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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목사의 자전거 세상(2)
2024년 05월 27일 (월) 09:44:45 이현진 목사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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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목사(살렘교회 담임)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 행복은 그때그때 다르다. 초보 때 느끼는 행복과 깊이 물들어 갈 때의 행복이 다르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길과 멋진 풍경에 마냥 행복한데, 점차 라이딩하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예상치 못한 데서 행복을 느낀다. 이제껏 자전거를 타면서 “아! 좋다.”하고 마음 깊이 탄성을 지른 것이 하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다. 물론 자전거에서 오르막은 고생이요 고통이다. 이와 반대로 내리막은 엄청난 희열을 준다. 오죽하면 ‘내리가즘’(?)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오르막은 수십 수백 미터에서 수십 킬로미터까지 다양하게 펼쳐지기도 하는데, 오르막이 클수록 고통도 크다. 그런데 왜 오르막에서 희열을 느낄까? 조화의 희열이다. 그 힘든 오르막을 오를 때는 아무런 소음이 없다. 그저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체인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거친 숨소리만 들린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나는 여기에서 자전거의 성능과 조화에 놀라움을 느꼈다.
 

어떻게 이 간단해 보이는 기계가 이렇게 부드럽게 작동할까? 평지라면 몰라도 이렇게 높은 고각(高角)의 오르막을 오르는데 단 하나의 잡음도 나지 않는 것일까? 이게 너무 좋은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신학적인 생각이 발동했다.
 

아, 이 자전거를 교회라고 생각해 보자. 혹은 ‘나’라고 여겨보자. 교회도 이런 오르막 고생길에 이렇게 소음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성령님이 교회에 임재하시고 교회를 운영하실 때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체인 돌아가는 소리와 성령님의 바람 소리만 들린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
 

자전거의 소음은 다양하게 발생한다. 한번은 MTB(산악용 자전거)를 탈 때인데 MTB 바퀴는 두껍고 바퀴 표면이 울퉁불퉁해 ‘깍두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새 타이어로 바꾸고 타는 데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소음이 나는 거다. 이것저것 다 살펴보아도 도무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새 타이어의 털(?)들이 바퀴 구를 때 바람에 부딪쳐 내는 소음이었다.
 

이렇게 자전거의 소음은 각양각색이고 그 원인을 알아내기도 쉽지 않다. 구동계나 핸들, 심지어는 안장이나 머리에 쓴 헬멧에서도 온갖 잡 소음이 난다. 아마도 자전거 소음의 원인은 수백 가지가 될 것이다. 그중에도 대표적인 소음 하나가 있다. 체인에서 나는 소음이다. 체인에 기름이 말랐을 때는 날카로운 소음이 발생한다. 체인이 늘어난 경우에도 소음이 일어난다. 자전거 체인은 자전거 부품 중에서도 가장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이다. 그만큼 데미지가 크다. 보통은 3천km 정도 타면 늘어나서 교체해야 한다. 만약 체인이 늘어났는데도 그냥 두면 소음이 발생한다. 게다가 연결된 부품들을 망가뜨린다. 망가진 것은 다시 주변까지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교회에서 나는 소음 중에 가장 보편적인 것이 있다. 일 잘하고 많이 하는 사람에게서 나는 소음이다. 주님의 일을 전면에 나서서 쉼 없이 일하는 사람은 이내 탈진할 수 있는데, 그가 탈진한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감사한 말, 겸손한 말이 나오면 아직 괜찮은 것이다. 감사로 일하던 사람의 입에서 불평하는 소음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기름이 말랐거나 늘어난 체인 같이 된 것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불평과 원망은 교회를 어지럽힌다. 자신만 아니라 주변까지 갉아먹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교회 위에 운행하시는 성령님이 근심하신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의 성령을 근심하게 하지 말라 그 안에서 너희가 구원의 날까지 인 치심을 받았느니라. (엡 4:30)
 

이 구절 앞에 ‘우리가 서로 지체가 되었다’는 말씀이 나온다. 교회의 지체들은 자전거의 부품들이 맞물려 있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누군가의 불평과 원망과 비방이라는 소음이 서로 맞물리는 것이다. 소음은 교회가 오르막을 오르는 것 같은 수고와 헌신의 여정에서 발생할 확률이 크다. 그런데 모두가 고생하고 수고하고 헌신하는 오르막 같은 사역의 현장에서, 잘 정비된 자전거와 같이 ‘사부작 사부작’ 전진한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을까? 성령 하나님이 교회 위에 운행하시면서 정말 기뻐하실 것이다.
 

자전거의 소음은 정비소에 가면 고칠 수 있다. 자전거는 정비 기술자를 잘 만나야 한다. 그리고 수시로 정비를 받아야 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감사하게도 우리가 상한 심령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아갈 때 성령님은 수시로 지친 자를 위로하시고 기름을 바르셔서 우리를 고쳐 주신다.   

 
 
   
이현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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