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 교수/ 합동신학교, 강변교회 목사

한국교회의 성장이 어느 때부터인가 정지, 또는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안타까운 보고다. 이와 함께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 이런저런 의견도 많다. 숭실대 한국기독교 문화연구소(소장 김영한)는 그 원인에 대해서 '목회철학의 빈곤'을 손꼽았다. 그리고 그의 근본적 대책으로 '하나님 중심의 목회로 돌아가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번 제 4회 전국 목회자 신학세미나는 지난 2월 26일부터 5일간 숭실대학교에서 '하나님 중심의 목회와 한국교회의 갱신'이란 주제로 열렸다.

'하나님 중심의 목회'란 하나님이 목회의 중심에 계시고 목회자는 그 하나님의 사역에 보조한다는 뜻이며, '한국교회의 갱신'이란 목회자의 갱신, 교인들의 자기 갱신, 종교 왕국이 아닌 하나님의 왕국 지향, 세속 한 가운데 서있는 하나님의 집의 역할, 말씀과 성령의 충만 속에서 날마다 새롭게 되는 교회로의 지향을 뜻한다는 것이다. 본 세미나는 점차 높아져 가는 교육 수준에 부응하기 위한 목회자에게, 그리고 문화가 있는 교회, 사회의식이 있는 교회로의 발돋움을 갈구하는 성도들에게 유익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1. 하나님 중심적 목회자,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은 자기를 가리켜 선한 목자라고 부르셨다.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참으로 선한 목자였다. 그런데 그분의 목자 또는 목회의 삶은 근본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하나님 중심적 삶이요 사역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을 지배한 한 가지 원리가 있었다면 그것은 하나님 중심적 생애와 사역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나님 중심적 사역이란 첫째로 하나님의 뜻에 순복하며 하나님을 섬기고 둘째, 양무리들을 사랑하며 희생적으로 돌보는 사역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일보다는 자신의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요4:34). 그러면서 목말라하는 사마리아 여인 한 사람을 사랑으로 돌보셨다. 자기의 뜻과 소원대로 주님의 일을 하려고 하던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은 "나는 나의 원대로 하지 않고 나를 보내신 이의 원대로 하노라"(요5:30)고 지적하시기도 했다.

 "내가 하늘로서 내려온 것은 내 뜻을 행하려 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려 함이니라"(요6:38)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자기의 명성과 영광을 구하려는 제자들을 향해서는 "나는 내 영광을 구치 아니하노라"(요8:50)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예수님은 양들을 위한 대제사장적 사역을 다 이루시고 아버지께 보고하면서 그것은 "아버지께서 내게 하라고 주신 일을" 이룬 것이라고 말씀했고 그것은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영화롭게" 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도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눅22:42)라고 간구했고,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에 부르짖은 선언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다 이루었다"는 말씀이었다.

 목회자로 부름받은 우리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자신의 뜻과 소원에 따라 자신의 영광을 구하려는 목회를 할 때에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들에게 같은 말씀을 반복하시며 우리의 목회가 하나님 중심적이 되어야 할 것을 가르치실 것이다.

 한국교회의 목회는 지금 목회자 중심적 또는 개교회 중심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목회자의 특성과 명성에 그리고 개교회의 성장과 명성에 모든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프로그램 중심으로 기울어져 가기도 하고 감각적 체험 중심으로 바꾸어져 가기도 한다.물론 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개교회의 성장이 중요하며 프로그램 개발도 중요하고 감각적 체험도 중요하다.그러나 이런 것들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보면 하나님 중심적 목회의 본질이 상실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2. 하나님 중시적 목회자, 주기철 목사 (1897-1944)

  우리는 한국교회에 주기철 목사와 같은 하나님 중심적 목회자가 있었다는 것을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여긴다.주기철 목사의 삶에는 예수님의 삶과 비슷한 모습들이 많았다. 예수님이 하나님께 절대 복종하고 헌신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었던 것처럼 주기철 목사도 하나님께만 절대 복종하고 헌신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고 했다.

 예수님이 겟세마네의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시며 아버지의 뜻을 이룬 것처럼 주기철 목사도 옥중에서 갖은 고초와 순교의 죽음을 당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었다.예수님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모습으로 양무리들을 사랑하시며 희생적으로 돌보셨던 것처럼 주기철 목사도 하나님의 말씀만 타협없이 전파했다.

 예수님의 생애가 성령으로 일관되었던 것처럼 주기철 목사의 생애도 성령으로 일관되었다. 주기철 목사는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설교자요 목회자였는데 하나님 중심적 설교자요, 목회자였다.

  주기철 목사는 일본이 발악하던 1930년대에 일어나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이에 대항해서 싸우며 한국교회를 지킨 신앙의 용사였다. 기미년 3월 1일 전국에 독립만세 소리가 울려 퍼질 무렵 부흥사 김익두 목사가 마산교회에 와서 부흥회를 열었다. "성신을 받으라"는 그의 외침에 큰 감동을 받은 주기철은 1921년 평양신학교에 입학하여 1926년에 졸업했다. 그는 평양신학교 19회 졸업생으로 30세 때 목사로 안수받았다.

 주기철 목사는 1926-1931년까지 6년동안 초량교회에서 사역하며 교회를 크게 부흥시켰다. 그 기간에 진주성경학교와 경남성경학원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교수의 일을 겸했다. 1931년 7월 주기철 목사는 임지를 마산 문창교회로 옮겼는데 거기서도 6년간 목회하며 교회를 크게 부흥시켰다.목회 성공자로서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사경 부흥회를 인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가 가는 곳곳마다 성령의 역사가 크게 일어났다.

 평양 산정현교회는 길선주 목사의 뒤를 이어 한국교회를 이끌고 갈 지도자로 주기철 목사를 담임 목사로 청빙했다. 주기철 목사는 1936년 7월 하순 평양 산정현교회로 부임하여 1937년에 교회당을 신축하고 교회를 크게 부흥시켰다.

 주기철 목사는 신사참배를 선봉에 서서 반대하다가 1938년 2월 8일 경찰에 1차 검속되었다가 27일만에 석방되었고, 1938년 8월 제27회 장로회 총회를 전후하여 2차 검속되었다가 6개월간 대구 경찰서에 수감되어 있다가 1939년 2월 석방되었으며, 1939년 8월 3차 검속되었다가 9개월 후인 1940년 4월 20일 석방되었고, 1940년 9월 다시 4차 검속되어 평양 경찰서와 형무소에서 4년간 옥중 생활을 하다가 1944년 4월 21일 밤 9시 30분경 49세를 일기로 순교의 제물이 되어 주님의 품에 안겼다.

3. 기도와 말씀의 사람, 주기철 목사

  주기철 목사의 부산 초량교회의 목회는 기도와 설교에 주력한 목회였는데 그의 설교는 기도의 동산에서 영글어진 설교였다. 주 목사는 구덕산에 올라가 종종 철야기도를 하였다. 그는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월요일 부터 목요일까지 준비한 메시지를 놓고 특별기도를 하며 지냈고 설교원고를 작성하다가도 가끔 산에 올라갔다. "주 목사는 비상한 고심과 정성으로 설교원고를 작성했다.산에 가서 철야 기도를 하고 이슬에 젖은 몸으로 새벽에 집으로 돌아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주 목사는 초량교회에서 목회할 때 이미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경남노회에서 신사참배 거절안이 1931년에 가결되었다. "교회를 이끌고 가는 엔진도 고장이 없어야 교회는 전진이 되는데 그의 기계 정비실은 기도실이었다. 그것도 건성으로 하는 기도가 아니었다.겟세마네의 피와 땀의 기도가 있고 나서 완전한 승리가 이뤄진 것 같이 주 목사의 목회 생활도 이러한 기도가 있고 나서 비로서 가능했던 것이다."

 "주 목사는 고요히 부산 부민이 잠든 새벽에 구덕산 위에 올라갈 때마다 예수님이 매일같이 감람산 위에서 하나님 앞에 기도하시던 때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우리 한국 사람은 종교로 성공해야 된다. 그것마저 없으면 아무것도 볼게 없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기도와 성경읽기 외에는 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주기철 목사의 마산 문창교회의 목회도 기도와 설교에 주력한 목회였다.무학산에서 기도를 하다가 축축하게 밤이슬에 젖어서 내려오는 때가 종종 있었다."무학산에는 주 목사가 오르내리는 길이 빤질하게 닦아지게 되었다…. 주 목사의 설교의 하나 하나는 천근 만근의 무게를 가지고 청중의 마음문을 두드리고 저쪽 하늘나라의 영광을 똑똑하게 보여주는 망원경이 되었다."

 주 목사는 교인들에게 새벽기도를 권면했다. "새벽 시간은 은혜가 많은 시간입니다"라고 자주 말했다.그리고 자기 자신은 한번도 새벽 기도를 빼먹는 일이 없었다.마산 문창교회는 오랜동안의 분쟁으로 상처를 입은 교회였다."그러나 기도와 성경에만 열중하고 구제에도 열성이 있는 주 목사는 마산 문창교회의 태양이 되었다." "말썽 많은 마산 문창교회의 혼란을 놀라운 목회력으로 진압하여 명망이 높아간 주 목사지만 더욱 더욱 하나님 앞에서 자기의 죄인됨을 깊이 깨닫고 기도와 성경읽기에 더욱 주력을 하는 것이었다."

  주기철 목사의 마지막 목회였던 평양 산정현 교회의 목회도 일사각오의 기도와 설교에 주력한 목회였다. 주 목사는 1936년 7월 하순 평양 산정현교회에 부임한 후 흐트러진 신앙의 분위기를 기도와 성경으로 일신하므로 산정현교회의 교인들은 영적으로 모두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주 목사는 신사참배 강요에 대항해서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할 것을 작정하고 기도와 목회에 전력을 다했다. 하나님께 대한 결연한 충성과 헌신의 자세로 강단에 나설 때마다 주 목사의 태도에는 무슨 광채라도 나는 것만 같았다. 1937년 3월 7일 교회당 신축 헌금을 위한 설교를 하면서 동양에서도 가장 은혜받은 평양의 산정현 교회가 가장 으뜸가는 교회당을 지어 하나님께 드리자고 호소했을 때 교인들은 큰 감동과 감격에 사로잡혔다.

 그날 주 목사의 "많이 준 자에게 많이 취한다"는 제목의 설교를 들은 사람 가운데 이유택 목사, 박윤선 강도사, 김인서 장로가 있었는데 그들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감동했다. 여섯달 안에 동양에서 첫째가는 새 예배당을 눈깜짝할 사이에 지어 1937년 9월 5일 입당예배를 드렸고, 1938년 2월 8일에는 새로 지은 산정현 교회의 헌당예배를 드렸다. 산정현교회는 "주기철 목사 취임후 현저히 진흥"했다고 김인서가 그 당시의 상황을 기록했다."교회가 더워지고 교인이 증가하는 비방을 주 목사에게 찾아보니 기도와 전도와 설교"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사참배의 강요가 더 심해지자 1938년 6월 주 목사는 김화식 목사, 이유택 목사와 함께 묘향산에 들어가 10일간 기도했는데 5일간은 금식했다. 주 목사는 다 넘어진 한국교회를 홀로 버티어 세우기 위해 죽음의 준비를 하면서 비장한 각오를 다짐했다."피와 땀나는 기도로 밤을 새우는 일도 있었다.기도할 때마다 가끔 느끼는 것은 만물 가운데 인간의 마음이 가장 부패했다는 사실이 떠오르곤 했다.

 소위 목사란 사람의 대부분이 신사참배에 가담했을 뿐 아니라 동지를 경찰서에 넘겨서 검속하는 일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볼 때에 비분강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 목사는 기도하는 마음 속에 여러가지 계시의 광선이 심령으로 부터 비쳐 들어옴을 느끼는 것이었다.이렇게 산에서 기도에 열중하는 가운데 무아지경에 들어가서 불솟듯이 때로는 마음 속에서 기도가 강물처럼 흘러나옴을 느낄 때가 있었다.너무나 감격에 휩싸여서 30분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다른 말은 없이 아버지란 말만 되풀이 해서 부를 때도 있었다.성신이 마음 속에서 무한한 탄식으로 대신 기도하는 시간인 줄을 알게 되면서부터 확실히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끼는 것이었다."

  1938년 9월에 모일 제 27회 총회시 신사참배안을 가결시키기 위해서 일본 경찰이 장애물들을 총회기간 동안 미리 경찰서에 가두어 두었는데 이때 주 목사는 이기선 목사, 채정민 목사와 함께 검속되었다. 1938년 8월 주 목사는 농우회 사건의 혐의로 경북 의성 경찰서에 검속되었고 그후 대구로 이송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르다가 석방되어 1939년 2월 첫 주일 아침 평양역에 도착했다."그 길로 주 목사는 교회로 가서 엎디어 이마를 마루 바닥에 대고 기도를 시작했다.입추의 여지도 없이 모여든 교인들은 주 목사를 보는 것만도 감격에 넘치는 것이었다.

주 목사의 마음 속에는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신념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주 목사는 성전에 와서 엎디어서 기도하는 동안에 한국교회를 위해서 자기자신 저 나라에 가서도 기도를 계속하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었다.그는 다시금 새로운 결심을 가다듬고 예배를 인도했다.엄숙한 얼굴로 목사의 설교를 듣고자 앉아 있는 많은 교우들의 얼굴을 내려다 볼 때 주 목사의 간장은 녹는 것만 같았다.조만식, 유계준, 김동원, 방계성 같은 장로들과 백인숙 전도사, 안이숙 선생도 있었다.주 목사는 마5:11-12과 롬8:18, 31-39을 봉독한 후 "5종목의 나의 기도"란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오종목의 기도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1) 죽음의 권세를 이기에 하여 주옵소서.  2) 장기간 고난을 견디게 하여 주옵소서.  3) 노모와 처자를 주님께 부탁합니다.4) 의에 살고 의에 죽도록 하여 주옵소서.  5)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합니다.

  주기철 목사의 목회는 일사각오의 기도와 설교를 삶과 죽음으로 나타내 보여준 삶과 죽음의 목회였다.그의 기도와 설교 그리고 그의 삶과 죽음으로 인하여 한국교회의 남은 자들은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4. 성령으로 기도하고 설교한 성령의 사람, 주기철 목사

  주기철 목사는 기도와 설교에 주력하되 성령안에서 기도하고 성령 안에서 설교한 성령의 사람이었다.주목사는 "성신과 기도"라는 설교에서 성신의 도움을 받아야만 바로 기도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성신은 바로 기도의 신이라고 강조했다.

  "오직 성신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시느니라(롬8:26).  1) 성신은 우리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하신다.우리가 하나님을 아는 것이나 죄를 회개하는 것이나 신생케 되는 것이 모두 성신이 하시는 일이다.성신은 우리 마음에 기도할 생각을 일으키신다.그리하여 우리 중생한 심령으로 천국의 공기와 광명에 접촉하게 하신다.성신은 곧 기도의 신이다.성신이 역사하시는 교회나 개인은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2)

성신은 정당한 기도를 하게 하신다. 우리는 이 세상에 과대한 욕망때문에 하나님에게 정당한 것을 구하기 어렵다.우리는 철없는 어린 자식같이 하나님 앞에 앞뒤를 가리지 않고 그저 내 표준만 하고 또 욕심에만 끌리어 사실 내게 무익한 것을 허락해 달라고 조르는 반면에 진정 내게 유익한 것은 구하지 않는 때가 퍽도 많은 것이다.이 때에 성신은 우리의 혼미한 마음을 열어 하나님 뜻대로 성도를 위하여 기도하시는 것이다.3)

아바 아버지를 부르게 하신다.기도는 조용 침착한 가운데서 하는 것만이 아니다.우리 마음이 큰 고민이나 공포와 암담한 가운데 휩싸이든지 또는 대사상에 부딪칠 때 형언할 수 없는 난경을 직면할 때 다른 말은 나오지 않고 오직 아바라 하는 아버지만을 연발하게 되는 일이 있으니 이것도 역시 기도인 것이다.이도 또한 성신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대신하여 기도하시는 시간이니 이 때는 과연 만감이 잠재해 있는 의미심장한 때이다.성신을 알지 못하는 자로서 기도를 말한다는 것은 일종의 거짓이다.우리는 성신과 동거하고 또 기도하는 성신을 받아 많은 은혜를 받도록 힘쓰자."

  주기철 목사는 "성신을 받으라"는 설교에서 신자가 성령을 받아야만 주님 말씀대로 행할 수도 있고, 설교나 전도할 수도 있고, 환난날에 승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주 목사는 강단에 서서 설교할 때 그의 얼굴에서 광채가 났고 평양 경찰서 유치장에 고문을 받고 있을 때도 그의 얼굴에서 광채가 났다고 한다."1937년 3월 7일 주일날 산정현 교회에는 교인들이 빽빽이 찼다.강단에 나설 때의 주 목사의 태도에는 무슨 광채라도 나는 것만 같았다."

 "평양 경찰서 유치장에서 며칠 간을 취조 받는 사이에 1941년 8월 25일엔 수감자 대부분이 평양 형무소로 넘겨지게 되었다.주 목사는 이날 따라 진리투쟁 동지들을 볼겸 쇠창살 가까이 다가 앉아 있었다.모두들 이송되어 가면서 복도에서 마주보게 되었다.주 목사의 얼굴이 쇠창살 넘어 보이는데 얼굴에 광채가 났다.'주 목사님 얼굴에 광채가 납니다.'  최상림 목사가 자기도 모르게 감탄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딴 사람도 너도 나도 하고 쳐다봤는데 과연 얼굴에 광채가 나는 것이었다."  "성신을 받으라"는 설교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저희들을 향하여 기운을 부시며 가라사대 성신을 받으라(요한20:22).  하나님 아버지께서 성신 주시기를 이미 허락하셨고 예수께서도 또한 제자들에게 보혜사 성신 주시기를 언약하시고 부활하신 후 오순절에 과연 성신이 강림하시어 제자들이 권능얻어 전도하므로 예루살렘을 위시하시어 온 천하에 예수의 교회가 설립되었고 성신은 지금도 신자에게 충만하시고 교회안에서 역사하신다.성신을 받으면 각양 은혜를 받는 중에 특히 예수의 교훈을 실천하고 전도하여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며 모든 환난에서 이기는 것이다.1)

 주님 명하신대로 행하려면 성신을 받아야 한다.우리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려면 성신의 지시를 받아야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고 예수의 교훈대로 행하려면 성신의 힘을 받아야 한다.예수는 하늘 법을 반포하실 뿐 아니라 행할 능력까지 주시는 것이다.성신 받지 못한 사람은 예배당에까지 나올 수는 있으나 예수의 교훈을 실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2)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려면 성신을 받아야 한다.전도란 사람에게 하나님을 알게 하고 사람에게 윤리 도덕을 가르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요 악신 마귀를 따라사는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고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 사람의 재주로 못하고 성신의 권능으로 하는 것이다.3) 악한 날에 승리하려면 성신을 받아야 한다.에베소 6장 10에 악한 날에 성신으로 주장하라고 경고하였다.

[악한 날]이란 주 재림 때 뿐 아니라 최종 말일이 오기 전에도 악한 날은 가끔 닥쳐오는 것이다.이런 악한 날에 성신으로 무장하여야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성신을 받아야 까부는 환란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10년 20년 예수를 믿노라 하여도 성신을 받지 못하고 사람 앞에서 예수를 부인하면 지옥에 갈 것이니 그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깨어 기도하여 성신을 받으라.  악한 시험을 이기라.  성신이여 강림하사 나를 감화하시고 애통하며 회개한 맘 충만하게 합소서."

5. 주기철 목사의 삶과 설교에 나타난 하나님 중심 사상

주기철 목사의 삶과 설교를 지배한 원리는 하나님 중심적 사상이었다.부산 초량교회를 떠나 마산으로 옮길 때나 마산 문창교회를 떠나 평양으로 옮길 때 주 목사의 마음을 지배한 것은 하나님의 뜻에 순복하려는 하나님 중심 사상이었다."주기철이 거기로 향한 까닭은 고귀한 동기 이외 무엇이 따로 있을 수 없었다.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 믿은 주기철은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하여'의 칼비니즘 이외의 다른 동기 없이 마산을 향해 떠났다."

  "이러한 꿈도 있고 해서 주 목사는 하나님의 뜻이 평양 산정현교회로 가는데 있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하나님이 주시는 잔을 어찌 피하겠나이까?'  그러한 각오가 다 되었다.문창교회에서는 이렇게 되니 어쩔수가 없었다.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데는 항거할 수가 없었다.주 목사도 울면서 축복기도를 해 주었다."

  하나님께 절대 순복하는 주기철 목사의 하나님 중심 사상은 그로 하여금 성경에 위배되는 어떠한 사상도 용납할 수 없게 만들었다.마산 문창교회 목회시절 주 목사는 신령신비주의나 무교회주의 등 비성경적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을 단호히 정죄하고 처벌했다."이단과 신신학을 심판으로 연결시킨 주기철의 소박하고 순결한 신앙은 타협을 거절하였고 외길 진리대로의 결단의 길을 짐짓 걸어갔을 뿐이었다....  '두려울 진저!  죄의 값은 사망이다.네 죄를 회개하라.'  이단사설, 진리에 대한 도전에 주기철의 반발과 의분은 그러했다.주기철은 마침내 경남 노회장으로 노회의 결의를 거쳐 1933년 7월 3일 전도사, 장로 10여명을 해직하여 그들을 처벌하였다."

  정성구 교수가 지적한 대로 주기철 목사의 설교 가운데 가장 뚜렷이 나타난 신앙은 일사각오의 하나님 중심 사상이었다."그가 일제의 신사참배 정책을 생명을 바쳐서 공격하고 신앙을 지킨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하나님 중심사상의 신앙이다."  주기철 목사는 그의 설교에서 하나님에 대한 절대 충성과 헌신의 신앙, 하나님 앞에서 사는 하나님 존전의 신앙,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하나님 경외의 신앙, 하나님을 높이는 하나님 찬양의 신앙, 하나님을 사랑하는 하나님 열애의 신앙 등을 고백적으로 나타내 보였다.이제 그의 설교에 나타난 하나님 중심사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기철 목사의 마지막 설교라고 할 수 있는 1939년 2월 첫 주일 산정현 교회에서 한 그의 설교 "5종목의 나의 기도"에는 하나님께 대한 절대 충성과 헌신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죽음의 권세를 이기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을 위하여 열번 죽고 백번 죽어도 좋지만 주님을 버리고 백년 살고 천년 살면 무엇을 합니까?  오! 주여! 이 목숨을 아끼어 주님께 욕되지 않게 하시옵소서.  이 몸이 부서져 가루가 된다하여도 주님의 계명을 지키게 하옵소서....  주님 나 위하여 죽으셨거늘 내 어찌 죽음을 무서워 하겠습니까? 

다만 일사각오가 있을 뿐이올시다....  의에 살고 의에 죽도록 하여 주옵소서....  못합니다, 못합니다, 그리스도의 신부는 다른 신에 정절을 깨뜨리지 못합니다.그리스도의 신부는 신사에 절하지 못합니다....  아!  내 주여!  예수의 이름이 땅에 떨어지는구나.  평양아!  평양아!  예의 동방의 내 예루살렘아!  영광이 내게서 떠났도다.모란봉아 통곡하라.  대동강아 천백세에 흘러가며 나와 함께 울자!  드리리다.드리리다.이 목숨이나마 주님께 드리리다.칼날이 나를 기다리느냐?  나는 저 칼날을 향하여 나아가리라....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합니다.오!  주님 예수여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합니다.십자가를 붙잡고 쓰러질 때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옥중에서나 사형장에서나 내 목숨 끊어질 때 내 영혼을 부탁하나이다.아멘."

  주 목사는 1937년 6월 20일 평야 산정현 교회에서 "하나님 앞에서 완전하라"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는데 이 설교에서 성도의 삶이 하나님 앞에서 사는 경건하고 정직하고 태연한 삶인 것을 강조했다."사람 앞에서도 완전하기는 어렵거늘 하나님 앞에서 완전하기는 생래의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이다.그러나 예수의 속죄하심을 입어 죄를 청산하고 성신이 주시는 힘으로 완전한 인격을 이룰 수는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절대 완전을 요구하시는 것은 아니다.하나님은 하나님으로서 조그마한 부족도 없으신 하나님이신 것처럼 우리는 사람으로서 완전한 사람이 되라 하심이다.... 

하나님 앞에서 경건함으로 완전하라....  하나님 앞에서 정직함으로 완전하라.  거짓은 최대의 불완전이라 하면 참된 것은 완전의 본질이라 하겠다.아무리 좋은 말 아무리 훌륭한 행위라도 그것이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참이 아니면 안된다....  하나님 앞에서 태연함으로 완전하라....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자는 만난에도 불구하고 백번 죽어도 그 지조를 변치 않는 것이다....  어떻게 완전하여 질 수 있을까?  성경은 그리스도로 인하여 하나님이 친히 너희들로 하여금 잠간 고난을 받은 후에 완전케 하시며 견고케 하시며 강하게 하시리라(벧전5:10)고 말씀했다."

  주기철 목사는 1937년 8월 평양노회의 사경회에서 "하나님을 두려워 하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는데 이 설교에서 하나님 경외의 신앙을 강조해서 나타내 보였다."하나님은 사랑이신 동시에 또한 엄위하심....  여러 성경말씀을 상고하여 보면 하나님은 자비하신 동시에 또한 엄위하시다.탕자의 아버지시요, 잃은 양의 목자인 동시에 죄인을 벌하시는 재판장이시다.새끼를 업어 보호하는 독수리요, 태아의 어머니인 동시에 또한 진노하시는 하나님이시다.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나 여호와는 진노하시는 하나님이니 내 이름은 진노이니라(출34:14)....  의를 근원한 사랑.  현대식 목사가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사랑만 말하고 하나님의 의와 거룩함을 말하지 않음은 마귀에게 속는 것이다.사랑은 의와 진리가 함께하지 않으면 참 사랑이 아니다....  하나님을 두려워 하지 않을 자의 받을 벌.  하나님을 두려워 하지 않는 자는 그 형벌을 면치 못한다.아론의 두 아들 나답과 아비후는 제사장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술취하여 거룩하지 못한 불을 제단에 드리다가 즉시 불에 타서 죽는 벌을 받았다(레10:1,2). 

오늘 목사의 성직을 더럽히는 자는 없는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가 받을 것.  하나님을 두려워 하여 완전히 행하는 자가 의인이라.  그 후손에게 복이 있나니라(잠20:7).  내 경험으로 보면 중생한 자는 다 하나님을 두려워 하는 자요 그에게 복음의 은혜가 풍성하나 거짓 선생은 두려워 하지 아니하여 그 행동이 흉악하다.오늘 하나님을 두려워 하지 않는 찬양대, 집사, 장로, 교인들아 너희 받을 형벌을 생각하여 보라.  사람이 보지 못하게 숨어서 행하는 일을 하나님은 보고 계시니라.  사랑의 하나님을 알기 전에 먼저 의의 하나님을 알라."

  주기철 목사는 1937년 9월 5일 산정현교회 입당예배때 한 "새 예배당 입당예배의 기원"이라는 설교에서 하나님에 대한 뜨거운 찬양의 심정을 간절하게 표현했다.그의 설교는 차라리 하나님께 드린 기도였다."푸른 하늘 보좌되고 땅은 발의 등상이니 어찌 이 산정현에 주님을 모시리요.  그러나 주님 우리 중에 거하시옵소서....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영광을 찬송케 하옵소서.  영광일세 영광일세 내가 누릴 영광일세.... 

주여!  이 강단에서 하나님의 복음이 들리사 온 조선 온 세계에 전파케 하옵소서.  성신의 생명강수여, 이 강단에서 흐르고 또 흘러 온 교회에 충만케 하시옵고, 이 백성을 살려주시옵소서....  주님 일찍 성전을 가리켜 아버지의 집, 기도하는 집이라 하셨으니 이 예배당은 아버지의 집, 기도의 지성소 되게 하옵소서....  이 강단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진리를 말하고 복음을 전파하게 되기를 원합니다....  주님!  여기에 계시어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옵소서"

  주기철 목사는 1938년 2월에 한 것으로 알려진 "하나님을 열애하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하나님 사랑의 신앙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나는 구약성경 중에서 특히 신명기와 시편을 좋아한다.그 두권은 특별히 그 기자들이 하나님을 열애한 기록인 때문이다.하나님에게 대한 깊은 정서의 발로이기 때문이다.그들은 실로 하나님을 사모하여 갈급함이 사슴이 시냇물을 찾으려고 갈급함과 같았다.모든 예언서를 보아도 그 모든 예언자가 불같은 의분으로 인간을 통책한 것은 저들이 하나님에게 대하여 아무 각성이 없고 순경이 없고 성의가 없고 열의가 없기 때문이었다.... 

부자 사이의 사랑도 크고 깊은 사랑이요 연인과 애인 사이의 사랑도 강하고 뜨거운 사랑이지만 자고로 신인 성자 예수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현실계에서는 그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깊고도 뜨거운 사랑이었다.우리 주님의 마음에 끓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곧 아버지 하나님께 대한 열애였다....  인생은 어떠하냐?  비조는 하나님의 선덕을 노래하고 소화는 하나님의 신비를 찬미하건만 하나님과 같은 의식을 가지고 도리어 이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죄악의 도구로 쓰고 있다....  본래 세계의 억조창생 중에 하나님을 열애로 섬기는 자 몇이나 있느냐....  하나님이 안계시냐?  그러면 우리는 나가서 무신론자가 되자.  그러나 하나님이 참으로 계시냐?  그러면 우리는 정성으로 섬기고 뜨거운 사랑으로 섬기자!"

6. 사람들을 사랑한 겸손하고 소박한 사람, 주기철 목사

  주기철 목사는 하나님에 대한 일사각오의 충성과 헌신에서는 사자같이 단호하고 강했으나 목양지의 성도들에 대해서는 비둘기 같이 순수하고 부드러웠다.김충남 목사는 평양 산정현 교회에서의 주 목사의 목회를 "비단결 같이 부드러운 교역"이라고 묘사했다."주 목사의 단호한 태도와 비단결같이 부드러운 교역으로 인해서 그동안 이지러지기 시작한 영적 상처가 낫고 다시 건전한 교회 질서가 잡히기 시작했다."

  주기철 목사는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 소박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웠다.고등계 형사들까지도 그의 사랑과 인격에 감동했다.주 목사가 부산 초량 교회를 시무할 때 어느날 경관 정복을 입은 순사 하나가 찾아왔다.주 목사는 그에게 복음을 가르치며 그를 위해서 성심성의껏 기도했다.그 김석진이라는 순사는 회개하고 예수를 믿었으며 나중에는 목사까지 되었다.그와같은 개인 접촉의 방식으로 예수믿고 목사나 교육자가 된 사람들이 다수였다.  주 목사는 사람에 대한 정도 많았다.

마산 문창교회에서 목회할 때 사모님 안갑수 여사가 병으로 죽었는데 그 때 주 목사는 방성통곡하며 슬퍼했다."아내의 무덤 앞에서 한명동과 이약신 두 사람만이 남아 있을 때 그제사 주 목사는 방성통곡을 했다.주 목사의 울음소리는 간장을 녹이듯 했다.한명동과 이약신은 몸부림치며 슬피우는 주 목사를 모시고 산을 내려왔다."  주 목사는 후에 오정모와 재혼을 하고 서로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때로 안갑수 사모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오면서 생각하니 안갑수와 결혼할 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무상한 것이 인생이었다.새 아내를 곁에다 두고 죽은 부인을 생각한다는 것이 미안한 일 같기도 했다.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주기철 목사는 분쟁으로 상처입은 마산의 문창교회를 기도와 말씀, 사랑의 구제, 그리고 그의 관후하고 온유한 인격으로 치료하고 부흥 발전시켰다."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로 난항을 거듭했다.그러나 기도와 성경에만 열중하고 구제에도 열성이 있는 주 목사의 관후하고 온유한 인격은 전 신도들에게 언제나 만족을 주었다.그들이 요구하는 사랑도 또 그들이 요구하는 학식도 다 구비되어 있었다.나날이 주 목사는 마산 문창교회의 태양이 되었다." 

주기철 목사는 마산 문창교회에서 목회할 때 이웃 성결교회와 친밀한 교제를 유지했고 심지어는 마산 문창교회에서 갈라져 나간 독립교회와도 친밀한 교제를 증진시켰는데 독립교회와의 제직연합 간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그래서 민경배 교수는 주기철 목사에게서 "정신의 높이와 심령의 광활함"을 본다고 지적했다."그는 삶과 신앙의 넓이로 하여서 쉽게 타협을 거절하고 외골수 길에 물 불을 가리지 않고 돌진한 심리의 남다른 과격성을 가진 인간이 아니었다.그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자주 만날 수 있는 형의 한 인간일 따름이었다."

  위에서 지적한대로 평양 산정현 교회에서의 주 목사의 목회는 "비단결 같이 부드러운 교역"으로 인해 이지러지기 시작하던 영적 상처가 낫고 교회가 힘있게 부흥 발전한 목회였다.1940년 2월 첫주일 산정현 교회 교인들 앞에서 한 그의 설교 "5종목의 나의 기도"에서 주 목사는 그의 노모와 처자와 양떼들에 대한 애끓는 사랑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성모 마리아와 남겨두고가는 제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마음과도 같았다."노모와 처자를 주님께 부탁합니다.나는 80이 넘은 어머님이 계시고 병든 아내가 있고 어린 자식들이 있습니다.아들로서의 의무도 지중하고 가장과 아비된 책임도 무겁습니다.... 

나의 어머님도 주님께 부탁하나이다.나의 병든 아내도 주님 손에 부탁하는 것이 이 못난 사람의 도움 보다 좋은 줄로 압니다.나의 어린 자식들도 자비하신 주님 품에 두는 것이 변변치 못한 아비의 손으로 기르는 것보다 복될줄 믿습니다.나의 양떼도 선한 목자 주님께 부탁합니다.병들도 상한 자를 주님이 싸매어 주시고, 길 잃고 헤매이는 자를 주님 손수 인도하여 주시고, 낙심하고 범죄한 자를 주님 보혈로 사유하여 주옵소서, 악하고 험한 세상에 양떼를 두고 가는 이 내 마음 차마 못할 일이올시다.저들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지날때 주님 지켜 주옵소서." 

이렇게 설교할 때 주 목사의 음성은 울음으로 떨렸고 그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만당의 교우들이 흐느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주기철 목사는 순교의 잔을 마시기 며칠전 유서를 남기었는데 그 유서에는 아내와 어린 아들과 어머니에 대한 한 인간의 진솔한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여드레 후에는 아무래도 소천될 것 같습니다.지금까지 몸이 부어 올랐습니다.막내 광조에게 생명보험을 든 200원으로 공부를 시키십시오.  어머님께는 봉양 잘해드리고, ....  어머님께는 죄송합니다."

  주기철 목사는 평양 경찰서와 형무소에서 옥중생활을 할 때 같은 방의 동료들에게는 물론 자기를 고문하던 형사들에게까지 온유한 사랑으로 대하므로 그들에게 깊은 감화를 주곤 했다."목포 사람으로 공산당 사건으로 들어온 김복동이란 사람이 있었다.그는 늘 주 목사만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것이었다.

 '주 목사님만은 참으로 훌륭한 어른입니다' 주 목사는 다른 죄수의 옷에 이도 잡아주고 좋은 말로 옥중 고생을 이겨나가도록 권면을 하며 주님의 말씀을 가르쳐 주었다." 공산당 주영하도 주 목사만은 존경했다. "주 목사는 주먹밥 한 개도 반만 먹고 배고프다는 같은 감방에 있는 자에게 나눠주는 것은 보통으로 하는 일이었다.그의 이러한 사랑엔 불량배들 마저 그 앞에서는 어린 아이처럼 순진해지는 신적 권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사랑은 감옥에서도 모든 출옥동지는 물론 공산당에게까지도 눈물로써 마음의 때를 씻게 했다.그의 옥중생활은 그냥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의 발을 씻긴 겸손과 통한 것이었다."

  양떼들과 죄인들을 뜨겁고 부드럽게 사랑한 겸손한 목회자, 겸손을 사랑하고 추구한 그분의 겸손한 모습이 그의 설교 "겸손하기 위하여"에 애절하게 나타나 있다.

 "오! 주여! 나로 하여금 당신의 낮아지신 것을 깨닫게 하여 주옵소서.  당신은 지극히 높으시고 지극히 영화로우신 하늘의 보좌위에서 천군과 천사와 하늘의 모든 영물과 천천만 성도에게서 경배와 찬송을 받으시던 만유의 주재로써 낮고 천한 사람이 되어 티끌 세상에 오셨나이다.오시되 왕후장상으로 금전옥루에 오시지 않고 지극히 미천한 사람으로 말구유에 오셨나이다.사람이 다 싫어하는 세리와 창녀의 친구가 되셨고 어린아이의 동무가 되셨고 걸인과 문둥이의 벗이 되었나이다.

 마침내 벌거벗은 몸으로 강도의 틈에서 저주의 십자가에 달리시고 음부에까지 내려가셨나이다.오! 당신이 이같이 낮아지신 것을 생각할 때 나는 어떻게 하오리까? 나는 나를 어디까지 낮추어야 당신 앞에서 합당하겠습니까? 당신이 제자의 발을 씻기셨으니 나는 모든 사람의 발 앞에 짓밟히는 먼지와 티끌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오! 주여!  나는 아나이다.나의 속에는 여전히 나라는 것이 남아있습니다. 당신이 좌정하실 자리에 이 놈이 앉아 있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받으실 영광과 찬송을 이 놈이 받고자 하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남이 나를 대접함이 소홀하다 싶을 때에 이 놈이 속에서 불평을 발하고 남이 나에게 모욕과 멸시를 가할 때에 이 놈이 속에서 노를 발하나이다…오! 주여! 나로 하여금 이 외람된 오만에서 구원하여 주소서. 성신의 방망이로 이 나라는 놈을 마정방종으로 때려 주시사 당신과 같이 무아의 경지에 까지 내 마음을 비워 주옵소서…. 오! 주여! 나는 당신의 겸손을 사모하옵고 당신과 같이 되기를 원하나이다. 아멘."

  이 설교와 간곡한 기도 가운데서 우리는 주기철 목사의 하나님 중심적 목회자의 모습을 가장 분명하게 발견한다. 하나님 중심적 목회자의 모형인 우리 주님의 모습이 바로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자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