤실이 실시하는 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 평가조사를 통하여서도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서 다른 사회기관이나 종교기관들에 비하여 사회발전의 공헌도에 있어서 오히려 앞선 실적을 보이는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의 평가나 영향력에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요청된다. 또한 한국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태도와 전략에 있어서의 구체적 반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회발전을 위한 신학적 기초의 확인으로부터 교회의 사회발전 참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만인제사장으로서의 청지기적 참여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을 확인한 바 있다. 즉 교회의 사회발전 참여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신앙인으로서의 책임이라는 차별성을 가지는 것이다. 현실을 돌아볼 때 신앙인들은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큰 꿈을 너무도 쉽게 자주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도 많은 내부 분열과 핵심 신념과 조직에 있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세상을 변화 시키기에는 너무도 미약한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적지 않은 교회들과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영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근본적인 변화에는 실패하고 있다.
이러한 실패는 사회변화를 초래할 만큼의 실력을 두텁게 쌓지 못한 신앙인들의 얄팍함에도 중요한 원인이 있다. 헌터(Hunter)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로 “사회변화는 문화를 생산하는 중심부에 위치한 기구들 안에서 공동의 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엘리트들의 초밀한 연결망을 통하여 핵심 심층부로부터의 변혁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45) 주변으로부터 핵심에로 이르는 변혁도 필요하지만 사회변혁은 문화의 핵심부에 대한 설득과 지도력 확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특별히 인문사회학의 부흥시대를 맞이하여 한국기독교는 인문교양의 능력을 고양하고, 일반은총의 영역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일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권력(power)에 대한 잘못된 사회이론의 무비판적 수용에 대하여서도 반성하여야 한다. 예수께서 이방인의 관행이라고 하였던 정복과 지배로 상징되는 콘스탄틴 식의 권력관을 수용한 적지 않은 신앙인들은 정치적인 권력 게임의 틀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예컨대 신앙적 배경과 동기를 가지고 정치에 참여한 많은 이들과 기관들도 특정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특정한 후보를 당선시키고, 특정한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입안하면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앙인들은 세상적 힘의 정치의 구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였다.47) 결국 세상을 바꾸려고 사회참여를 시도한 신앙인들이 바로 그 세상을 닮아가고 있다는 모순적 현실을 낳고 만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교회가 사회발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교회의 일차적 목표인 하나님을 찬양하고 섬김에 비하면 이차적인 것들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발전을 주도하는 태도보다는 자신에게 맡겨진 작은 일들에 먼저 충성하는, 겸손하면서도 꾸준한 자세와 실천을 지속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위해 창조되었다. 그러나 만약 교회가 너무 쉽게 ‘세상을 바꾸겠다’는 선언만 지속한다면 자신을 세상의 유혹과 공격 앞에 준비 없이 노출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여야 한다. 세상을 실제로 바꾸었던 하나님의 방법인 ‘출애굽’과 ‘부활’ 사건이 좋은 예이다. 그 사건들의 특징은 “약자들의 삶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한국교회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헤게머니적인 야망보다는 세상을 섬기는 예수님 닮는 겸손이 필요하다! 이러한 겸손은 신앙공동체 사이의 협력과 연대를 위하여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사회발전을 위한 교회와 신앙인들의 역할 중 중요한 것은 신앙인들과 교회들 사이의 차이를 쉽게 절대시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교회로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한국교회가 연합활동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취약점을 보이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고백하는 신앙인들 사이의 차이점에 대하여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작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약 여전히 차이점이 의식된다면 그것은 신앙인으로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회와 세상과의 관계는 긍정/부정으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관계임을 기억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사회에 대하여 일방적인 낙관적 관점으로 인한 세상에 대한 ‘동화적 태도’나, 비관적 관점으로 인한 ‘이분법적 태도’ 모두를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신학적 기초에서 확인하였듯이 하나님의 나라와 청지기, 만인제사장 신앙에 입각하여 교회는 세상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회적 공동선(common good)을 사회발전의 목표와 지표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4. 21세기 지구화 시대의 사회발전과 한국 기독교의 역할
한국 기독교회는 지금까지 나름대로의 신앙적 실천을 한국사회 안에서 수행하여왔다. 사회통합적 기능에 주력하여 왔던 교회들과 시대가 있었고, 사회변동적 기능에 힘을 쏟았던 교회들과 시대도 있었음을 우리는 확인하였다. 특별히 현대화 과정을 중심으로 고찰하여 본다면 한국 사회 안에서의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못 크다. 우리는 그것을 사회발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평등’, ‘사회적 복지화’, ‘통일 및 환경에의 관심’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확인하였다.
그러나 21세기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한국교회는 이제 현대화 이후의 시대, 즉 지구화 시대를 준비하고 응전하여야 할 과제를 가진다. 다국적기업들(TNCs)의 번성과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하여 가시화되고 있는 세계시장경제체제라는 엄연한 정치, 경제적 현실은 우리의 사회발전을 위한 실천의 장이 결코 지역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완성될 수 없는 것임을 인식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가 간의 정의로운-특별히 2/3세계의 생존권 및 인권과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을 전제로 하는-국제법 규정과 민간사회단체(NGO)간의 연대 등을 통한 국제적 조망 아래에서 세계가 함께 하는 사회발전을 향하여 우리의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들 사이의 협력운동에 더욱 큰 관심과 건설적이며 적극적인 참여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구체적 삶의 실천은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생각은 세계적으로 하되 행동은 지역적인 특성에 맞게 하라’는 금언은 우리의 상황적 실천에 매우 적절한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의 사회발전을 위한 한국 교회의 역할은 경건과 절제의 구체화 및 생활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경건이란 인간 중심적이 아닌 하나님 중심의 삶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삼위일체적인 하나님의 존재양식을 우리가 배우고 닮아 가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므로 교회학교 교육과정의 핵심에는 하나님 중심적인, 보다 구체적으로는 삼위일체적인 삶의 모습들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인격 속에 공동체성이 배어나도록 하며, 또한 이웃을 위한 사랑의 돌봄과 나눔이 중요한 인격적 품성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환경보전이나 폭력적인 문화의 배격 등이 구체적인 인격적 품성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구체적인 이웃 사랑의 실천대상은 교회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기독교인이 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수가 아니라는 다원주의적 사회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사회발전의 지표, 예컨대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정의’, ‘사회적 복지화’, ‘문화의 성숙화’, ‘환경과 통일에 대한 관심’의 향상을 위한 시민운동이나 민간사회단체(NGO)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
한국교회의 사회발전을 위한 건설적 역할은 교회의 교회다움으로부터 시작되며 마무리되는 과제이다. 물론 보다 지혜로운 책임의 수행을 위한 사회분석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평신도사역의 활성화와 시민사회 안의 교회로서의 자각을 필요로 한다. 소수의 목회자를 포함한 교회의 지도층 인사들의 관점만으로는 우리의 사회적 책임의 대상영역과 우선순위가 왜곡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교회다움은 시민의 기독교인됨을 전제로 할 뿐 아니라, 기독교인의 시민됨도 요구한다. 여기에서의 시민이란 한 사회의 책임적인 구성원을 의미한다. 한국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바로 한국 기독교인들의 신앙인답지 못함과 시민답지 못함을 동시에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신앙인 됨의 기초를 점검하여야 한다.
신앙과 삶의 일치의 당위성,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새로운 고백, 뿌리깊은 죄성에 대한 통찰에 기초한 계속적인 자기개혁 등은 한국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더욱 충실히 하기 위한 전제적 요소들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신앙적 기초의 확인, 그리고 구체적 실천은 한국교회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복음을 개방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갖게 할 것이다. 이러한 복음에 대한 개방적 수용성은 한국교회로 하여금 ‘개혁되어진 교회라도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라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계승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시민으로서의 기독교인들 각자에게도 자신의 삶과 태도만을 절대시하지 아니 하고, ‘하나님 사랑·이웃 사랑의 삶’ 과 ‘작은 자와 함께 하는 삶’을 의식케 하여, 더욱 건전한 사회발전에 공헌하는 책임적인 사회인으로서의 삶으로 초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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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4.27 토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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