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기업열전>(에쎄)이라는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 부재로 ‘국내 최강 기업의 라이벌전 그리고 비하인드스토리’라고 적혀있다. 홍보용 띠표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안철수 교수 추천! “이 책에서 기업가정신을 배워라”
대한민국 52개 선두 기업의 ‘이기는 습관’ 총망라

얼핏 보면 기업인의 경영노하우를 소개하는 경제전문서적 같아 보이지만, 실제 책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소제목처럼 라이벌 기업의 역사와 뒷얘기만 가득하다. 띠표지의 문장은 다분히 몇 해전 <이기는 습관>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조금이나마 이용해 보려는 홍보적 꼼수일 뿐이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경제팀장인 정혁준 기자가 쓴 <맞수기업열전>은 경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적고, 관심조차 없는 이들이 읽어도 꽤 재미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반도체 싸움, 네이버와 다음의 인터넷 포털 경쟁, 놀이공원의 양대산맥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여성내의에 목숨 건 비너스와 비비안, 할인마트와 백화점의 대결 신세계와 롯데쇼핑, 라면의 자존심 농심과 삼양, 편의점의 쌍두마차 훼미리마트와 GS25, 심지어 소녀시대의 소속사 이수만의 SM과 원더걸스의 소속사 박진영의 JYP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기업들의 대표상품들만 소개하고 있어 무척이나 쉽고 재미있다.

기업들의 뒷얘기도 재미있지만 몰랐던 소소한 상식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를 들면 훼미리마트와 GS25 편을 읽다 보면 편의점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편의점이 가장 잘되는 곳은 병원이다. 편의점 하루 최고 매출을 기록한 매장은 FC서울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친선경기가 열렸던 날 서울월드컵경기장 내의 GS25가 세웠는데, 하루 매출이 2억5천만원이었다. 그럼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담배다. 그 뒤를 바나나맛우유와 캔커피, 삼각김밥이 잇는다. 개성공단에도 훼미리마트가 들어가 있다.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팩소주. 공단 안에는 주점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노동자들은 아이스크림을 가장 즐겨 먹는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이런 책을 써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수교회열전>!
압구정동의 패권을 다툰다! 소망교회와 광림교회, 서울 한복판을 사수하라! 영락교회와 명동성당, 내가 원조다! 새문안교회와 정동제일교회, 장로교신학의 자웅! 장신대와 총신대 등등.

내친김에 <맞수교회열전>의 속편으로는 이런 책도 재미있겠다. 아니 이 책이 제일 재미있겠다.
<맞수(자칭)메시아열전>!! 구체적인 리스트 언급은…… P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