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나와 주는 성도들이 너무 고맙죠. 물론 그런 표현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개척교회 목사 입장에 서 보니 ‘나와 주는 게’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교회 시설은 물론이거니와 변변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전영근 목사(53, 주사랑교회 담임)는 개척교회 1년의 목회를 하면서 이제 목회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겠다고 한다. 특히 ‘성도’의 귀중함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고백한다. 주변 목회자들에게 늘 들어왔던 말이 무슨 말인지 피부로 알겠다는 것이다.

최근 한 소식이 전 목사를 매우 기쁘게 하고 있다. 개척교회 초기 자발적으로 출석한 중년의 부부가 미국 방문으로 교회를 장기간 떠났다가 조만간 다시 나오겠다고 연락을 주었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고맙다’는 생각뿐이었다. 개척교회의 불편함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목회를 하면서 성도 때문에 이렇게 기뻐했던 일이 얼마나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개척교회 성도들의 신앙은 목회자보다 큰 것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하나님 앞에서 ‘죽었습니다’는 자세가 아니고는 힘들기 때문이죠. 물론 그만큼 큰 은혜도 있다고 확신합니다.”
개척교회 목사에게 기쁨이 하나라면 아픔은 열이다. 전 목사도 마찬가지다.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는 많이 웃었다. 흔한 말로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그런 웃음이다.

“우리 한국교회 문제를 그대로 보는 것 같아요. 영혼을 말 그대로 영혼으로 보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 정도로 보는 것 같아요. 제발 이미 교회에 잘 다니고 있는 성도들의 손은 그냥 놔주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주일부터 한 주부가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찾아와서 신앙생활을 잘 하던 이다. 갑자기 전화도 잘 안 받았다. 전 목사는 ‘무슨 일이 생겼는가’는 마음에 걱정이 앞섰다. 그러던 중 길거리에서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는 무엇인가 피하려는 눈치다.

“그렇지 않아도 목사님 찾아 뵈오려고는 했는데….”

이야기는 이렇다. 길거리에서 만난 주변 큰 교회 여 전도사가 끈질기게 자신의 교회에 출석하라고 붙잡았다는 것이다. 이미 교회에 다니고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이것저것 대접 받은 것도 있어서 예의차원에서 한 번 그 교회를 방문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교회를 옮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디서든 신앙생활을 잘 하기만 하면 됩니다’는 게 전 목사가 해 준 대답의 전부다. 전 목사는 매주 금요일 전도하러 나간다. 날씨가 풀리는 날에는 화요일에도 계속 전도를 해 왔다. 전도에 대해서 그의 기본적인 철학은 ‘믿는 이들은 복을 빌어주는 것으로 끝내자’는 것이다. 또 ‘우리 교회 오세요’보다는 ‘예수님 믿으세요’가 그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것이다. 개척교회의 필요보다 하나님 나라의 필요를 먼저 생각한 실천이다.

어느 날 전화기가 울렸다. 자신의 집에 심방을 와 달라는 낯선 전화다. 이런 경우 개척교회 목사는 무조건 간다. 술에 취해 있는 그가 목사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고자 한 것이다.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다. 며칠 뒤, 그가 교회로 찾아왔다. 급하다며 20만원을 빌려달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개척교회 목사는 종종 넘어간다. 순진한(?) 전 목사도 그랬다. 주머니를 ‘탁탁’ 터니, 10만원이 나왔다. 그것도 지난 주 헌금과 개인 돈을 합쳐 교회 용품을 준비하려고 한 것이었다. 하도 급하다고 하니 그것을 주고 만 것이다.

그 다음 날부터 그의 소식은 끊어졌다. 수차례 전화하고 직접 찾아갔지만 ‘무소식’이다. 화가 많이 났다. 그러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 훗날 어렵게 그의 집에서 그를 만났다. 직접 얼굴을 보고 마지막 충고라도 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이 가관이다. ‘목사님이라면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이럴 줄 몰랐다’는 것이다.

목사는 이러한 때도 기도해야 한다. 교회가 좀 더 교회다워지기 위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실된 하나님을 발견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늦은 나이에 목회를 시작한 전 목사에게 그것은 더욱 절실하다. 교회를 속히 부흥시켜 소위 남부럽지 않은 목회를 하겠다는 그런 단편적인 생각으로 개척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름(calling)’에 온전히 ‘네’라고 반응하기 위해서 늦은 때에도 개척에 도전을 한 것이다.

“얼마 전부터 ‘교회’, ‘믿음’ 등의 기본적인 주제를 설교에 싣고 있어요. 기본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저부터 말이죠. 개척교회 장점이 있다면 ‘기초’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오늘 아침 전 목사는 한 성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 성도는 방송, 헌금, 청소 등을 도맡아서 하는 충성스러운 일꾼이다. 바로 곧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이다. 학교 등교를 위해 늘 아침마다 깨워주다가 자립심을 위해 하루 모른 척한 것이 사건의 발달이다. 무뚝뚝해진 어린 아들의 표정이 하루 종일 전 목사의 마음에 남는다. 그 성도가 도와주지 않으면 당장 교회 행정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 목사는 항상 기쁘다. 언제나 응원해주는 아내와 아들이 옆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