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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 / 비현실에 현실적으로 반응하라?
2009년 08월 26일 (수) 07:46:15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제목이 <불신지옥>이다. 분명 모 아니면 도다. 지극히 기독교적이거나, 반기독교적이거나. 감독은 개봉 전부터 영화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독교 담론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기독교인은 ‘사이비 신자’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들은 기독교 광신도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영화는 결말 부분에서 어느 정도 기독교의 편에 섰다고 평론했다. 덧붙여 한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수작이라고 입을 열었다. 앞의 것들로 대충 짐작해 보면 영화 내용이 기독교에 대한 좋은 시선은 아닌 듯하다. 과연 영화의 내용이 어떠하길래 기독교의 반응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대응하는가?

<불신지옥>은 접신과 빙의를 하는, 소위 귀신들린 소녀를 둔 가족 이야기다. 도시에서 혼자 사는 희진(남상미)은 동생 소진(심은경)이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지방 소도시에 있는 고향집에 내려온 희진은 동생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엄마(김보연)는 도무지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기도만 하고 있을 뿐이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형사 태환(류승룡)은 단순 가출이라며 신경도 안 쓴다. 그런 와중에 희진의 눈앞에서 윗집 여자가 목메어 자살하고, 그녀의 유언장에는 소진에게 미안하다는 글이 적혀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경비원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줌마, 그리고 옆집에 사는 사람까지 소진은 ‘귀신들린 아이’라고 증언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형사 태환과 희진이 소진을 찾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비밀을 줄거리로 다루고 있다. 장르가 공포영화인지라 초반에는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공식을 차용하면서 관객을 옥죄어온다. <불신지옥>에는 귀신의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귀신들린 소녀가 나오고, 그 주변인들이 겪는 환상이나 착각 등을 이용해 공포를 키운다. 영화 전반부의 공포적인 요소만 드러낸다면 영화는 전형적인 스릴러에 더 가깝다.

   


<불신지옥>은 공포스릴러라는 장르 영화로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소진을 둘러싼 이들의 비밀이 한 겹 한 겹 벗겨질 때마다 영화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면서 재미를 더해 간다. 공포적인 요소 또한 일반적인 공포영화의 공식을 따르기 보다는 빠져드는 이야기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결론이 원한이나 복수 등을 이유로 이승을 떠다니는 원혼의 이야기가 아닌 점 또한 공포영화 중에서는 신선한 부분이다. 신인감독의 작품에다 유명 배우가 등장하지 않지만, 감독의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는 수준급이다. 주연배우 남상미의 연기는 비록 신인 티가 군데군데 보이지만, 형사 태환을 연기한 류승룡과 소진 역의 심은경의 연기는 가히 일품이다. 옆집 여자 역의 장영남과 엄마 김보연은 그들의 경력에 걸맞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불신지옥>은 장르적으로는 잘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 주제는 ‘지나친 믿음으로 인해 무너지는 인간의 삶’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광적인 기독교 신앙과 그릇된 무속신앙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세운다는 주제에 접근하면서부터는 영화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설정의 모순 때문이다. 우선 이들의 신앙 형태를 비정상적이고 광적으로 묘사하기 전에, 우선 그 원인을 제공하는 소진의 능력이 어떠한가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실제로 소진은 빙의와 접신을 밥 먹듯이 한다. 그리고 예언을 하면 딱딱 들어맞는다. 성경적으로 보면 거의 구약의 ‘선지자급’으로 예언을 하고, ‘메시야급’의 치유기적을 일으킨다.

이러한 존재를 눈앞에 두고 어떤 종교를 믿든 냉정한 신앙생활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무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소진에게 부적을 받으려고 안달이 나고, 기독교 신앙을 지닌 엄마는 성령이 온 것이라 믿는 현상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영화 속에서 소진의 능력은 그럴만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인공 희진의 몸 안에까지 빙의가 일어나면서 시종일관 이성적이던 형사 태환조차도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영화는 접신과 빙의를 철저하게 기정사실화 하면서 그것에 반응하는 광적인 신앙형태를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우선 무리가 있다.

   


여기서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교통사고가 나서 죽을 뻔한 딸이 다시 살아났고, 그 이후 사람들의 미래를 예언하고, 화상을 치료해 주는 등 치유사역을 펼쳤다. 사탄에 지배당했거나 성령에 충만한 것, 둘 중 하나다. 그런데 딸이 누구를 해치거나 죽이지 않는다. 그러한 딸의 행동을 본 엄마는 딸이 성령 받았다고 믿기 시작한다. 보통 사이비단체에서 행해지는 이러한 예언이 엉터리요, 사역은 거짓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만큼은 소진의 행동은 실제로 존재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그런데다 그녀의 행동에 악행이 전혀 없으니 이쯤 되면 메시야 아니겠는가. 그러다 주변 인물들에 의해서 죽음을 당한 것을 발견하고는 딸이 다시 부활할 것을 믿고 시체를 아파트 옥상에 고이 모셔둔다. 엄마의 행동이 지나친 면이 있지만 딱히 이해 못할 부분은 없다.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인 흐름에서 엄마의 믿음은 지나치다는 뉘앙스를 계속해서 풍긴다. 엄마가 보이는 신앙의 형태는 뉴스에서 가끔 나오는 죽은 교주를 모셔두고 부활을 기다리는 전형적인 사이비종교의 모습이다. 딸의 병과 행방불명에 치료나 수사를 하지 않고 오로지 기도만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이비종교의 전형이다. 만약에 이런 엄마의 신앙형태가 영화 <밀양>같은 사실적인 영화에 등장했다면 사이비종교의 잘못된 모습이라 단정지어도 틀림이 없다. 하지만 <불신지옥>에서는 실제로 믿지 못할 기적이 눈앞에서 벌어졌으니 상황이 좀 다르다.

   


이러한 설정의 모순에도 불구하고 무속신앙과 지나친 기독교신앙에 대한 공평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면 그나마 이해하겠지만, <불신지옥>은 명확하게 기독교의 반대편에 서 있다. 접신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무속신앙의 편에 서 버린 영화는 자연스럽게 기독교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광적인 기독교 신앙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러한 사실은 여러 사이비 종교단체가 선보이는 일련의 소동에서도 명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무속신앙의 편에 서서 초현실적인 현상을 보이고서는 ‘너는 왜 현실적인 기독교적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있느냐?’고 묻는 것은, 참으로 비겁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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