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목사/ 지구촌교회

한국교회의 성장이 어느 때부터인가 정지, 또는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안타까운 보고다. 이와 함께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 이런저런 의견도 많다. 숭실대 한국기독교 문화연구소(소장 김영한)는 그 원인에 대해서 '목회철학의 빈곤'을 손꼽았다. 그리고 그의 근본적 대책으로 '하나님 중심의 목회로 돌아가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번 제 4회 전국 목회자 신학세미나는 지난 2월 26일부터 5일간 숭실대학교에서 '하나님 중심의 목회와 한국교회의 갱신'이란 주제로 열렸다.

 '하나님 중심의 목회'란 하나님이 목회의 중심에 계시고 목회자는 그 하나님의 사역에 보조한다는 뜻이며, '한국교회의 갱신'이란 목회자의 갱신, 교인들의 자기 갱신, 종교 왕국이 아닌 하나님의 왕국 지향, 세속 한 가운데 서있는 하나님의 집의 역할, 말씀과 성령의 충만 속에서 날마다 새롭게 되는 교회로의 지향을 뜻한다는 것이다. 본 세미나는 점차 높아져 가는 교육 수준에 부응하기 위한 목회자에게, 그리고 문화가 있는 교회, 사회의식이 있는 교회로의 발돋움을 갈구하는 성도들에게 유익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오늘의 목회와 신학은 심각할 정도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오늘의 목회는 소위 '교회 성장 신학'에 의해 고무된 맹렬한 활동주의(activism)에 지배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 오늘의 신학은 목회의 장과는 무관한 상아탑의 사변주의(Ivory towerism)에 몰두하고 있다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듯 싶다.

물론 신약성경은 목회와 신학을 양극화(兩極化)하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교회론을 다루는 목회서신의 하나인 사도 바울의 에베소서는 교회론의 근거인 '교회와 신학'을 먼저 논술하고(1-3장), 이어서 신학에 근거한 목회사역(4-6장)을 다루고 있다. 오늘의 교회가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는 목회를 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건강한 목회신학의 기초를 수립하는 것이 시대의 요청이다. 그리고 이런 목회신학은 지나간 시대의 모든 건강한 목회자들이 열망해 온 것처럼 '하나님 중심(theocentric)'의 목회신학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님 중심'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인간을 배제한다는 의미는 물론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성경의 하나님은 '인간을 위하시는 하나님(God for man)'이시고, '인간을 사랑하사 자신을 내어주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목회의 위기는 지나치게 '콘텍스트 중심(context-oriented)'이어서 '텍스트(text)'를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리쳐드 메이휴(Richard L. Mayhue)는 오늘의 목회와 신학이 하나님 중심에서 빗나가고 있는 징후들을 다음과 깉은 다섯가지 경향으로 요약하고 있다.2)

1. 성경의 하나님에 의한 계시성 보다도 인간 이성을 더 중시하는 경향.
2. 인간의 필요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God's definition)'보다도 인간에 의해 정의되는 인간의 필요에 대한 강조의 경향.
3.'영적 현실성(spiritual relevance)'보다도 '지상의 현실성(earthly relevance)'에 대한 지나친 강조의 경향.
4. 영원한 것에 대한 강조 보다도 삶의 순간적 측면에 대한 강조의 경향.
5. 성경의 보편적 원리보다도 '현대 문화(現代文化)'에 대한 지      나친 강조의 경향.

진실로 오늘의 개신교 목회는 어떻게 종교 개혁자들이 의도했던 하나님의 주권의 신학을 21세기 목회의 장에서 오늘을 위한 목회와 신학으로 리바이벌(revival)할 수 있느냐의 과제 앞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하나님 중심의 목회와 회복은 목회를 구성하는 목회의 핵심적 사역들에서의 기능이 하나님 중심으로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힐트너(S. Hiltner)가 말한 것처럼, 목회신학은 사실상 논리 중심의 신학이 아니고 보다 더 활동 중심 혹은 기능 중심의 신학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3)
 
오늘의 목회가 수행하는 대부분의 기능은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의 삼중사역 곧 '선포하시고 - 가르치시고 - 치유하시는 사역'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소고는 설교와 교육 그리고 목회 상담사역들에서의 기능이 하나님 중심으로 회복되기 위한 신학적 반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Ⅰ. 목회와 설교

최근 미국이나 한국교회 강단에 강해설교(expository preaching)가 바람직한 설교의 패턴으로 소개되고 강조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로 여겨진다. 이런 최근의 경향 이전만 해도 세계적 강단의 추세는 제목설교(topical preaching) 혹은 상황설교(life-situation preaching)이었다. 기독교 역사학자 데이비드 웰스(David F. Wells)는 이런 경향을 몰고 온 대표적인 설교가로 해리 에머슨 포스딕(Harry Emerson Fosdick)을 꼽고 있으며 그의 목회철학은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뜻(God's will)보다도 인간의 필요(man's need)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4)

그리고 이와 같은 포스딕의 영향은 유명한 빈센트 필(N. Vincent Peale)과 로버트 슐러(Robert Schuller) 등에 계승되었고 마케팅 전략에 근거한 현대적으로 가장 성공한 교회로 떠오른 윌로우 크릭(Willow Creek)교회의 빌 하이불(Bill Hybels)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5)

강해설교가 하나님 중심의 목회 회복의 한 대안일 수 있다고 주장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 대답을 강해설교와 제목설교의 대조에서 찾고자 한다. 첫째로, 강해설교와 제목설교의 분명한 차별성은 그 설교의 전제(presupposition)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강해설교가 "본문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에서 출발하고 있음에 비하여 제목설교는 "주제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강해설교가 텍스트의 배후에 있는 하나님의 뜻을 중시함에 반하여 제목설교는 컨텍스트의 배후에 존재하는 설교자의 현실 진단이 더 중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전망에서 우리는 강해설교라는 특수한 설교의 장르가 하나님 중심의 목회와 설교를 진흥(promote)시키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믿는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제목설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목강해설교6)(topical expository preaching)'가 제시되기도 하였다.

둘째로, 강해설교와 제목설교의 또 하나의 차별성은 이 두 설교의 목표가 지향하는 '필요'에 대한 접근방법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강해설교는 성실한 본문 석의(exegesis)에서부터 유추된 '하나님의 필요'에 집중함에 반하여, 제목설교는 '청중의 필요' 혹은 '사람의 필요'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 말은 결코 강해설교가 청중의 필요를 무시한다는 뜻도 아니고 또 반대로 모든 제목설교가 하나님의 필요를 외면한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강조점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사소해 보이는 강조점의 차이가 궁극적으로 설교의 질과 목회의 방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 차이는 결코 쉽게 간과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필요에서 출발하는 설교가 죄인의 회개와 하나님께 대한 믿음 등 회심(回心, conversion)의 근본적 요소들을 강조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거니와 인간의 필요에서 출발한 설교가 회심의 강조가 없는 인본주의적 감상에 빠질 우려는 충분히 있다고 보여진다.

셋째로, 강해설교와 제목설교의 또 하나의 설교학적 차별성은 강해설교가 "무엇을 설교하느냐?(preach what?)"에 가장 관심을 갖는 반면 제목설교는 "어떻게 설교하느냐?(preach how?)"에 가장 중요한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다. 상당한 기간동안 현대적 청중들에게 제목설교가 상당한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은 오늘날의 시대정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실용주의(pragmatism)에 세뇌된 현대의 아들들은 그들이 '들어야 할 것'을 듣기보다 '듣고 싶은 것을 들으려는' 자세에 이미 고착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정신을 반영하듯 오늘날 유행하는 설교 세미나에서는 전통적 설교 준비의 핵심인 강해(exposition)보다 전달(communication)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 그 대표적 실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목회가 하나님 중심의 목회가 되고 오늘의 설교가 하나님 중심의 설교가 되기 위해서는 설교의 '전달방법(know-how)'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전달내용(know-what)'에 보다 진지한 관심을 지불하는 설교의 회복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오늘의 설교신학의 과제는 시드니 그레다너스(Sidney Greidanus)가 지적한 것처럼 역사적 복음에 대한 구속사적 설교의 회복이다.7)  이 설교를 통해서만 오늘의 강단은 하나님 중심의 설교(theocentric preaching)를 부흥시키고 그리스도를 설교의 진정한 목표로 선포하게 될 것이다.

Ⅱ. 목회와 교육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본받기보다 세상을 변혁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다.  그러나 택한 자라도 미혹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세상의 매력이 때로 의식 혹은 무의식 속에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을 오히려 감동, 강화하는 역설을 본다.  이런 하나의 징후가 기독교 교육의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늘의 기독교 교육이 세속적인 행동과학(behavioral science)을 거의 무비판하게 수용하는 사례가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신학과 세속적 행동과학의 통합(integration)을 주장하는 이들은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다(all truth is God's truth)"라는 일반계시(general revelation)의 전제 위에 이 작업을 수행하고자 한다.  그러나 자연안에 의해 주장되는 소위 진리가 반드시 하나님의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을 무시할 때 기독교 교육의 세속화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일 수가 있다.

지난 20세기 전반의 기독교 교육의 문서들이 대부분 잔 피아제(Jean Piaget), 로렌스 콜버그(Lawrence Kohlberg), 제임스 화울러(James Fowler)등의 이론들을 기독교 교육의 방법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은 확고한 하나의 추세가 되어 있다.8)

그러나 기독교 교육학자 다니엘 스티븐스(Daniel C. Stevens)의 경고처럼 이런 '구조주의적 접근 방법(the Structualist approach)'이 얼만큼 정확한 성경 주경에 근거한 기독교적 이상을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9)

오늘의 기독교 교육의 최대의 위기는 회심(回心)을 간과하고 있는 데서 찾아 볼 수가 있다. 존 웨스터호프(John Westerhoff)는 "기독교 신앙은 본질상 회심을 요청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전인적으로 그리스도인 되게 교육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10) 웨스터호프에게 있어서 "회심은 교육에 의하여 주어진 믿음에서 소유되는 믿음에로의 급진적인 돌이킴을 뜻하는 것이다." 11)

다시 말하면 우리는 기독교 교육만으로 죄인이 그리스도인이 되고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다운 그리스도인에로의 성숙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기독교 교육 대상자들에 대한 회심의 첨예한 관심을 상실한 기독교 교육은 회심의 체험없이 율법의 규범에 충성하는 바리새인의 양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능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수께서 교회에 위임한 지상명령도 분명히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20)는 교육적 명령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 이 명령의 근거는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침례)를 주는"(마 28:19) 회심의 결실을 전제로 한 것이다. 

다니엘 엘샤이어는 기독교 교육 사역의 목표를 다음 세가지로 적절하게 요약한다.12)  첫째,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와의 바른 관계를 갖도록 돕는 것이고 둘째, 회심자로 하여금 성숙한 제자가 되도록 돕는 것이고 셋째, 오늘의 제자들이 다시 주의 사역을 재생산하도록 무장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목회에서의 교육 사역에 있어서 위에 언급한 교육의 세 가지 목표에 의해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체의 교육행위는 '기독교적'이라고 명명될 가치가 없다고 본다.

다시 한번 우리들의 목회가 하나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기독교 교육의 진정한 원천인 말씀의 신학 위에 서야 한다.  스티븐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13)

"성경의 정확한 해석에 근거한 신학이야 말로 기독교 사상의 가장 가치있는 도움이며 기독교 교육의 내용을 형성한다.  물론 신학 그 자체도 궁극적인 것은 아니며 따라서 행동과학의 연구와 이론과의 대화를 통한 도움은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의논의 여지없이 우리는 행동과학에서 많은 가치있는 내용과 창조적 사고를 격려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과학이 기독교 교육의 유일한 패턴이 되도록 허용되어서는 안되겠다.…기독교 교육의 진정한 성서적 기초형성은 결국 믿음, 소망, 사랑의 근원인 진리에 근거하고 있어야 한다." 

일찍이 케네스 갱글(Kenneth O. Gangel)이 기독교 교육의 성서적 철학의 기초로 제시한 열가지 방향은 오늘의 기독교 교육 신학이 하나님 중심으로 틀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전거라고 할 수 있다.14)

1. 기독교 교육의 형이상학(metaphysics)은 '하나님 중심'이어야 한다.
2. 기독교 교육을 위한 인식론(epistemology)은 '계시중심'이어야 한다.
3. 기독교 교육의 인간론(anthropology)은 '이미지 중심'(image-centered)이어야 한다.
4. 기독교 교육의 가치론(axiology)은 '영원 지향적'이어야 한다. 
5. 기독교 교육의 목표는 '그리스도 중심'이어야 한다.
6. 기독교 교육의 커리큘럼은 '성서 중심'이어야 한다.
7. 기독교 교육의 방법론은 '상호작용 지향적(Interaction-centered)'이어야 한다.
8. 기독교 교육의 훈련은 '사랑 중심'이어야 한다.
9. 기독교 교육을 위한 교사는 '성령 중심'이어야 한다.
10. 기독교 교육의 평가는 '성장  중심'이어야 한다.

오늘의 교회가 이렇게 주께서 우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교육을 시행할 때 오늘의 목회는 하나님 중심의 목회를 향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목회와 상담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의 삼중사역인 선포하시고, 가르치시고, 치유하시는 사역 가운데 오늘의 목회에서 아마 가장 늦게 적용된 분야가 치유사역일 듯하다.  바울 사도는 그리스도의 삼중사역에 근거하여 "우리가 그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라"(골 1:28)고 자신의 사역 방법과 목표를 제시한다. 여기서 그리스도의 치유하심을 바울 사도는 권고하심(admonishing)으로 대치하고 있다.  바울은 그리스도의 치유사역을 단순히 신체적 영역만이 아닌 정신적 영역까지 확대하여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회의 현대적 발달과 응용은 치유사역을 자연스럽게 목회상담 사역(Pastoral care and counselling)으로 정착시키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담사역이 얼마 만큼 실제로 오늘의 교회원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통계나 평가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오늘의 상담사역에서 죄인들로 하여금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도록 촉구하는 회심의 강조점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경향을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오늘의 목회상담 사역이 상당한 부분에서 소위 자아숭배(self-worship)를 이상화하고 있는 종교화의 특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인본주의적 심리학의 영향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 심리학자 폴 비츠15)(Paul C. Vitz)는 이런 경향에 기여해 온 대표적인 심리학자들로 칼 융(Carl Jung), 에릭 프롬(Erich Fromn), 칼 로저스(Carl Rogers), 아브라함 마슬로우(Abraham Maslow), 그리고 롤로 메이(Rollo May) 등을 들고 있다. 사실상 오늘날의 목회상담에서는 가장 큰 흐름이 칼 로저스(Carl Rogers)의 내담자 중심이론(client-centered theory) 혹은 비지시적 상담(non-directive counselling)의 영향을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제이 아담스(Jay E. Adams)가 이미 지적한 것처럼 이런 비지시적 상담체계는 자유주의적이고도 인본주의적인 전제 곧 인간의 죄성을 부인하는 세속적 휴머니즘에 뿌리를 둔 것이다.

로저리언(Rogerian) 카운셀링의 이론대로 인간은 심리적으로 독립적인 개인의 윤리를 가져야 하며 따라서 상담은 결국 내담자의 질문에 대한 반응의 체계라는 주장을 수용한다면, 우리는 인간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따라서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무서운 반기독교적 전제를 동의한 셈이 되고 만다.

그러나 예수께서 니고데모와 상담하실 때 충분한 공감대(rapport) 의 형성없이 "당신은 거듭니야 한다"고 지적하신 것이나, 사마리아 땅의 여인과의 대화에서 대화의 맥을 깨고 "네 남편을 불러오라"고 직면하신 것은 분명히 상식적인 내담자 중심의 비지시적 상담의 케이스는 아니었다.16)

결국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회심의 도전과 직면이 없는 상담이 불신자와 신자에게 함께 얼마나 궁극적으로 유익할 수 있느냐는 궁극적인 물음을 이 시점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이 아담스의 소위 오늘의 목회상담에 대한 경고와 분석은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믿는다.17)

 "오늘날의 많은 상담이 전도의 이슈를 회피하면서도 기독교적 상담으로 불리워지기를 원한다. 어떤 이는 상담이 전도를 동반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 이유는 상담자가 자신의 표준이나 가치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도자체가 새로운 표준과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가. 복음 전도는 결국 인간을 복음에 직면시켜 회개하고 믿게 하는 것이다.…그러므로 내담자가 추구하는 궁극은 하나님 자신의 표준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앞으로의 상담사역이 참으로 하나님 중심의 목회신학에 근거한 것이 되기 위해서 미네스, 마이어와 위첸(Minirth, Meier and Wichern)이 제시한 기독교 상담의 독특성이 유지되고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18)

1. 기독교 상담은 성서를 권위의 궁극적 표준으로 수용해야 한다.
2. 기독교 상담은 자신의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할 인간의 의지를 강조할 뿐 아니라, 인간의 문제를 극복하도록 도우시는 성령의 내주하시는 능력을 강조해야만 한다.
3. 기독교 상담은 인간의 성품이 이기적이고 반신적 경향이 있음을 수용할 뿐 아니라, 이런 죄성을 정복하고 승리를 주시는 성령님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4. 기독교 상담은 십자가를 통하여 내담자의 과거를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용서를 강조해야 한다.
5. 기독교 상담은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해야 한다.
6. 기독교 상담은 인간의 신체적이고 심리적이고 영적인 전인성을 강조해야 한다.

이런 전제가 보존되고 적용되는 상담만이 인간의 실패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치유와 승리를 선포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결론

우리는 목회사역에 있어서의 근본적으로 영원한 것과 일시적인 것,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을 나누는 이원론적 사고를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양자 사이의 긴장(tension)을 이해하고 목회의 결정 요인을 '하나님의 주권(Sovereignty of God)'에서 찾는 것을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시간(時間)과 문화(文化)는 가변적(可變的)이지만, 하나님의 '속성'(attributes)과 '계시'(revelation)는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회의 불변하는 요인들(unchanging elements)이 가변적 상황을 지배할 때에만 우리의 목회는 하나님 중심일 수 있고 목회신학은 비로소 하나님 중심의 목회신학일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소고에서 논의된 현대 목회의 기능들이 하나님 중심으로 회복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오늘의 설교자들의 설교는 본문 석의에 성실한 강해설교에 치중하여 오늘의 목회가 주님의 케리그마(kerigma) 구현의 장이 되어야 한다.
2. 오늘의 교회 교육의 목표가 단순한 '인간됨의 실현'이 아닌 회심에 의한 그리스도인됨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인간됨을 지향함에 있도록 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본래 의도하신 디다케(didache)가 삶 가운데 구현되어야 한다.

3. 오늘의 목회 돌봄과 상담사역이 단순한 인간 수용이 아닌 인간 변화를 성취하여 목회가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는 디아코니아(diakonia)의 장이 되게 해야 한다.

하나님의 목적을 떠난 신학이나 교회는 결국 하나님 나라에 기여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면 오늘의 목회는 하나님 중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오늘의 목회신학은 하나의 신학으로서 성경에 의하여 증언되고 전통을 통하여 중보되고 개인적 사회적 경험을 통하여 구현된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대하여 이 시대에 적합하면서도 여전히 성경 계시에 성실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19)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4월호)

주(註)----------

1) 요한복음 3:16, 갈라디아서 2:20
2) Richard L. Mayhue, "Rediscovering Pastoral Ministry", in: rediscovering   Pastoral Ministry, ad. by John MacArthur, Jr. (Dallas: Word Publishing House, 1995), 17.
3) 시워드 힐트너, 목회신학원론(대한기독교서회, 1968), 21.
4) Richard L. Mayhue, 8.
5) Ibid.
6) Dallas신학교에서 설교학을 강의하다가 지금은 Talbot신학교에서 교수하는 Donald Sunukjian 교수에 의해 이 설교의 장르가 소개되었다.
7) 정성구, 실천신학개론(총신대학 출판부, 1980), 126.
8) Daniel C. Stevens, "The Theology of Christian Education", in Foundations of Ministry (Wheaton, Illinois: Bridgepoint Book, 1992), 31.
9) Ibid.
10) Bruce P. Powers, ed., Christian Education Handbook (Nashville, TN:     Broadman Press, 1981), 35.
11) Ibid.
12) Ibid.
13) Daniel C. Stevens. 33-34.
14) Kenneth O. Gangel, Building Leaders For Church Education (Chicago: Moody Press, 1981), 31-40.
15) Paul C. Vitz, Psychology as Religion (Grand Rapids, MI:William B. Eerdman Pub., Co., 1977) 심리학이 가진 비성서적 전제를 경계가고 자아숭배의 우상성을 분석해서 보여준 역작이다.
16) 요한복음 3:1-15; 4:1-42.
17) Jay E. Adams, Competent to Counsel (netely, NJ: Presbyterian and Reformed Peblishing Co., 1970), 68-69.
18) Frank B. Minirth, Paul D. Meier, and Frank B. Wichern, Introduction to  Psychology and Counselling (Grand Rapids: Baker Book House, 1982), 85.
19) 토마스 C. 오덴, 목회신학 (대한예수교장로회 출판국, 1987), 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