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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의 ‘아빠’ 사건
2009년 08월 10일 (월) 06:26:03 정윤석 기자 unique44@naver.com

 
결혼을 참 늦게 했습니다. 39살에 했으니까요. 40세에 아이를 봤습니다. 참으로 행복합니다. 그런데 아이 키우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더군요. 가끔씩 아내와 스케줄을 맞추다 보면 제가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를 5시간을 보는 것보다 회사 일로 야근을 하는 게 더 쉽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의 활동에 맞춰서 놀아주고 말해주다보면 어느새 녹초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인모드로 전환됩니다. 그러면서 출산 후 여성들이 왜 우울증에 시달리는지, 그리고 여성들이 왜 화병이 생기는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사회 생활을 통해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정체성과 더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아이를 보고 있으면 속에서 점점 울분이 생깁니다. 뜨거운 게 치밀어 오릅니다.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열정이 아닙니다. 화병입니다. 때로 사회인으로서의 나와 가정에서의 나의 정체성에 대한 괴리감 때문에 힘들어 집니다. 우울증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날은 아내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머리가 헝클어진채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아이는 옆에서 울고 있었구요. 참으로 힘들어서 아이를 못 보겠다고 말했고 다음부터는 아이 보는 일을 최대한 줄여 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대화한 다음날 저희 아파트 근처를 지나가는데 1층에 영아전문 어린이집이 있는 겁니다. 어린이집에 맡겨진 몇몇 아이들이 베란다 쇠창살(?)을 붙들고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지나가는 저를 보고 ‘아빠’, ‘아빠’하고 외쳤습니다. 남자인 제가 ‘아빠’로 보였나 봅니다. 그 아이의 외침에 가슴 한켠이 뻐근해 왔습니다. 저 녀석···. 아빠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겁니다.

어린이 집 사건을 본 이후로 아이를 조금 더 성의껏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남들이 쉽게 누리지 못하는 복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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