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과 감염 방지를 위해 종교시설의 대면활동을 금지한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7월 18일 오후 2시 대법원은 광주 안디옥교회가 광주광역시를 상대로 제기한 집합금지 가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모든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10명의 법관이 종교자유 침해 아니라는 의견에 동의하여 내린 이번 판결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종교 집합에 대한 금지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이어서 종교자유와 집회 결사 자유에 대한 헌법과 상충될 여지가 있어 상당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당시 정부가 감염확산 방지 차원에서 종교시절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광주 안디옥교회가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여섯 차례 대면예배를 강행, 인다옥교회 박영우 목사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교회와 박영우 목사는 “집합금지 명령이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 등을 위반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 처분의 취소를 청구했었다.
 

1심에서는 소송 당시 이미 집합금지 처분이 소멸했기 때문에 원고들의 소송에 따른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광주광역시의 집합금지 처분이 재량권의 일탈, 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모두 광주광역시의 손을 들어줬다.
 

박 목사가 이에 불복 결국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 판단도 재판관 10인의 다수 의견을 통해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이 사건 처분(집합금지)은 밀폐, 밀집된 상황에서 비말에 의한 전파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해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한 조치로 예배라는 집합 자체의 금지를 선택한 것은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효,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았다.
 

즉 종교집회를 막기 위한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집회를 임시적으로 막은 것이기 때문에 종교자유 침해가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당시 광주광역시에는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와 수요일 주일 예배를 제외한 소모임, 단체식사 등의 활동을 금지하는 추가적인 집합 제한 조치가 시행 중이었는데도, 특정교회에서 30명의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아울러 ‘실시간 감염재생산지수’가 이 사건 처분을 전후한 18일간 1을 초과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집합 금지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일부 개인들의 법익 보호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공동체 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집합 금지로 인한 종교의 자유 제한 효과가 일시적이고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점, 질병과 관련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데 팬데믹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원고(교회)들의 종교의 자유가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을 한 김선수, 이동원, 김상한 대법관은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들은 “인원 제한, 거리두기 등 대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곧바로 예배를 전면으로 금지하는 사건 처분으로 나아간 것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식당이나 결혼식장 등에 대해 기존 조치는 유지하면서도 종교시설 전체에 대한 집합금지를 명한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시설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 안디옥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선택한 행정청의 전문적인 위험예측에 관한 판단에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 위반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교계는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종교시설에 대한 집회를 금지할 수 있지만 타 시설과 비교해서 엄격한 제한을 한 것에 대해서는 형평성에서 차별을 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를 계기로 종교자유에 대한 위헌적인 요소도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모두(13명)가 참여해 선고하는 재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