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교수/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장

3. 21세기에 직면하는 교회의 과제

1) 성령의 충만 속에서 종교개혁적 영성의 각성과 개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과 성령의 충만에 입각한 영성을 개발해야한다. 이것은 바로 종교개혁적 영성이다. 종교개혁적 영성은 다음같이 특징지워진다.

<1>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입각한 세계관이다.  
종교개혁적 영성은 하나님을 이 우주와 역사의 창조주요 섭리자로 받아 들인다. 하나님은 그의 절대주권적인 의지로써 무에서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은 카이퍼(Abraham Kuyper)가 피력한 바같이 우주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 속에서 수행된다.    

<2> 유신론적 일원론의 세계관이다. 성경은 물질과 정신의 이원론을 말하지 않는다. 이 세계는 신과 동일하지도 않고 신에 대해 대립하여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 세계는 하나님으로 부터 창조된 우연적 존재이요 동시에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에 의해 상태를 지탱할 수 있는 의존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성경적 유신론적 일원론은 물질의 자률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3> 구속사적인 세계관이다. 우주와 역사는 그 본래적인 상태에 있지 않다. 그 본래적인 상태는 선한 상태였다. 현재의 우주와 세계는 원초적인 선한 상태에서 타락된 것이다. 세계사의 진행은 이 하나님의 구속의 경륜을 성취하기 위하여 진행하는 것이다. 보편적인 역사는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구속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 타락된 우주와 역사는 오로지 하나님의 메시야 예수 그리스도에 의하여 구속된다.

<4> 성령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초대교회는 성령의 공동체였다. 초대교회는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서로 교제하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썼다(행 2:42). "사람마다 두려워하는데 사도들로 인하여 기사와 표적이 많이 나타났다"(행 2:43). "하나님을 찬미하였다"(행 2:47 상).

 종교개혁적 영성은 일한 초대교회적 생동적 신앙체험 속에서 제도적 연합이 아니라 인격적 연합과 교제를 지향한다.

2) 인류 정신의 유일한 지침서 - 영감된 하나님 말씀에 정초
 21세기에 상대주의(relativism)와 복수주의(pluralism)에 의하여 권위와 경전은 더욱더 도전받을 것다. 해체적 포스트모더니즘은 권위와 경전을 부정함으로써 극심한 가치와 인식의 무정부 상황에 빠지고 있다. 그러므로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World Alliance of Reformed Churches)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조가 성경전통에 위배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모든 사조가 나름대로의 권리가 있고 또 절대를 주장하는 시대가 끝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개혁교회연맹은 성경문화가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화와 반대되는 것이 명백하다고 표명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우리 시대의 딜레마에 대한 응답이며 사람들을 획일화하고 억눌렀던 지난 시대의 구도에 대한 문제 제기이긴 하다.

 그러나 삶과 죽음, 선과 악, 사랑과 증오 등 양극 대결은 역사 속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개혁교회연맹은 진리추구, 신의 탐구는 포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독단적인 권위와 인위적인 경전은 비판되고 다시 음미되어야 한다. 그러나 권위와 경전 자체가 부정될 때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그 방향을 상실하고 허무주의에 빠지게 된다.

 다가오는 21세기에서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정체성 확보는 기독교 경전인 성경이 하나님 말씀이라는 사실에 대한 재발견에서 시작된다. 기독교의 정체성은 성경관의 확립에 달려 있다.

 종교개혁적 전통이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기독교 경건의 전통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보고는 성경은 영감받은 정확무오한 하나님 말씀이요 우리의 사고와 행위의 유일한 표준이라는 사실이다. 성경은 단지 불경이나 코란이나 사서삼경처럼 인류 종교적 체험의 산물이 아니라 살아계신 삼위일체 하나님이 영감으로 계시하신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종교개혁적 성경관만이 21세기 교회로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으로부터 교회의 정체성을 보존하도록 할 것이다. 

3) 올바른 신학과 교리의 정립  
최근 영국 성공회 교리위원회가 내 놓은 천국과 지옥에 대한 해석은 현대교회의 신학의 왜곡성을 지시해주고 있다. 이 해석은 지옥이란 "벗어날 수 없는 영원한 고통과 징벌의 불구덩이"가 아니라  "신이 함께 하지 않는 총체적 부정과 무의 상태"로 본다.

 성공회가 새 해석을 내놓게 된 이유는 "가학적(加虐的)으로 표현된 기존의 지옥관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심리적 상흔(傷痕)을 남겼고 신은 학대를 즐기는 괴물이라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의 복음주의 신학자 존 스타트(John Stott)도 이러한 사고 도식 속에서 전통적 지옥 불 대신에 영혼 멸절(annihilation, extinction)설을 주장하고 있다. 불신자의 영혼이 지옥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불신 영혼이 멸절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신영혼이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형벌을 받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의 속성에 합당하지 않고 하나님을 가학적 이교적 신으로 표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적 진리에 대한 인본주의적 왜곡이다.

이러한 시대영합적 신학과 교리의 왜곡에 대하여 우리는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한 올바른 신학과 교리를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성공회의 지옥 해석은 지옥이라는 실재를 신화론적 잔재로 보고 이것을 불트만처럼 현대인들의 사고에 이해되도록 비신화론화 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옥이라는  실재는 비신화론적 상징으로 변형되게 된다.

 그러면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복락의 나라'라는 천국도 마찬가지로 그 실재성을 상실하고 단지 "신이 함께하는 총제적 긍정과 有의 상태"라는 상징적 해석이 되어 버린다. 이렇게 될 때 성경의 메시지는 그 영적 실재성과 사실성을 상실하고 단지 하나의 교훈적 진리차원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럴 수는 없다. 우리는 말씀이 가르치는 실재와 사실의 차원을 그대로 실재론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성경이 그것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4) 복음주의적 연합운동-
 교파적 축소주의나 자유주의적 혼합주의 탈피 
 다가오는 21세기의 신학적 구도는 교파보다도 복음에 헌신하느냐 않느냐에 따라서 정해진다. 어느 교단에 속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의 목회적 그리고 신학적 입장이 어떠한가 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21세기의 자유주의적 혼합주의에 대결하기 위해서는 성경을 영강받은 하나님 말씀으로 믿는 교회 가운데는 루터교니 칼빈주의니 성결교니 구세군이니 침례교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성경이 영감된 하나님 말씀임을 믿고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그의 재림과 더불어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를 대망하는 복음주의자들의 연합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 개혁교회는 복음의 전파를 위해서 같은 장로교뿐만 아니라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믿고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루터교와 성결교나 침례교 등 다른 교파와 연합하여 자유주의와 무신론 사상에 대항하여  기독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현금 한국교회의 예수교장로회는 1백여 개의 교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는 교단적 내지 교파적 축소주의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자유주의적 혼합주의를 수용해서는 안된다.

 하나님 말씀에 기초된 열린 복음주의가 다가오는 21세기를 전망하고 준비하는 교회의 지녀야 할 사고와 태도다.  

5) 부단히 갱신하는 개혁주의 원리를 실천하는 교회
종교개혁의 사대 원리는 '오직 믿음',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다.
이러한 4대 원리는 틸리히가 해석한 바같이 "유한한 것의 절대화에 대한 부정"이다. 이것은 동시에 신적인 것의 대상화(對象化)에 대한 부정이다. 이것은 어떤 장소나 시간이나 교리나 규범의 신격화를 비판한다. 이것이 바로 개혁주의 원리(das protestantische Prinzip)다.

 중세교회가 유한한 교회를 절대화하여 신격화한 데 대하여 종교개혁자들은 "유한한 것은 무한한 것을 파악할 수 없다"(finitum non capax infiniti)고 주장한 것이다.

 오늘날 교회는 과학기술주의에 대하여 이러한 개혁주의 원리에 입각한 예언적 메시지를 선포해야 한다. 현대의 과학기술주의가 인본주의적 메시야주의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인간이 자연과 세게를 개발하는 수단과 도구이지 인간의 메시야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염색체 공학이나 인간 수정란의 복제에 성공함으로써 스스로 '기술조작의 선악과'를 따먹으려고 하고 있다. 여기서 교회가 선포하는 개혁주의 원리는 과학기술의 자기 한계를 설정케 하는 메시지다.  

 이 개혁주의 원리는 또한 개혁교회의 자기 갱신의 원리다. 교회는 하나님 왕국에 대한 도상의 존재이며 하나님 왕국에 대한 증언자이지 그 자체가 왕국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는 따라서 역사 속에서 교권적 위계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메시야적 소망 안에서 다가오는 하나님 왕국을 선취하고 예기하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

 여기서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하는 교회다"(ecclesia reformata ecclesia semper reformanda). 하나님 말씀에 따라서 개혁되지 않고 그 자체 기구적 팽창과 비대화의 왕국 속에 갇혀 있는 교회는 수구적 집단이지 그리스도의 교회는 아니다.   

6) 다가오는 하나님 왕국을 선포하고 정위되는 종말론적 교회 
 다가오는 21세기 교회는 교회주의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교회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교회는 다가오는 하나님 왕국의 증언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대형 교회일수록 또는 대형 교파일수록 자기 교회나 자기 교파나 자기신학을 절대화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여태까지 성장주의에 빠진 나머지 성장에 성공한 교회일수록 마치 교회가 하나님 나라인 것처럼 교회 우선주의에 빠져 버렸다. 그럴 때 개신교는 중세의 교권주의로 되돌아가는 위험성에 직면하는 것임을 각성해야 한다.  

 교회의 성장도 교회 중심주의 아닌 말씀의 선포를 통하여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한 과정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교회 성장이 목적이 아니라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선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내 교회, 너 교회, 우리 교회나  우리 교파 또는 내 교회나 내 교파가 중요하지 않고 다가오는 하나님의 나라가 중요하다. 교회 안에 현재적인 하나님 나라는 다가오는 원본적인 하나님 나라의 파편이요, 반영일 뿐이다. 이 하나님 나라를 향하여 모든 교회와 교파는 연합하고 일치하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7) 열광적 신비주의나 은사주의 아닌 하나님 말씀에 입각한 균형적 영성을 확립하는 교회
 근래에 빈야드운동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령운동은 쇠퇴기에 들어선 미국교회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존 윔버( John Wimber)를 중심으로 시작된 빈야드운동은 복음전파에 있어서 기적과 이적 등 능력대결(power encounters)을 신앙의 표준(norminative)으로 중요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치유사역을 강조한다. 진동, 쓰러짐, 통곡, 거룩한 웃음 등이 은사의 표징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강조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예배형식과 찬양을 중요시한다.

 처음에는 제 3의 물결로 시작한 빈야드운동(Vineyard movement)은 이제는 교단 형태를 갖추면서 5백여 교회가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은사운동은 특히 토론토 에어포트 교회에서의 은사운동을 계기로 하나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토론토 빈야드운동의 집회에서 "괴상한 광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괴상한 광경이란 성령의 물질화 작업이다. 사역자가 허공에서 성령을 손으로 담아서 쓰려져 있는 사람들에게 던져 주기도 하고 안수 받은 사람의 머리 위에 손으로 담뿍 담은 성령을 꾹꾹 눌러 그 사람 안으로 집어 넣은 동작을 하는 것이다. 더욱이 괴상스러운 것은 성령을 받아 쓰러진 사람들이 사자소리, 개소리, 새소리 등 온갖 짐승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존 윔버의 빈야드운동은 토론토의 성령 운동에 대한 단절을 시도했다. 죤 윔버가 이처럼 성령의 운동을 물질화 시키고 괴상한 울음 소리를 내는 토론토 에어포드 교회의 운동과 단절을 시도했다는 것은 이 후자의 은사운동에 비성경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교회사적으로 전통교회가 침체 일로에 들어가면 항상 성령운동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들은 초창기에는 교회에 활력을 불어 넣은 것은 사실이나 나중에는 불건전한 신비주의로 변질해 나간 예가 적지 않다. 2세기에 몬타니스트 운동, 4세기에 도나티스트운동, 종교개혁 당시 재세례파 운동, 오늘날의 짐 베이커(Jim Baker)나 지미 스웨거(Jimmy Swagger)의 오순절 운동 등이 그것이다.  

 한국 교회 목회자들 가운데 이 토론토 집회에 나가서 거기서 목회 부흥의 비결을 배우려는 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목회는 하나님 말씀의 목회다. 하나님 말씀이 능력있게 선포되는 곳에 성령의 은사가 동반된다. 
 체험 위주의 목회가 아니라 말씀에 근거한 성령의 역사여야 한다. 말씀의 역사와 성령의 역사는 균형잡혀야 한다.  

8) 생태계에 대한 청지기 사명을 다하는 교회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요청된다. 데카르트 이래로 현대사상은 자연 생태계를 인간 노동의 대상이요, 정복의 대상으로만 간주하여 왔다. 생태학적 사고가 요청된다. 생태학적 사고는 자연과 세계를 하나님의 창조로서 이해한다. 자연은 그 자체의 결정론적 법칙에 의해 필연적으로 움직이는 무의식의 기계가 아니다. 인간과 자연은 구분되나 인간은 자연에 대한 관리자로서 창조주 앞에서 책임을 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구분에는 하나님의 초월적인 간섭이 있다. 이 우주는 열린 체계(open system)로서 인과률의 한결같음(uniformity) 속에서 운행된다. 자연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지음을 받았으므로 가치중립적이 아니라 가치담지적(value-ladening)이다. 그러므로 세속주의적 자연관이 거부된다. 기독교적 생태학적 사고는 다음같이 특징지워진다.

 첫째, 관계적인 사고다. 창세기의 기사에 의하면 우주 안에 있는 것은 분리되거나 고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날의 여성환경론에 의하면 관계는 여성과 함께 태어나며 여성으로부터 비롯된다. 인간은 관계적 사고로써 타자에 대하여 배려(care)한다.

 둘째, 타자중심적(heterogenic)이다. 인간은 관계의 총화 속에서 존재할 수 있다. 때문에 그는 현대적인 자기 중심적이 아니라 타자지향적(other-oriented)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인간은 실존(existence, existere)이라는 어원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탈중심적 존재(eccentricity)다.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의 존재요, 다른 인간과 다른 사물로서 이루어진 셰계를 향한 존재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의 탈중심적 대화를 행함으로써만 진정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을 하나님의 창조로서 선포함으로써 하나님이 주신 생태환경을 잘 보존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9) 폐쇄적 근본주의의 극복 -  세속문화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교회
  기독교 문화가 세속문화가 만날 때 기독교 문화는 세속문화에 그 정신을 부여하고 세속문화는 기독교 정신이 표현되는 형식을 취한다. 서양문화나 동양문화에서 종교가 각 문화와 만날 때 종교는 항상 그 문화의 실체가 되었고 문화는 그 종교의 표현형식이 되었다.

 기독교 문화란 기독교가 그 복음의 정신을 순수하게 각성하고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기독교와 문화란 일치관계나 배타관계에 있지 않고 변혁적 관계에 있다.

 성경적 개혁주의 사상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변혁적인 책임을 창조하고 있다. 하나님의 왕국이란 단지 초월적으로 다가오지만 않고 인간의 역사 참여와 변혁적 행동을 통하여 이루어 진다. 여기서 변혁이란 뉴에이지 사상이 주장하는 바 잠재되어 있는 신적 본질을 드러내기 위한 내면적 의식의 개혁이 아니다. 변혁이란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역사에 의한 부패되고 자률성을 지향하는 인간 존재의 실존적 변혁이다.

 이러한 인간 내면적 변혁의 기초 위에서 수행되는 사회구조와 역사구조의 변혁을 말한다. 
 1996년 4월 초교파적으로 구성된 미국 신자 20만명이 워싱턴 광장에 모여 '워싱턴을 주님께'(Washington For Jesus )라는 대규모의 연합기도회를 갖고 '기독교적 추방운동'을 벌이고자 한다.

 미국 버지니아 소재 반석목회연합회 회장인 존 기메네즈 목사 부부가 주도하고 있는 이 기도운동은 미국의 도덕성 회복운동이다. 이 운동은 낙태, 마약중독, 동성연애, 에이즈, 종교 탄압을 기독교위 오적으로 갖하고 있다.

 더욱이 낙태와 동성연애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명백한 도전행위로 간주하고 마약과 동성연애도 인간의 인간의 심신을 파괴하는 반성경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반석목회연합회에 가입된 2백여개 교회를 돌며 순회강연회를 갖고 마약과 낙태가 가져오는 폐해에 대한 시청각운동과 더불어 기도회, 지역별 서명운동과 서약식을 갖고 있다.
 한국 사회의 도덕성 회복 운동도 우리 한국 교회가 주도해 나가야 한다.

10)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교회
초대교회는 인격공동체였다. 초대교회는 "사도의 가르침을 받다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썼다"(행 2:42). "믿는 사람이 함께 있어서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에 따라 나눠주고, 날마다 마음을 같이 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었다"(행 2:44～46).

 오늘날 교회는 너무 부유해지지나 않았는가? 그리하여 이 인격공동체의 정신을 상실하고나 있지 않는가? 오늘날의 인격공동체란 이 세속의 가난한 자, 소외된 자, 행려병자, 돈 없어 치료 못받는 자, 장애자, 고아와 과부, 나그네, 범죄자들의 친구와 안식처가 되는 교회이다. 이러한 교회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단체가 아니라 낮은 곳을 향하여 내려가는 공동체다.

 하늘을 버리고 땅의 행복을 얻거나 하늘을 얻기 위해 땅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세속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연결하는 교회이다. 이것은 진정한 공동체 정신이다. 이웃을 섬기고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사는 정신이 공동체성이다. 

 설교를 할 뿐 아니라 그 말씀에 입각해서 사는 겸허한 교회, 소외된 자들의 신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와 지각을 가진 교회다. 그리고 섬기고(디아코니아) 교제를 나누는(코이노니아) 교회다. 섬김과 나눔의 삶을 사는 교회다. 시대와 현상의 아픔을 감싸주고 함께 울고 웃는 교회다.
 
11) 현대의 과학기술에 대한 가치관 제시
  교회와 신학은 다가오는 21세기의 새로운 과학기술적 문화적 정황과 대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현대의 첨단적인 과학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복지와 인간성의 회복을 위하여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과학기술이 인간을 위하여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

  교회와 신학은 인간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상황을 향하여 열리며 상황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자연과 환경과 종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청된다. 과학기술의 신학의 정립이 요청된다. 생물학적 혁명에 대한 신학적 해석이 요청된다. 

  여기서 신학은 해석학적 신학(hermeneutic theology)이 되어야 한다. 신학의 과제는 의미의 새로운 창조가 아니라 의미의 새로운 발견이요 새로운 적용이다. 의미란 인간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 인간은 단지 이것을 발견한다. 새로운 역사적 정황 속에서 우리는  진리의 새로운 차원을 발견한다.  

12) 멀티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독교 복음 전파 
  멀티 미디어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가 중요하다. 멀티 미디어는 기독교 복음 선포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선교의 도구가 된다. 선교사가 들어갈 수 없는 공산지역이나 모스렘권에 인터넷을 통하여 복음이 들어 갈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와 신학은 이러한 현대 과학기술의 성경적 의미를 천착해야 한다. 1896년 5월 세계기독교 커뮤니케이션(WACC)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독교적 원칙을 내놓았다. 

 "커뮤니케이션은 공동체를 창조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적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을 해방시키고 문화를 지원하고 발전시킨다. 커뮤니케이션은 예언자적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사랑과 나눔의 송동체를 구현하는 것으로서 교회의 중심으로 되어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서 주어진 다양한 메시지를 잘 활용하면 사라랑과 나눔의 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목회자나 교회가 설교와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도 컴퓨터를 통해 최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전자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대에서 우리 교회는 이러한 과학기술의 순기능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독교 데이타베이스를 만드는 데 교회가 투자해야 한다. 인터넷에 교회가 홈페이지, 성경공부 페이지, 복음의 시간 페이지, 각종 상담 페이지, 청년문화페이지를 개설해서 영상시대의 복음 전파에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교회는 한편으로는 멀티 미디어가 가진 마성적 성격을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종말적인 심판 아래 두고 경고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멀티 미디어가 가진 문명적 효율성을 수용하면서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   

13) 올바른 종말론 사상 확립
 메시아적 종말론적인 영성이다. 개인과 역사의 진정한 구속은 메시아적으로 종말론적으로 성취된다.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재림에 의하여 세계와 역사의 진정한 종말이 성취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독교적인 종말론은 인간 스스로 신격화되고 우주와 합일한다고 주장하는 뉴에이지 사상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종말론적 사고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리스도 교회는 성경적 종말론을 제시해야 한다. 종말론은 신학의 말미에 달라붙는 하나의 부록이 아니다. 그리스도 교회의 영성은 철저히 종말론적이어야 한다. 성경적 종말론이란 곧 다가올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아적 재림과 더불어 이루어질 천년왕국과 하나님이 인간의 장막에 거하시고 인간의 세계와 자연을 완전히 새롭게 하시므로 창조하실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신앙내용이다.

 무천년설(amillenialism)이 가진 이원론적 구조나 전천년설(premillenialism)이 가진 시간적으로 정위된  종말론적 구조나 후천년설(postmillenialism)이 가진 인본주의적 구조의 한계를 우리는 인정하면서 어떤 종말론적 사변에 빠져서는 안된다. 우리는 인간의 제한적 신학적 사고 너머서 우주론적 사건으로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종말론적 사건에 신앙의 눈을 돌려야 하겠다.  

 종말론적 사고는 이 세상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왕국을 대망하면서 거기를 향하여 오늘도 순례자의 길을 가는 사고다. 자기가 안주하기 쉬운 이 세상의 종교왕국을 부정하는 사고다. 역사적 교회가 쉽사리 범해온  종교왕국과 하나님 왕국의 동일화를 부정하는 사고다. 끝임없이 자기를 상대화하고 개혁하는 사고다. 

14) 목회자가 영적으로 자기 개발하고 인격적 성품 함양과 연구하고 자기갱신하는 교회.
다가오는 21세기를 전망하면서 한국교회 갱신이란 목회자의 자기갱신이 이루어 질 때 가능하다. 목회는 제도나 기술 재간 인간관계 경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인본주의 목회이다. 목회는 하나님으로 부터 받은 소명에서 비롯되며 자신 자질의 개발과 겸손한 섬김의 목자직이다. 이러한 목자직 위에 기술이나 학문이나 경영과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영성을 개발하고 창조성을 발휘해 나가는 목회가 요구된다. 영성이란 끊임없이 하나님과의 교통과 인격적 관계 속에서 하나님 주권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인정하는 영적 능력을 말한다.

창조성이란 진취적이고 개방적이고 열정적이고 현실적인 적응의 능력을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 자신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기름부어심 안에서 깨어지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날마다 뜨거운 기도생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목회자의 권위는 영적 권위다. 영적 권위는 하나님이 부여하시는 것이다. 이것이 창조적 목회의 기초다. 목회는 사람의 목회, 목회자의 목회가 아니라 하나님 자신의 목회이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목회에 사용되는 도구이다. 목회자가 자기의 능력으로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행하시는 일에 쓰여지는 것이다. 이러한 목회 의식을 각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의식의 부단한 각성은 말씀의 연구와 선포, 기도와 경건의 실천, 성령의 감동과 역사하심에 의하여 지탱된다.

 21세기의 기술과 컴퓨터를 목회에 적극 수용하면서 그것이 주지 못하는 정신적인 가치와 도덕과 영적 비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다가온 정보사회의 컴퓨터를 이용한 목회경영과 관리는 크나큰 도움이 된다. 설교 준비에 있어서 현대의 문화적 상황을 알려주는 다양한 정보 매체를 접하고 분석하는 것은 요청되는 일이다. 21세기의 메시야는 과학 기술주의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선포하고 종말론적 메시지를 오늘날의 맥락에서 선포해야 한다. 

 다가오는 21세기의 도전 속에서 교회는 세속화되는 위험성과 신비주의로 떨어져 위험성을 극복하면서 성경적이고 기독교적 영성을 확립해야 한다. 첨단 기술은 인간을 테크노피아(technopia)로 인도해준다는 과학기술적 메시야주의의 환영(幻影)을 보여주고 있다. 

 다가오는 21세기를 전망하면서 교회는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대망하는 하나님 나라 증언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가시적인 교회가 하나님 나라가 될 수 없다. 교회는 구속받았으나 지속적으로 성화되어야 하는 거룩한 죄인의 공동체다.

 그러므로 교회의 성장은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거대한 구속사의 흐름 안에서 조명되어야 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성장해야 하나 성장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한 지체를 이루는 데 그 목적을 가져야 한다.

 교회는 성령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세속의 영으로 지배되고 있는 이 사회 속에서 교회는 하나님의 성령으로 충만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성령을 소멸하지 말고 성령의 교통과 교제 속에서 항상 새로운 영적 권능으로써 이 세속을 일깨워야 한다.  

 교회는 말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각종 이데올로기와 지식과 정보의 과잉 속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는 세속 속에서 하나님 말씀으로 날마다 새로운 비젼과 지식을 받아야 한다. 그리하여 이 사회를 향하여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 주어야 한다.

 교회는 인격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개인과 집단 이기주의로 인하여 공동체가 깨어지고 있는 이 사회 속에서 진정한 공동체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을 향하여 나아가야 한다. 크고 권력있고 부한 자의 친구가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되고 헐벗은 자들의 친구가 되고 저들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구원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 침윤하지 않고 이 세상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시키는 구원의 방주가 되어야 한다. 무신론으로 달려가고 자기 신격화로 달려가면서 해체주의와 허무주의로 나아가는 이 세상을 구해내는 구원의 방주가 되어야 한다. 역사의 의미와 구원은 이 세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저편에 그러면서 세속 한가운데 초월적으로 계시는 역사와 우주의 알파와 오메가 되시는 하나님께만 있기 때문이다.

 사도 요한의 계시록에서 "새하늘과 새 땅"의 비젼을 보고 있다. 하나님은 "만물을 새롭게 하신다".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계 21:1).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저희와 함께 거하시리니 저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저희와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고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라"(계 21:3～4).

 다가오는 21세기를 전망하면서 교회는 사도 요한이 이미 성령으로 보았던 이 종말론적 소망과 비전을 과학기술주의의 유토피아 사상과 메시야주의에 대하여 제시하고 과학기술 왕국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왕국이 다가오는 21세기의 목표가 될 것을 증언해야 하는 제사장적이고 예언자적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과학기술 사회 속에서 선교적 공동체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