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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도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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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신학생 시절 저의 책장에는 늘 <복음과상황>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매달 애독하며 복음적으로 사회를 조망하려고 노력했던 때입니다. 이 월간지에서 읽은 글 중에서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주제가 대략 ‘기독교문학이란 무엇인가’였는데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당시 이 주제에 대해 기고자는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기독교인이 저술했다고 기독교문학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 정신이 담긴 책이 기독교문학이라는 것입니다.
기독교 장로가 글을 썼다고 기독교 문학이 아니라는 겁니다. 목사님이 썼어도 기독교 문학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순수한 인본주의자가 글을 써도 기독교 문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기독교와 비기독교문학의 경계를 모호하게 할 만한 이 정의가 당시 보수적인 합동측에서 신앙생활을 해온 저를 당혹스럽게 했지만 참된 기독교됨에 대해 생각할 여백을 가슴에 남겼습니다.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의 빨갱이 수준으로 보시는 경상도 분인 저희 어머니와 대화를 하게 됐습니다. “참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대통령이 세상을 그렇게 떠나다니 해도 너무한다.”
“어머니, 정말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 몬 건 누군데요?” “그래도 그렇지···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버리고 가는 것은 자격이 없는 거 아니야?” 이렇게 되면 어머니와 저의 대화는 점점 격앙됩니다. 이렇게 얘기하다가 서로 언성을 높일 때도 있습니다. 이내 누구러들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어머니도 저도 벽을 대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기독교 장로가 정치한다고 기독교적 정치가 되는 게 아닙니다. 그 누구보다 포용력 없고, 배타적이고, 정적에 대해 보복하는 정치는 기독교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의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 세속화된 정치 노선을 펼치게 되는 겁니다.
비기독교인이 정치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비기독교적인 정치가 되는 게 아닙니다. 정도를 걷는 비기독교인의 정치가 어떤 면에서 성경적 가치에 근접한 것일 수 있습니다. 요즘 저는 1990년대 초반에 읽었던 기독교 문학에 대한 정의가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바보로 일컬어지는 한 사람이 갔습니다. 2002년도에 한 표를 행사하고 새벽기도 때 그가 당선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고, 친구들에게 저녁을 사며 전화를 하며 그 바보를 찍어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했었던지라 그의 죽음이 아쉽고 애석하기만 합니다. 참으로 아까운 한 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시 이토록 지조 있고 소신있는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지, 그러면서도 참으로 서민적이고 옆집 아저씨처럼 친숙한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지 착잡하기만 합니다.
그의 마지막 말이 서럽게 귓가에 남습니다. “담배 있나?” 마지막으로 흰 연기를 뿜어내며 세상과 고별하려 했지만 채우지 못했던 그의 작은 소망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그는 영락없는 보통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느 대통령 같지 않게 그리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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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4.25 목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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