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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보존학회의 大 도전
"한국개역 성경은 사단이 변개한 것, 한글킹제임스 성경만이 진품"
1995년 02월 01일 (수) 00:00:00 장운철 기자 kofkings@amennews.com

최근, 한글개역성경을 '사단의 변개한 것'이라고까지 주장하는 단체가 있어, 교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한글개역성경뿐 아니라 기존에 새로 번역된 10여 종의 한글 번역 성경도 모두 사단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영어 성경 또한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 잘 알려진 영어 성경으로는 NIV, NASB 등 10여 종에 이르는데, 이들도 한글개역성경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에 의해 NIV 성경은 '배교의 결정판'이라고까지 혹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단체는 어떤 곳인가? 그들은 누구이며 목적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기존의 성경, 특히 한글개역성경은 '사단의 성경'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것은 그 동안 이 성경으로 신앙생활을 해 온 한국교회 성도들의 신앙의 기초를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교계의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건의 진원지는 바로 말씀보전학회(대표 이송오)라는 단체이다. 말씀보존학회(이하 말보회)는 자체 출간물인 '한글킹제임스성경'만이 유일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기존 한국교회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글개역성경은 사단에 의해서 조작된 유사품이라는 것이다.

 말보회측은 이러한 주장을 자신들의 홍보지인 '성경대로 믿는 사람들'이라는 월간지와 몇 종의 단행본에 담아 기독교 서점을 통해 지난 92년부터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PC통신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출간물의 홍보와 함께 한글개역성경의 무용론을 계속 주장해 왔다(월간 <교회와신앙> 95년 1월호 참조).

 무가지(無價紙)로 뿌리기 시작한 월간 홍보지를 통해, 이들은 성경을 새롭게 번역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독지가의 재정적 후원을 호소했다. 그리고 이 뜻에 동참한 청년들을 중심으로 말씀보존학회는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나아가 이송오 목사는 미국의 펜시콜라신학교(학장 피터 락크만)의 체제를 직수입, 이 단체의 신학적, 교리적 입장을 굳혔다. 말보회측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에 대해 월간 홍보지인 '성경대로 믿는 사람들' 창간호를 통해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제 주님 오실 날까지 우리가 해야할 일은 참된 하나님의 말씀의 정착과 바른 신학의 정립이다. 전반적으로 초등학교 3학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이 나라 교회들의 성경지식이 이 학회지를 통하여 계속 성장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이러한 말보회측의 입장은 기존의 교회를 향한 일종의 선전포고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공격적 자세는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퇴색한 신학과 변질된 복음 그리고 자의적으로 한 강론을 보고 들으면서 이 나라에 신학과 교리의 교통 정리가 필요함을 절감하게 되었다."(같은 책 p.1)
 "교회들은 많은데 교회는 없다. 찬양과 경배는 강조하면서 정작 복음은 없다. 복음 비슷한 것은 있는데 양육이 없다. 50년 된 성도도 늙은 어린아이 상태로 머물러 있다. 그 와중에 이색 종파들이 표면에 나와 횡횡하므로 혼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같은 책 p.1)

 대부분의 사이비 이단 집단들이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기 전에 이와 같이 기성교회를 향해 극단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을 볼 때, 이들의 활동이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자신들의 성경인 한글킹제임스성경을 홍보하려는 것 이외에 주도면밀한 이면이 있어 보인다. 그것은 또 하나의 교리적 아성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말보회측의 행동은 성경 번역을 볼모로, 결국 반 기성교회화를 주장, '유사집단'을 형성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낳게 한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자료는 말보회측의 홍보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나라는 130여 년 동안 올바른 하나님의 말씀이 없이 지내왔기에 사단의 무법천기가 될 수 있었다. 지난 130년 동안에 이 나라에는 성도의 영적 깊이를 깨닫게 해 주는 단 한 권의 책도 쓴 사람이 없다. 이는 하나님의 말씀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30년 동안 이 나라를 영적으로 부흥시킨 부흥사도 단 한 사람 나온 적이 없다."(같은 책 3호 p.2)

 더 나아가 말보회측은, 자신들은 항상 이단이라고 혹평을 받아왔다며 이단과 이단세력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다.

 "하나님의 진리를 수호하는 이들을 가짜 교회들은 늘 이단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성경대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성경대로 믿는 사람들을 이단이라고 부른다. 가톨릭성경(개역성경)을 쓰는 사람들이 전통원문에서 번역한 새성경을 쓰는 사람들을 이단이라고 한다."(같은 책 11호 p.2)

 기자는 이 문제의 심층 취재를 위해 합정동에 위치한 말보회 본부를 찾아갔다. 사전에 세 차례의 전화 통화에서 외부인의 접근을 그리 반기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사무실 입구 복도에는 아직 배포되지 않은 한글킹제임스성경이 박스(BOX)상태로 놓여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1백여 석의 좌석이 마련된 예배처와 자체 홍보지들이 진열된 책장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 왔다. 말보회의 연구원으로 있다는 조승규(27) 씨를 만날 수 있었다.

 "한글개역성경으로는 구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그 성경으로는 신학적인 논쟁이나 교리적인 연구는 물론, 잘못된 이단교리와 논쟁을 할 수 없습니다."

 조 씨는 계속해서 한글개역성경과 말보회측이 펴낸 한글킹제임스성경과의 차이점을 장시간 설명했다. 사전에 말보회측의 홍보물을 살피고 간 기자에게 조씨의 설명은 철저히 교육받은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결국 그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은 '진정한 하나님의 말씀은 한글킹제임스성경뿐'이라는 것으로 정리된다. 조씨는 말보회측의 신학교인 펜사콜라신학원 지난해 6월(3년 과정)에 졸업을 하고 현재 석사연구 과정에 있다고 한다. 조씨는 또한 기존의 신학교에 대해 "장신대나 총신대 그리고 합동신학교 등 기존의 한국교회를 이끌어 온 신학교는 모두 다 올바른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난 자유주의와 신정통주의의 학문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라며 펜시콜라 신학원만이 올바른 신학교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계속된 조씨와의 대화는 말보회측이 스스로 기존의 교회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지를 가늠케해 주었다.

 "한국 내에 올바른 신학교는 이곳 뿐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올바른 교회도 이곳밖에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 곳 성경침례교회가 한국에서 유일한 곳이다."
 "만약 급박한 일이 생겨 주일을 지방에서 보내야 될 경우, 이 곳의 신도들은 어느 교회를 가는가? 주변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가?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내 마음에 있기 때문에 나 혼자서 예배를 드리겠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씀보존학회는 지난 92년 4월 이송오 목사에 의해 세워졌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성경침례교회도 동시에 세워졌다. 지금의 신도는 약 1백30명에 이르고 있으며 대부분 청년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은 이 단체가 한국교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여 누룩처럼 확산 일로에 있다. 한편, 말보회측을 뛰쳐나와 이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한글킹제임스성경의 오류를 밝히려는 사람들이 있어 이 문제를 더욱 점입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체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한 이들의 주의 주장인 셈이다.

 박만수 씨는 말보회의 창단 멤버로 활동을 했었다. 초기 2년간 이송오 목사를 도와 성경번역의 일을 해 오다가 말보회를 탈퇴한 것이다.

 "이 목사는 킹제임스성경의 번역을 빨리 해야한다는 의욕이 강했습니다. 한국교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집념이 강했지요. 저는 이러한 사실을 한국교회에 널리 알려서 공적으로 도움을 받자고 했지만 그는 한국교회는 이런 일을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박씨는 말보회를 탈퇴한 후 한글킹제임스성경의 전신인 '새성경'의 여러 차례 이 목사를 찾아갔다 한다.
 "제가 새성경의 수정될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하자, 이 목사는 당시 제가 개척한 교회의 모임에서 떠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몇 번 더 찾아갔지만 그는 외면하고 말았지요."
 결국, 박만수 씨와 이송오 목사는 헤어지고 말았다. '성경번역' 문제로 자체 분열된 것이다. 박씨는 안티오크 출판사를 세웠다. <월간 안티오크>라는 홍보지와 함께 '두 뿌리', '증거1' 등의 단행본도 출간했다. 이 목사의 성경 번역의 오류를 바로 잡아 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한글킹제임스 성경의 번역은 부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영어 킹제임스성경에서 100% 번역한 것도 아니지요. 문체에 있어서도 개역성경의 흉내만 냈을 뿐 조잡합니다. 본문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킹제임스성경에 기초를 두면서 TR(헬라어 표준원문)도 참조한 모양입니다. 기준과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성경에는 '하데스'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 목사는 이 용어를 신약에서는 모두 지옥이라고 했고 구약에서는 모두 음부라고 번역해 놓았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킹제임스성경에도 그리고 원문에도 없는 이 목사만의 창작품인 것입니다."

 박씨는 이 목사와 입장에 다름을 강조했다. 킹제임스 성경에 관련된 서적을 출간해 냈다는 이유로 해서 말보회측과 같은 단체로 취급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 목사측과 우리는 전혀 다릅니다. 그들은 한글개역성경을 심지어 사단의 성경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개역 성경은 하나님에 의해서 사용되었고 또 지금도 하나님이 사용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말보회측은 피터 락크만(미국 펜사콜라 신학교 학장) 우상주의와 함께 세대주의의 교리적 입장을 취한 반면, 우리는 특별한 교리적 입장이 없습니다."

 말보회측과 안티오크측의 입장을 다시 정리하면 영어 킹제임스성경의 우위론을 주장하는 면에서는 공통적이나, 기존의 성경과 교회를 접하는 측면에서 상반된다고 볼 수 있다. 말보회측은 대립 관계로 보고 있고, 안티오크측은 화합 관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글개역성경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주창되어 왔다. 따라서 그 동안 새로이 번역되어 나온 성경도 10여 종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보다 나은 번역을 위해 성경번역 관계기관에서는 지금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바른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고자 하는 바람은 모든 기독인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말보회측과 같이 기존의 신앙적 정서를 전면적으로 무시하고 유아독존식의 주장을 펼치는 단체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것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기존의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해오신 일을 부정하는 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글개역성경을 거의 절대적으로 신뢰해 온 한국교회의 전통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편, 근본적인 교리의 차이점을 가져올 만큼 개역 성경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의 역사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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